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12월 26일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 축일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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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노병규 | 작성일2010-12-26 | 조회수650 | 추천수15 | 반대(0) 신고 |
12월 26일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 축일-마태오 2장 13-23절
“일어나 아기와 그 어머니를 데리고 이집트로 피신하여, 내가 너에게 일러줄 때까지 거기에 있어라.”
<가까울수록>
성가정 축일을 맞아 가정, 식구, 가족 구성원에 대해서 조금은 엉뚱한 풀이를 해봤습니다.
남편: ‘남의 편’이나 드는 엉뚱한 사람이 아니라 오직 아내 편만 드는 사람 아내: ‘아무렇게나 해도 상관없는 내편’이 아니라 ‘안해’-‘내 안에 뜬 해’ 가족: ‘가까이 있는 족쇄’가 아니라 가까이 있기에 더욱 예의를 갖춰야 할 사람 친척: 친하기에 더욱 배척하지 말아야 할 사람
결국 가족, 식구들은 가까이 있기에 함부로 할 사람, 막 대할 사람이 아니라 가까이 있기에 더욱 존중하고, 더욱 배려하고, 더욱 예의를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존재로군요.
그러나 현실은 어디 그렇습니까? 늘 같이 붙어 다니다 보니 점점 그의 흠집은 커 보입니다. 점점 미운 구석이 늘어만 갑니다. 그러다보니 점점 애증(愛憎)관계로 접어듭니다. 때로 사랑하지만, 어떤 때는 증오합니다. 엄청 미워하지만 즉시 돌아서서 후회합니다. 그래서 늘 미안스럽습니다.
그래서 부부관계, 부자 관계, 모녀 관계, 형제 관계에는 적정선이 요구됩니다. 그 적정선이란 것은 마치 뱀 두 마리가 서로의 꼬리를 물고 있는 형국과도 비슷합니다. 서로의 꼬리를 너무 세게 꽉 물어버리면 상처가 생기고 피가 흐르며 그로 인해 관계가 단절됩니다. 그렇다고 해서 너무 느슨하게 물고 있으면 쉽게 분리되어버립니다. 서로 떨어져 나갑니다.
가까울수록 지혜로운 관계 맺음방식이 요청됩니다. 친할수록 예의범절이 요구됩니다. 관계 사이에 여백, 완충지대, 제3의 장소가 필요한 것입니다.
그 여백에 예수 그리스도께서 자리하시면 가장 바람직합니다. 그 완충지대를 침묵과 숙고의 시간으로 채워나가면 가장 좋습니다. 그 제3의 장소를 피정이나 영신수련, 깊이 있는 기도생활로 채워나가면 좋겠습니다.
요즘 너무나 많은 가정이 속수무책으로 붕괴되고 있습니다. 그로 인한 부작용은 정말 참담할 뿐입니다. 특히 아무런 죄도 없는 자녀들이 겪는 고통은 눈뜨고 볼 수 없는 고통입니다. 그 가녀린 어깨 위로 너무나 무거운 평생의 십자가가 얹어지는 것은 너무나 안타까운 일입니다.
가족 간의 유대와 일치에 금이 가기 시작할 때 마다 나자렛의 성가정을 한번 묵상해보시기 바랍니다. 그들은 참으로 이해하기 힘든 가정이었습니다. 예수, 마리아, 요셉이 한 가족으로 묶어졌지만, 솔직히 그들은 서로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이상한 가족이었습니다. 참으로 받아들이기 힘든 기막힌 현실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하느님을 원망하고, 서로 미워하고, 서로 부담스러워하기보다, 늘 먼저 하느님의 뜻을 찾아나갔습니다. 서로의 처지를 측은지심의 눈으로 바라봤습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할 수 있는 최선의 배려를 다했습니다.
그 결과가 ‘성가정’이었습니다.
유럽의 시골로 가면 아직도 집집마다 벽난로를 사용합니다. 요즘 같이 강추위가 계속될 때 식구들은 자연스럽게 벽난로 주변으로 모여듭니다. 벽난로 안에 장작 서너 개 집어넣고 불을 댕깁니다. 조금만 기다리면 기분 좋은 훈훈함이 거실에 가득 찹니다. 따뜻한 홍차 한 잔씩 하면서 도란도란 하루 동안 있었던 이야기를 나눕니다. 그렇게 겨울밤이 깊어갑니다.
가정, 생각만 해도 따뜻한 곳, 생각만 해도 빨리 돌아가고 싶은 곳, 떠올리기만 해도 마음이 훈훈해지는 그런 곳이어야 하지 않을까요. 오늘 우리 가정부터라도 그런 따뜻한 가정을 만들어보길 바랍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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