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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이거요 ?
그때에 예수님께서 눈을 들어 헌금함에 예물을 넣는 부자들을 보고 계셨다. 2그러다가 어떤 빈곤한 과부가 렙톤 두 닢을 거기에 넣는 것을 보시고 3이르셨다. “내가 참으로 너희에게 말한다. 저 가난한 과부가 다른 모든 사람보다 더 많이 넣었다. 4저들은 모두 풍족한 데에서 얼마씩을 예물로 넣었지만, 저 과부는 궁핍한 가운데에서 가지고 있던 생활비를 다 넣었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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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살고 있는 곳은 신안군에 있는 작은 섬 본당입니다. 대부분의 신자들이 벼농사와 밭농사를 짓고 몇 분만 어업을 하는 그런 곳이지요. 그래서 그런지 신자들에게 무엇인가를 많이 받고 살아갑니다. 그중 최고의 선물은 검은 비닐봉지지요. 그 안에 어떤 날은 막 잡은 물고기도 있고, 반찬도 있고, 채소와 곡식도 있고. 꼭 요술 주머니 같습니다.
어느 날 미사에 오신 가밀라 엄니가 “신부님, 이거요 ?” 하고 비닐봉지를 내밉니다. “뭐예요 ?” “집에서 먹을라고 가지를 좀 심었는데 신부님 생각나서 몇 개 따 왔네요 ?” “아이고, 이 귀한 것을. 잘 먹겠습니다.” 그러고는 받아서 냉장고에 넣어두었습니다. 당연히 가지일 거라고 생각하고.
며칠이 지난 뒤에 그 봉지를 펼쳐 보았습니다. 그랬더니 그 안에 참기름 한 병, 가지 여섯 개, 방울토마토 한 봉지가 담겨져 있더군요. 올해 수확한 깨를 가지고 짠 참기름일 테고, 집에 몇 그루 심은 것에서 토마토와 가지를 따다 주셨겠지요. 이것은 단순히 참기름 · 토마토 · 가지가 아니라 마음입니다. 그래서 봉지 안에 담겨 있는 물건을 통해 신자분들의 마음을 받을 때마다 늘 오늘 복음이 떠오릅니다.
그렇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과부가 넣은 렙톤 두 닢을 물질이 아닌 마음으로 보고 계십니다. 과부의 고단한 삶과 함께. 그러니 그 적은 돈이 세상 그 누구의 헌금보다 값지고 귀하며 가장 온전한 봉헌이라고 말씀하시는 것이지요.
단순히 많고 적음이라는 양과 물질에 마음 두고 살아가는 우리라면 오늘 하느님과 이웃에게 온전한 마음을 봉헌하는 하루가 되기를 기도합니다.
진우섭 신부(광주대교구 인덕천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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