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을 낳아 키우면서 드는 자괴감이랄까 거리낌이 있습니다. 그것은 저 자신이나 남편의 인생과는 사뭇 다른 삶을 살지도 모를 아이들을 부모라는 올가미로 가로막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 때문입니다. 아이들보다 더 많이 살고 배웠다는 명분으로, 하느님이 주신 영혼과 생명을 예언자처럼 펼치려는 그들을 죽이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고 말입니다.
알량한 자존심과 사회 통념이라는 잣대를 들이댄 채, 저는 어머니라는 이름으로 아이들에게 이것저것 잔소리를 해댑니다. 모성이라는 거창한 이데올로기로 무장하고 아이들의 자유를 수시로 가로막곤 합니다. 이런 제게 예수님은 “너희가 지식의 열쇠를 치워 버리고서, 너희 자신들도 들어가지 않고 또 들어가려는 이들도 막아 버렸다.” 고 꾸짖으십니다.
이 시대의 예언자는 엉망진창이 되어가는 4대강과, 아토피성 피부염에 걸려 자기 몸에 피고름이 나는지도 모른 채 면도날 같은 손톱으로 긁어대고 있는 아기들이 아닐런지요. 흘러야 할 곳으로 흐르지 못하게 억지 댐을 쌓고 있는 강은 자연이라는 예언자의 핏줄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출생률이 낮은 한국에서 귀하게 태어날 아기들은 이제 아토피로 미친 듯이 긁어서 코끼리 피부가 된 몸을 씻을 깨끗한 물조차 구하지 못할지 모릅니다.
우리 강과 우리 아기들은 썩어가는 웅덩이에 피딱지 앉은 몸으로 저에게, 또 어르신들께 말없이 예언하고 있는데, 우리는 생명의 열쇠를 치워버리고 우리 자신도 들어가지 않고 들어가려는 이들의 생목숨까지 앗아버리고 있습니다.
유정원(가톨릭여성신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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