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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위령] 교회 장례문화 재정립의 계기, 가톨릭 상장례지도사 교육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08-11-26 조회수3,286 추천수0

교회 장례문화 재정립의 계기, 가톨릭 상장례지도사 교육

 

 

국가 공인 장례지도사 자격증 시대에 대비

 

2006년 4월 정부는 ‘장사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만들면서 현재 민간단체들이 일정한 교육과정을 거쳐 발급하는 장례지도사 자격증을 국가 공인 자격증 제도로 바꾸려고 장례지도사에 대한 법을 신설예고 했다가 보류하였다. 이 제도가 시행될 경우 일반 장례지도사가 가톨릭 신자들의 장례절차를 주관할 수도 있고, 그렇게 되면 200년을 이어온 가톨릭의 고유한 전례가 무너질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윤성호 아우구스티노 신부(서울대교구 연령회 연합회 담당사제, 가톨릭 대학교 성의교정 사무처장)는 국가가 교육과 시험과정을 거쳐 공인한 한의사 제도를 시행할 때도 기존의 민간 한의사들을 인정하는 전례가 있었던 점에 비추어, 교회가 먼저 상장례지도사를 양성하여 국가가 인정하는 자격증 시대에 대비하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사회의 장례문화가 바뀌어가는 추세에 발맞추어 이 기회에 가톨릭 교회도 장례문화를 재정립하고 발전시켜야 한다는 목소리와 아울러 구체적인 움직임이 여러 교구에서 일어나고 있다. 그 가운데 두드러진 것이 ‘가톨릭 상장례지도사 교육’으로, 현재 16개 교구 가운데 6개 교구가 이를 시행하고 있다.

 

 

가톨릭 상장예식의 전수와 봉사자의 자세

 

예전에는 장례업에 종사하는 이들 특히 시신을 염하는 일을 하는 이들을 ‘염장이’라 낮추어 부르며 가까이 하기를 꺼렸지만 이제는 장례지도사가 유망 직종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미 몇몇 대학에서 장례지도학과를 개설하여 전문 장례지도사를 양성하고 있고 민간 장례지도협회 등에서도 검증을 거쳐 자격증을 발급하고 있다.

 

그러나 가톨릭 상장례지도사 교육은 장례식장이나 병원의 영안실에 취직하거나 본당에서 염습 봉사자로 일할 수 있는 염습 전문가를 양성하는 것을 일차 목표로 하지 않는다. 장차 시행할 제도에대비하여 교회 전통에 충실한 염사를 양성하는 것도 좋지만 무엇보다 가톨릭 신자들 사이에서 봉사 중의 봉사라고 일컬어지는 가톨릭상장례 봉사의 중요성을 깨닫고 상장례지도사로서 올바른 자세를 갖추게 하려는 것이다.

 

천주교를 박해한 흥선대원군조차 “천주학쟁이들은 세 가지를 잘 한다. 첫 번째는 언문(한글)이요, 두 번째는 죽은 사람을 염하는 일이며, 세 번째로는 밀초제작이다.”라는 말을 남겼다고 할 정도로, 천주교인들은 이웃이 상을 당하면 시신을 염하는 궂은일에 앞장서고 ‘연도’라는 독특한 기도를 바쳤다.

 

하느님 앞에 나아간다는 뜻을 담아 운구를 할 때도 일반 장례풍속과 달리 시신의 발쪽이 앞을 향하게 하는 등 고유한 예법을 지켜왔다. 부활신앙을 바탕으로 한 천주교의 뜻깊고 엄숙한 장례문화와 신자들의 헌신적인 태도는 선교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가톨릭 상장례지도사 교육에서 일반 대학의 장례지도학과 교과과정처럼 병리학이나 해부학 등의 과목들을 두고 있지만 무엇보다 봉사자의 자세를 강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김종호 사도 요한 회장(서울대교구 연령회 연합회)은 “우리 풍습에는 돌아가신 분을 임금 모시듯 했습니다. 임금이 타는 가마를 ‘여’라고 하는데 ‘상여’도 여기서 유래되었지요. 상장례지도사는 상가의 지휘자가 아닙니다. 몸가짐이나 말 모두 두드러지지 않게 삼가 조심하고 겸손하게 행동해야 합니다.” 하고 수강생들에게 거듭 당부했다.

 

 

가톨릭 상장례지도사 교육과정과 현황

 

서울대교구는 교구 연령회 연합회(☎ 02-772-9090, 727-2398)가 주관하여 가톨릭 상장례지도사 교육을 하고 있는데, 2007년 하반기 제1기를 시작으로 현재 제4기 132명(10명은 타교구)이 교육을 받고 있다. 2007년 이전에는 상장례지도사 전문교육과정이라는 이름으로 25기까지 교육을 하였다. 지난 9월 5일 개강하여 11월 26일까지 매주 두 번 강남의 가톨릭의대 의과학연구원 별관 강의실에서 2시간씩 강의를 듣고 필기와 실기 시험을 치른 뒤 수료식을 거행한다. 교구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서울대교구의 교과과정은 다음과 같다.

 

1. 개강미사, 오리엔테이션 2. 그리스도의 죽음의 의미 3. 전례의 본질과 의미 4. 미사전례 안에서의 장례예식 5. 병자성사/임종예식, 대세 6. 염습실습 7. 해부생리학 8. 병리학 9. 감염과 병원미생물학(살균과 소독) 10. 공중보건학 11. 법의학 12. 장사 관련 법규 13. 연도교육(1) 14. 연도교육(2) 15. 전통 상장예식과 천주교회의 상장예식 16. 장례절차 일반, 화장과 납골 ? 산골예식 17. 호스피스 교육 18. 장례상담 19. 사별가족 관리 20. 상장례지도사의 자세 21. 가톨릭 상장례지도사 자격 필기시험, 실기시험 22. 수료식, 수료미사

 

세 번을 결석하면 시험 응시 자격을 주지 않고, 수료 후에도 일 년에 한 번 하는 보수교육에 참석하지 않으면 자격증을 박탈하는 등 엄격한 관리를 하고 있다. 1, 2기 때는 30퍼센트의 탈락자가 나왔으나 지난 3기에는 20퍼센트로 줄었고, 연령회 회원들이 아니어도 관심을 가지고 문의하는 이들과 강의를 들으려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대전 ☎ 041-861-7206  cec.dcatholic.ac.kr

 

교육현황 : 2006년 1기(212명), 2007년 2기(158명), 3기(102명), 2008년 4기(143명) 졸업. 1,2,3기 수료자 중 181명이 심화과정 교육을 마침.

 

교육기간 : 가톨릭 상장례봉사자 전문교육(96시간) + 심화과정(45시간) + 실습(40시간 이상).

 

자격증 : 모든 과정을 마치면 가톨릭 상장례지도사 자격시험뿐 아니라 각종 민간 인증 자격 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자격 부여. 12월 13-14일 자격증 인준 시험을 치를 예정. 통과하면 학교 법인 이사장(교구장) 명의의 가톨릭 상장례지도사 자격증 수여.

 

주관 : 대전가톨릭대학교 부설 평생교육원

 

기타사항 : 2009년 3월부터 5기 교육 예정(모집인원 - 198명)

 

 

의정부 ☎ 031-874-6272(연령회연합회) anv.kr

 

교육현황 : 2007년 1기 148명(성직자 ? 수도자 14명 포함), 2기 125명(수도자 5명, 목사 1명 포함), 2008년 3기 95명(수도자 3명 포함) 천주교 상장례지도사 배출. 현재 4기 60명 교육 중.

 

교육기간 : 매주 월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12주 동안 총 120시간 이상 이수.

 

자격증 : 교구장 명의의 천주교 상장례지도사 자격증 수여.

 

주관 : 교구 천주교 상장례지도사 학교(교장 허윤석 신부)

 

기타사항 : 엄격한 출결관리, 필기시험과 17개 분야 실습 시험을 통과해야 자격증 수여. 염습 실습시간이 많다. 이후 보수교육과 영성교육 실시 예정.

 

 

수원 ☎ 02-308-3740  cafe.naver.com/welldyingedu

 

교육현황 : 2008년 1월 성남대리구(119명), 4월 안양 ? 안산 대리구(155명)에서 상장례지도사 학교를 개설하여 교육을 마침. 현재 수원 ? 평택 대리구에서 교육 중.

 

교육기간 : 10주 강의와 실습특강 2회(10시간) 등 총 12회 156시간. 매주 이론 강의 전에 2시간 염습 실습. 온 ? 오프라인으로 이론과 실습을 병행.

 

자격증 : 교육 이수 후 대리구장 명의의 수료증 수여. 시험을 통과하면 한국민간자격진흥재단에서 시행하는 장례전문 지도사 자격증 수여.

 

주관 : 교구에서 주관하지 않고 한국죽음준비교육원에서 강좌를 준비해 대리구와 함께 교육 실시.

 

 

인천 ☎ 032-762-9717(선교국) 032-761-0618(연령회)

 

교육현황 : 2008년 1기 136명 이수, 현재 2기 교육 중.

 

교육기간 : 주 2회 2시간씩 총 25회 50시간 교육.

 

자격증 : 교육을 마치면 수료증을, 시험을 통과하면 교구장 명의의 천주교 상장례지도사 인증서와 자격증 수여. 1기 129명이 자격증 받음.

 

주관 : 교구 선교국.

 

기타사항 : 2009년 상반기에 보수교육, 하반기에 3기 교육 예정.

 

 

마산 ☎ 055-249-7041~2

 

교육현황 : 2007년 1기, 2008년 2기 교육 실시.

 

교육기간 : 3단계의 봉사자 전문 교육 과정 이수(단계별 수료증 수여), 이후 심화 ? 보충교육을 받고, 본당 봉사활동 40시간(본당신부 확인서 필요) 을 채우면 자격시험을 볼 수 있다. 총 156시간 이상.

 

자격증 : 2008년 10월 1, 2기 합해 자격증 시험 실시. 114명에게 교구장 명의의 가톨릭 상장례지도사 자격증 수여.

 

주관 : 교구 사회복지국.

 

기타사항 : 2009년 2월 가톨릭 상장례봉사자 3기 교육 예정.

 

 

교육 수료자들의 반응

 

서울대교구에서 제1기 가톨릭 상장례지도사 교육 수료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바에 따르면, 수료자 연령은 대부분 50-60대이다(① 30대 - 0명(0%) ② 40대 - 13명(9%) ③ 50대 - 54명(36%) ④ 60대 - 67명(45%) ⑤ 기타 - 16명(11%)). ‘이 교육으로 가톨릭 상장례지도사로서 역할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냐?’는 물음에는 ‘충분히 가능하다.’는 이가 68퍼센트로 나타났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떤 교육을 더 받고 싶냐?’는 물음에는 ‘염 ? 입관 실습’이 65퍼센트로 가장 높았다. 향후 ‘가톨릭 상장례지도사로 활동하기를 원한다.’는 이는 22퍼센트, ‘본당 연령회 활동만 하기를 원한다.’는 이가 39퍼센트, ‘두 가지를 다 하겠다.’는 이가 40퍼센트로 나타났다.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과목 세 개를 들라.’는 물음에는 ‘염습, 연도 가창, 호스피스’ 순으로 응답했다. 보충교육이 필요하다는 충고도 있었다(자료제공: 서울대교구 연령회 연합회).

 

 

가톨릭 상장례 문화 재정립을 위한 과제

 

가톨릭 상장례 하면 우리나라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연도’(위령기도)부터 떠오르고 이어 시신을 염습하는 모습이 떠오른다. 교회 초기부터 연령회가 그 일을 담당해 왔지만 앞으로 연령회의 역할과 모습이 달라질 것이라며 서울대교구 윤성호 신부는 연령회와 상장례지도사 교육의 몇 가지 과제를 제시하였다.

 

그동안 본당에서 연령회는 염습 일과 연도에 앞장서 왔고 나이든 신자들의 친목회와 상조회 구실을 했지만, 노인사목이 활성화되면서 친목회 기능이 줄고 있고, 장례를 대행하는 상조회사가 생겨나면서 상조회 기능도 줄어들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는 가톨릭의 고유한 장례 절차 보존과 전수가 연령회 활동 목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핵가족 시대에 상실감을 안고 살아갈 사별가족들을 돌보는 일도 맡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장의용품, 차량 등을 알선하고 사례비를 받아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이 종종 있었기에, 이를 근절하고자 연령회의 장례 봉사자들에게 본당에서 최소한의 경비를 지급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이는 장례를 돕던 초기교회의 순수한 모습을 회복하여 비신자들에게도 좋은 표양을 보여 선교에도 도움이 되게 하려는 것이다.

 

한국 가톨릭에만 있는 고유한 ‘연도’ 가락을 보존하고 전수하는 일도 과제다. 각 지방 사람들이 어울려 살아가는 서울에서는 통일된 악보를 마련하여 체계를 잡았지만, 이를 잘 전수하는 일이 또한 중요하다. 그러려면 전문 강사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올해 처음 ‘연도 강사 교육과정’을 마련하고 음악 소양을 갖춘 37명을 오디션을 거쳐 선발, 10명에게 강사 자격증을 발급할 것이라고 한다. 또한 잊혀가는 기호 지방 연도 가락을 살려내고, 남아있는 호남과 영남 지방의 연도 가락을 채보하여 보전하는 일도 시급하다.

 

가톨릭 상장례지도사 교육도 몇 가지 과제가 있다. 가톨릭의대 등이 있어 그나마 교육자를 구하기 쉬운 곳에서는 상장례지도사 교육이 수월하지만 그렇지 못한 교구들이 많다. 그래서 교육자를 양성하는 일이 필요하다. 우선은 그간의 강의를 녹취한 것을 바탕으로 강의록을 만들고 교재를 완벽하게 하고 영상자료들도 마련하여 아직 시행하지 못하고 있는 교구로 보내 교육을 확산시킬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장차 주교회의 전례위원회나 관련 위원회를 통한 전국 차원의 움직임과 지원 노력도 필요하다.

 

의정부교구에서는 가톨릭 상장례지도사를, 죽음을 넘어 ‘새로운 삶으로’(Ad Novam Vitam) 나아가는 데 봉사하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A.N.V.라고 일컫는다. 시대의 요구에 발맞추어 한국 천주교의 장례문화를 재정립하고 우리나라 장례문화 발전에도 영향을 미칠 수있는 계기가 될 ‘가톨릭 상장례지도사 교육’이 널리 확산되어 장례기능사가 아니라 교회의 가르침과 봉사정신에 투철한 참다운 상장례지도사들이 더 많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경향잡지, 2008년 11월호, 배봉한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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