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12월 17일 대림 제3주간 금요일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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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노병규 | 작성일2010-12-17 | 조회수854 | 추천수21 | 반대(0) 신고 |
12월 17일 대림 제3주간 금요일-마태오 1장 1-17절
“다윗의 자손이시며 아브라함의 자손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족보이다.”
<세상에 이런 일이>
지난 가을, 저희 수도원 식구들 대대적인 물갈이가 있었습니다. 견공들이 너무 많아 차례차례 다른 곳으로 입양 보내고, 이번에는 새로운 식구들을 영입했는데, 바로 흑염소 가족입니다. 수도원 한 구석에 염소우리를 만들었습니다. 먹성들이 얼마나 좋은지 녀석들 먹이 마련하는 일도 보통일이 아닙니다.
그런데 처음 데려왔을 때, 한 녀석이 다른 녀석들에 비해 유난히 비만이다 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얼마 전에 아무도 쥐도 새도 모르게 새끼를 두 마리나 낳았습니다.
참으로 신기한 것은 우리 인간은 태어나서 스스로 두 발로 서서 걸어 다니려면 적어도 몇 년이 걸리는데, 녀석들은 태어난 지 단 며칠도 지나지 않아 능숙하게 걸어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갓 태어난 녀석들의 모습이 얼마나 귀여운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지경입니다. 맑은 눈빛에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고운 털에, 하는 행동 하나 하나가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아무리 보고 있어도 싫증이 나지 않습니다.
귀여운 새끼 염소들을 바라보며 한 가지 엉뚱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가 아무리 새끼 염소가 사랑스럽다고 할지라도 그걸로 그치고 말지 진짜 염소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갖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많은 분들이 애지중지, 마치 친자식처럼 키우는 애완견들이 아무리 사랑스럽다 할지라도 품에 안고 쓰다듬어 주고, 친구처럼 지낼 뿐이지, 눈높이를 낮춘다고 인간이기를 포기하고 애완견이 되고 싶은 분들은 아마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참으로 놀라운 사실 한 가지가 있습니다. 우리 인간이 얼마나 사랑스러웠던지, 우리 인간이 얼마나 귀여웠던지 하느님께서 자신의 처지를 버리고 우리와 똑같은 모습을 취하셨다는 충격적인 대사건입니다.
오늘 마태오 복음사가가 우리에게 전하고 있는 예수님의 족보는 하느님께서 진실로 우리 인간 세상 안으로 완벽하게 육화하셨음을 명확히 하는 기사입니다.
하느님의 육화강생, 하느님이 인간으로 태어나심, 이것은 정말 보통 놀라운 일이 아닙니다. 정말 있을 수 없는 너무나 뜻밖의 일입니다. ‘세상에 이런 일이’ 순위를 꼽자면 당연히 첫 번째로 뽑힐 사건입니다. 그만큼 우리 인간을 향한 하느님의 사랑은 무한합니다.
성탄은 참으로 놀라운 대사건입니다. 우리 인간의 머리로는 도무지 이해하지 못할 나무나 큰 사건입니다. 우리 인간을 향한 형언할 수 없는 하느님의 큰 사랑 앞에 우리는 입을 크게 벌리고 경탄과 감사와 찬미를 드릴 수밖에 없습니다.
어린 나이에 중병에 걸려 꽃피어나지도 못하고 시름시름 시들어가는 자녀를 둔 부모님의 마음, 얼마나 괴롭겠습니까? 언젠가 한 소아병동을 방문했을 때 아직 초등학교도 입학하지 않은 어린이 환자를 만났는데, 안타깝게도 오랜 투병생활에도 호전의 기미는 조금도 보이지 않았고, 부모님들은 속수무책으로 눈물만 흘리고 있었습니다.
그 순간 제 머리 속에 든 생각이 하나 있었습니다. 모든 부모님들께서 지니시는 마음이겠지요. “나는 살만큼 살았으니, 차라리 나를 데려가셨으면.” “차라리 내가 저 아이였으면...”
우리의 하느님께서 당신의 위엄과 영예, 존엄성을 포기하시고 우리와 같은 모습으로 강생하신 이유도 동일합니다.
우리 인간의 처지가 얼마나 가련하던지, 우리가 이 세상 살아가면서 겪는 고통에 얼마나 안쓰러웠으면, 우리 인간들이 어쩔 수 없는 한계에 부딪쳐 발버둥 치며 살아가는 모습이 얼마나 안타까웠으면, 하느님께서도 이런 생각이 드셨을 것입니다.
“차라리 내가 대신 저들의 고통을 대신 겪었으면, 차라리 내가 저들의 십자가를 대신 졌으면, 내가 저들과 똑같은 모습을 취했으면...”
이것이 바로 예수님 성탄의 이유입니다. 예수님께서 인간 세상으로 들어오신 이유입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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