김수환 추기경님!
그 분이 돌아가신지 일년이 지났고,
그분을 기리는 옹기장학회가 설립되었다는 기사를 읽었다.
김수환 추기경님!
그 분은 내게 누구셨던가?
추웠던 내 청년시기, 어디에서도 마음에 평안을 찾지 못했던 시절,
그때는 시기적으로 격동기였다. 역사 흐름의 전환기에서 요동을 칠때
우리를 잡아주고 버팀목이 되어 주시며, 설익은 반항정신을 가라앉혀
주셨던 분,
추기경님을 처음 뵌것은 반포성당에서 였다.
노쇠한 육체, 온화한 미소, 멀리서 뵙는것만으로도 나는 많은 것을 이해할 수 있었다.
형언할 수 없이 넘쳤던 감동을 지금도 느낀다.
"사제는 쓰레기통이 되어야 한다고 생전에 말씀하셨다고 한다.
쓰레기는 어떤 이유라도 쓰레기통을 벗어날 수 없겠지만 가능하다면
조금이라도 악취가 덜 풍기는 쓰레기이고 싶은것은 그 분 때문이다.
그리고 명동성당 장례식때 뵈었던 창백하고 차가웠던 사자의 모습,
그 얼굴에 흐르던 내 슬픔은 인산인해의 추모물결속에 가라 앉았다.
지금 다시금 생각하니 그분은 떠난것이 아니라 돌아오신 것이었다.
내 마음속으로,....
내가 알지 못하는 죽음의 저편에서 하늘나라의 평안을
말씀하시는듯하다.
그분은 정말 충실한 주님의 종이셨다.
추기경님이 온 생으로 섬겼던 주님,
추기경님이 가신 주님의 나라,
나도 그분처럼 살아 그분이 가신 그곳에 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