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사진묵상 - 기쁨을 기쁨으로 받아들일 수 없을 때
작성자이순의	작성일2010-12-14	조회수410	추천수4	반대(0) 신고
사진묵상 - 기쁨을 기쁨으로 받아들일 수 없을 때                                                                                    이순의             산에서 내려와 얼마나 얼마나 앓다가 문득 아침잠에서 깨어 보니 동쪽 하늘에서 찬란한 빛이 도시를 비추고 있다. 몇 일! 단 몇 일은 행복했었다. 산에서 내려 오기로 한 날이 정하여 지고 여섯 달 만에 집에 가면 하고 싶은 일이랑 해야 할 일이랑 손 꼽아 기다려졌으니.......   봄에 이불빨래, 요 빨래 다 해놓고 짝꿍 혼자서 여섯 달여를 지낼 생각을 하니 정성과 안쓰러움이 손길마다 속속 배어 들었다. 아직 침대가 없었으므로 가을에 집에 오면 늘 피곤과 부족한 잠과 척박한 생활이 뭉그러져 먼지랑 요랑 짝꿍이랑 섞여 견디어 온 내 짝궁의 여름이 읽혀지는 게 무척이나 싫었었다. 정말로 고생스러운 한 해였으므로 그 모진 자연과 맞붙어 살아냈으니 산에서 내려 가게 되면 짝꿍에게 꼭 마누라가 벌어서 큰 선물하는 생색을 내고 싶었다. 근사한 침대! 침대를 사주게 되면 내년 여름에는 먼지와는 뒹굴지 않아도 될 것 같은 환상! 그래서 짝꿍에게 침대를 사주고 싶다고 주님께도 자랑 하였었다. 그런데......   그것은 나의 기원 뿐이었을까? 아니면 그것은 나의 사치였을까? 지금 나는 전혀 기쁨이 없다.   진짜 고생 많이 하는데 진짜 고생 많이 했는데 자연의 조건과 섞인다는 것이 얼마나 큰 고통인데 그래서 얻은 육신적인 고통은 또 얼마인데 그래도 기쁨을 기쁨으로 알고 짝꿍에게 침대를 사주고 싶었다. 그런데 그 기쁨을 기쁨으로 차마 받아들일 수 없어 나는 은둔에 가까운....... 자기 차단에 자물쇠를 채웠다. 두려움이다. 다시 그 무지막지한 굴레로 들어가고 싶지 않은 빗장을 채우고 있다. 잊어버렸을 것 같은 아니 잊으려고 노력했었던 기억들을 꺼내서 복습하고 복습하고 복습하고야 마는! <저들이 나에게 어떻게 했는데.......> <저들이 나에게 어떻게 했는데.......> <저들이 나에게 어떻게 했는데.......> 사람이 아무리 무지해도 인정머리는 있는 법인데......   그러다가도 믿는 주님의 뜻 앞에서 고꾸라진다. <당신의 뜻이 무엇입니까?>   이제 곧 내 스스로가 타인에게 짐이 되지 말아야 할 때가 임박하였다. 이제 곧 내 스스로가 내 자식에게 짐이 되지 않을 준비를 해야 한다. 이제 곧 내 스스로가 짝꿍에게 짐이 되지 않게 살아가는 연습을 해야 한다. 아직도 그 준비가 완료 되지 않았으므로 죽지 않고 살아있으니  진짜로 열심히 고생하고 있다. 얼마 남지 않은 나의 노동력을 무리하여 부리고 있다. 그리고  받는 복이 있을 때면 감사를 드리고 받은 복이 시련이었어도 슬퍼하지 않았다.   그런데 마누라가 고생하고 고생하여서 짝꿍에게 침대 하나를 사 주고 싶다는데 그토록 부푼 기쁨이 기쁨이지 못하다. 내 인생도 반백 년을 훌쩍 넘어버린 걸! 내 머리에도 흰 서리가 살포시 내려 앉는 걸! 아직도 무엇의 지배를 받아 이리도 기쁨이 없는가? 내가 어미가 되겠다고 출산비용을 꼬불처 두었더니 그것을 가질 형편이 못되어 기쁨이 없었다. 내 자식이 대학을 간다는데 등록금을 갈취 당하여 지키지 못했으니 내게 기쁨이 없었다. 내가 결혼 25년 만에 짝꿍에게 침대를 사주고 싶다는데 그 또한 기쁨이 없게 되었다. 악몽 같은 인생길! 처절한 인생길! 더러운 인생길! 기쁨을 기쁨으로 주시지 않는 아버지의 뜻을 몰라 얼굴을 들지 않는다. 너의 인생은 너의 인생이고 나의 인생은 나의 인생인데 나는 그 해답을 몰라 기쁨이 없다. 그 모진 세월 동안 나 혼자만 살겠다고 욕심부리지 못한 탓이리라. 그 모진 세월 동안 등짐지고 살아온 무게를 망각하지 못한 탓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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