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진리를 향하여 - 윤경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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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윤경재 | 작성일2010-12-21 | 조회수356 | 추천수9 | 반대(0) 신고 |
진리를 향하여 - 윤경재 그 무렵에 마리아는 길을 떠나, 서둘러 유다 산악 지방에 있는 한 고을로 갔다. 그리고 즈카르야의 집에 들어가 엘리사벳에게 인사하였다. 엘리사벳이 마리아의 인사말을 들을 때 그의 태 안에서 아기가 뛰놀았다. 엘리사벳은 성령으로 가득 차 큰 소리로 외쳤다. “당신은 여인들 가운데에서 가장 복되시며 당신 태중의 아기도 복되십니다. 내 주님의 어머니께서 저에게 오시다니 어찌 된 일입니까? 보십시오, 당신의 인사말 소리가 제 귀에 들리자 저의 태 안에서 아기가 즐거워 뛰놀았습니다. 행복하십니다, 주님께서 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리라고 믿으신 분!” (루카 1,39-45)
‘모든 진리는 일단 찾기만 하면 이해하기 쉽다. 중요한 점은 발견이다.’ -갈릴레오 루카복음서 저자는 성모님을 화가가 그림을 그리듯 아주 독창적으로 세밀하게 묘사하였습니다. 복음서를 읽다 보면 성모 마리아의 생김새가 어떨지 손에 잡힐 듯이 상상이 갑니다. 복음서 독자가 이렇게 생생히 성모님을 상상할 수 있는 이유는 루카의 독특한 문장 구성기법 때문입니다. 루카저자는 대조법을 즐겨 씁니다. 특히 1장에서 두드러집니다. 1,2장의 소제목을 나열해보면 루카의 의도를 쉽게 알아챌 수 있습니다. 세례자 요한의 출생 예고, 예수님의 탄생 예고, 마리아가 엘리사벳을 방문하다, 마리아의 노래, 세례자 요한의 출생, 즈카르야의 노래, 요한의 어린 시절과 젊은 시절, 예수님의 탄생 순으로 배열합니다. 이 소제목을 훑어보면 한 방향으로 예수님의 탄생을 향하여 이야기가 지그재그로 전개됩니다. 그 안에 담긴 주제도 상반되어 나타납니다. 나이든 남자의 노회한 처신, 어린 처녀의 순수한 놀람, 삶으로 얻은 지혜가 풍부한 여인의 감탄사, 천성적으로 하느님께 정향된 여인의 노래, 세례자 요한의 탄생, 죄 씻김을 통해 나오는 노사제의 예언 등입니다. 이처럼 짧은 글 속에서 마리아의 성품이 보색 대비처럼 즈카르야와 엘리사벳과 대조되어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마리아의 모습을 이렇다저렇다 구구절절 설명하는 것보다 월등히 뛰어난 효과를 내었습니다. 루카가 얼마나 세밀한지 몇 가지를 더 지적하면, 1장13절에서 천사 가브리엘이 즈카르야에게 “두려워하지 마라, 즈카르야야. 너의 청원이 받아들여졌다. 네 아내 엘리사벳이 너에게 아들을 낳아 줄 터이니, 그 이름을 요한이라 하여라.”라고 말합니다. ‘네 아내 엘리사벳이 너에게 아들을’이라고 인칭대명사를 분명히 거론하였습니다. 이 말의 속뜻은 요한이 육으로 난 아들이라는 말입니다. 그리고 요한은 즈카르야에게만 해당하는 아들입니다. 이에 비해 1장30절에서는 가브리엘이 인칭대명사를 의도적으로 생략합니다. “두려워하지 마라, 마리아야. 너는 하느님의 총애를 받았다. 보라, 이제 네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을 터이니 그 이름을 예수라 하여라.” 결국 이 아들은 누구의 아들도 아닙니다. 거룩하신 분, 하느님의 아들입니다. 모든 이의 위에 계시는 아들입니다. 인간의 청원으로 난 아들과 하느님의 총애로 난 아들의 차이입니다. 1장18절 즈카르야의 질문은 예수님께 표징을 요구하는 바리사이의 질문과 비슷합니다. 예수님께서는 바리사이의 질문에 답을 주시지 않고 꾸짖으실 뿐이었습니다. 가브리엘 천사는 아예 어리석은 인간의 생각을 내뱉지 못하게 벙어리로 만들었습니다. 아기가 태어나자 그의 혀가 풀렸습니다. 모든 결과가 확연히 드러나기까지 인간은 침묵으로 지켜봐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마리아는 달랐습니다. “그의 어머니는 이 모든 일을 마음속에 간직하였다.” 요한이 “어머니 태중에서부터 성령으로 가득 찰 것이다.”라는 천사의 예언대로 성모 마리아의 방문으로 태중에 자리 잡은 예수를 만나자 태아 요한이 먼저 기뻐 뛰놀았습니다. 아이와 엄마는 일심동체입니다. 그 태아는 제일 먼저 자기 어머니부터 진리에 눈뜨게 하였습니다. 자신의 사명을 어김없이 수행하였습니다. 오랜 역경을 지나온 삶의 마지막 시기에 진리를 찾은 한 여인은 벅찬 감동으로 주님의 어머니를 즉시 알아봅니다. 한순간에 모든 것을 선명히 이해하였습니다. 그리고 무아지경으로 아름다운 찬미의 노래를 불렀습니다. “행복하십니다, 주님께서 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리라고 믿으신 분!” 궁극적 진리는 주님께서 하신 말씀을 믿는 일입니다. 로고스를 믿는 일입니다. 그 진리를 의심 없이 믿는 사람은 누구나 천상의 행복을 누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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