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강론 말씀)

2010.12.13(월) 우리 연합회의 수호자 성녀 오틸리아 동정 대축일

이사35,1-4ㄷ.5-6.10 1코린7,25-35 루카11,33-36

"개안(開眼)의 여정"

불가의 용어지만 개안(開眼)이란,

눈이 열려 불도의 진리를 깨달아간다는 말이 좋습니다.

우리의 삶 역시 개안의 여정입니다.

끊임없이 하느님을 사랑하여 하느님을 깨달아 알아갈수록

마음의 눈은 계속 열려가면서 그 마음 더욱 밝아지고 깊어지고 넓어집니다.

눈은 몸의 등불입니다.

눈이 맑을 때는 온 몸이 환하고

눈이 성하지 못할 때는 온 몸이 어둡습니다.

마음과 눈과 몸은 함께 갑니다.

하느님을 사랑할수록, 하느님께 가까이 이를수록

맑고 밝은 마음에, 맑고 밝은 눈빛이요 얼굴빛입니다.

초연한 사랑, 깨끗한 사랑입니다.

사도 바오로가 말하는 사랑은 바로 이런 사랑입니다.

“때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이제부터 아내가 있는 사람은 아내가 없는 사람처럼,

  우는 사람은 울지 않는 사람처럼,

  물건을 산 사람은 그것을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처럼,

  세상을 이용하는 사람은 이용하지 않는 사람처럼 사십시오.

  이 세상의 형체가 사라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모는 것은 다 지나갑니다.

집착 없는 사랑, 초연한 사랑을 하라는 것입니다.

바로 오늘 성무일도 시 두 후렴이

동정녀들은 물론 우리 수도자들의 마음을 대변합니다.

“슬기롭고 빛나며 총명한 동정녀는 티 없으신 말씀을 정배로 삼으셨도다.”

티 없으신 말씀이신 그리스도를 섬길 때 지혜의 눈이요

집착 없는 초연한 사랑, 순수한 사랑입니다.

진정 사랑의 성장은 이런 것입니다.

“나는 주님이신 예수 그리스도께 대한 사랑 때문에

  세상과 그 영화를 버렸도다.”

그리스도께 대한 사랑 때문에 세상 탐욕을 버려야

맑고 밝은 마음의 눈입니다.

진정 하느님을 사랑할 때

깨끗한 마음의 눈에 집착 없는 눈 밝은 사랑, 깨끗한 사랑입니다.

심안의 시력은 하느님 사랑과 함께 갑니다.

마음의 눈을 가리는 욕심이 사라져 갈 때 마음의 눈 역시 맑습니다.

하느님을 사랑할수록 마음은 비워져 텅 빈 충만의 기쁨입니다.

태양을 덮고 있는 구름이 사라져갈 때

텅 빈 충만의 하늘에 빛나는 태양이듯

온갖 집착의 욕심이 사라져갈수록

태양처럼 빛나는 하느님에 텅 빈 충만의 기쁨입니다.

다 사라지고 영원히 남는 것은 빛과 생명의 하느님뿐입니다.

기쁨은 빛입니다.

기쁨의 빛 속에 사라지는 두려움과 불안의 어둠입니다.

텅 빈 충만으로 온 마음이 기쁘면 눈빛도 온 몸도 환하게 빛납니다.

마음의 눈도, 마음의 귀도 더욱 밝아집니다.

“그 때에 눈먼 이들은 눈이 열리고, 귀먹은 이들은 귀가 열리리라.”

주님을 사랑하여 주님께 가까이 이를수록

이사야의 예언은 그대로 실현되어

밝아지는 마음의 눈, 마음의 귀임을 깨닫습니다.

‘있는 그대로’의 실재를,

하느님을 보고 그 말씀을 들으니 저절로 샘솟는 기쁨입니다.

“광야와 메마른 땅은 기뻐하여라.

  사막은 즐거워하며 꽃을 피워라.

  수선화처럼 활짝 피고 즐거워 뛰며 환성을 올려라.”

미사에 참석한 우리 모두를 향한 이사야의 말씀입니다.

주님을 만날 때 열리는 마음의 눈, 마음의 귀요, 샘솟는 기쁨입니다.

품위 있고 충실하고 갈림 없는 마음으로

주님과 이웃을 섬기며 살 수 있습니다.

참 중요한 것은 두 가지, 잘보고 잘 듣는 것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우리 마음의 눈을 열어주시어 하느님을 뵙고,

마음의 귀를 열어주시어 하느님의 말씀을 듣게 하십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