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살아가는 지구가 얼마나 망가져가고 있는지 접하면서, 그것이 만물의 영장이라고 자만하는 인간이 이루어낸 작품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조금 더 풍요롭게, 조금 더 편리하게 살려는 욕심이 바벨탑처럼 쌓이고 쌓여 다른 생명들을 짓밟고 있습니다. 이상 징후들이 덮쳐오는데도 여전히 자기밖에 모른 채, 우리 생명과 뗄 수 없이 이어져 있는 소중한 지구와 그 안에 깃든 나무 · 꽃 · 동물 · 곤충이 어떻게 죽어가고 있는지 외면하는 우리는 과연 악한 세대일 것입니다.
요나가 이방인인 니네베인의 구원에 하느님이 개입하시지 않기를 바라며 도망쳤지만, 결국 그는 니네베인의 회개와 하느님의 구원을 경험하게 됩니다. 이스라엘 백성만을 위한 하느님이라는 좁은 소견에 갇힌 요나에게, 하느님은 당신 사랑을 국경이나 민족 감정으로 갈라놓을 수 없다고 깨우쳐 주십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솔로몬의 지혜를 얻고자 적극 찾아 나선 남방 여왕은 꽤 통이 큰 여성이었던 듯합니다.
그리고 이제 요나보다 솔로몬보다 더 크신 예수님이 하느님의 사랑과 구원을 선포하십니다. 자비로운 하느님 사랑을 자신의 복음 말씀과 이적치유에서 헤아려 보라고 말이지요. 복음서는 소외와 멸시에 짓눌린 병자와 죄인들을 부르러 오신 예수님을 보여줍니다. 그럼 오늘 이 세상에서 가장 억압당하고 상처 입은 병자와 죄인은 누구인가요 ? 어머니 땅과 오누이 강산이라고 생각됩니다. 우리가 내 피붙이들을 모조리 만신창이로 만들어 우리조차 숨 쉬지 못할 지경에 이르면, 우리는 악한 세대의 끝을 십자가로 짊어져야 하겠지요.
유정원(가톨릭여성신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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