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26주간 목요일 - 덕장(德將)이 명장
아침에 일어나 17세 이하 여자 월드컵에서 우승을 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경기 하이라이트를 보았습니다. 다만 드는 생각은, ‘어린 아이들이 어떻게 저렇게 대담하게 경기를 하고 또 승부차기를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었습니다.
저도 초등학교 때는 축구를 했기 때문에 승부차기의 부담감이 얼마나 큰지 조금은 압니다. 그런데도 첫 실수에 아랑곳하지도 않고 마지막 차는 선수까지 전혀 흔들리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17세가 아니라 정신력은 다 큰 어른 같은 모습이었습니다.
물론 선수들도 잘 뛰었지만, 역시 명장이 있었습니다. 최덕주 감독인데, 마지막 승부차기 전에 선수들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승부에 연연하지 말고 자신 있게 차라.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
그리고 승부가 끝나고 나서는 이런 겸손함도 보였습니다.
“몸이 완전하지 않은 상황에서 결승 연장전까지 뛰어준 선수들에게 정말 고맙다. 다른 감독이었더라도 이 선수들과 함께 했더라면 우승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런 명장이 이끄는 팀이라면 월드컵 우승도 전혀 이상해보이지 않습니다. 그는 선수들에게 ‘축구를 즐길 것’을 요구했고, 주장은 경기에 나갈 때, “즐기자, 그리고 죽어서 나오자.”라고 선수들을 격려했다고 합니다.
역시 우승할 수밖에 없는 선수들과 감독입니다. 감독은 모든 책임은 자신이 질 테니까 마음껏 즐기라고 하고, 그 말에 선수들은 죽을 때까지 즐기자는 자세로 임했습니다. 이런 감독도 부럽고 선수들도 부럽습니다. 감독은 선수들에게, 선수들은 감독에게 우승의 영광을 돌렸습니다.
예수님도 오늘 제자들을 파견하시면서, “가거라. 나는 이제 양들을 이리 떼 가운데로 보내는 것처럼 너희를 보낸다.”라고 하십니다.
이 말 한 마디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얼마나 사랑하는지가 잘 나타납니다. 이리 떼 가운데로 들어간 양이 온전히 살아서 돌아올 리가 만무합니다. 그렇게 당신의 제자들을 아끼는 마음이 있고, 그래서 학교 가는 아이에게 끝없는 당부를 하는 어머니처럼, 예수님도 끝없는 주의를 줍니다.
아이가 차조심해야 하는 것처럼, 예수님도 제자들이 세상의 여러 유혹에 빠질까봐 걱정이 되시는 것입니다.
그렇게 위험한데도 왜 예수님은 제자들을 파견하시는 것일까요? 바로 당신이 세상을 구원한 영광에 제자들도 참여시키고 싶으시기 때문입니다. 경기장에서 경기를 해야 우승까지 할 수 있는 것처럼, 그 분의 복음전파에 참여하지 않고서는 그리스도의 영광에 참여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안타깝지만 같이 우승트로피를 들기 위해 예수님도 제자들을 파견하시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파견을 받은 제자들도 사실은 복음전파를 즐겼습니다. 바오로 사도는 죽을 뻔 한 적도 몇 번이나 되었지만, 그렇게 복음을 전하다 순교하기만을 바랐고 또 그렇게 순교하셨습니다. 그리고 복음을 전하는 것만이 자신의 존재 이유라고 말합니다. 열두 사도들도 다 죽기만을 원해 순교합니다.
사실 “즐기자, 그리고 죽어서 나오자!”라고 한 어린 선수의 이 말이 바로 예수님의 도구가 되어 세상에 파견되는 우리 모두가 가져야 할 마음자세입니다. 그래서 순교가 목표가 되어야하는 것입니다.
선수들이 즐기고 최선을 다하기만 하면 모든 책임은 자신이 지겠다던 최덕주 감독처럼, 예수님도 최선을 다 하고 그래도 복음을 받아들이지 않는 고을이 있다면 그저 먼지나 털고 나오라고 합니다. 최선만 다하면 책임은 당신이 지겠다는 말씀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겠지만, 어떤 책임자 위치에 있을 때는 자신을 따라주어야 하는 사람들이 잘 하는 것보다 못 하는 것이 더 빨리 보입니다. 그리고 “저걸 왜 못할까?”하는 생각이 앞섭니다.
그러나 오늘은 예수님처럼, 그리고 최덕주 감독처럼, “그냥, 즐겨, 최선만 다하면 돼. 나머지 책임은 내가 다 질게.”하는 덕장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해 보게 되었습니다.
< 참 좋으신 주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