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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저를 낫게 해 주소서. 저를 살려 주소서
작성자김형기 쪽지 캡슐 작성일2010-12-27 조회수396 추천수4 반대(0) 신고
히즈키야의 발병과 치유(이사야서 38장)를 읽고

히즈키야가 병이 들어 죽게 되었는데, 이사야 예언자가 그에게 와서 주님의 말씀을 전하였다. “너는 회복하지 못하고 죽을 것이다. "히즈카야가 이 말을 듣고 주님께 기도하면서 말씀드렸다. "아, 주님, 제가 당신 앞에서 성실하고 온전한 마음으로 걸어왔고, 당신 보시기에 좋은 일을 해 온 것을 기억해 주십시오." "저를 낫게 해 주소서. 저를 살려 주소서.” 그러고 나서 히즈키야는 슬피 통곡하였다.
 
그러자 주님의 말씀이 이사야에게 내렸다. “나는 네 기도를 들었고 네 눈물을 보았다. 자, 내가 너의 수명에다 열다섯 해를 더해 주겠다.” 병이 들었다가 그 병에서 회복된 유다 임금 히즈키야는 다음과 같이 주님을 찬미했다. “보소서, 저의 쓰디쓴 쓰라림은 행복으로 바뀌었습니다. 당신께서는 멸망의 구렁텅이에 빠지지 않게 제 목숨을 지켜 주셨습니다. 정녕 저의모든 죄악을 당신의 등 뒤로 던져 버리셨습니다. 주님은 나를 구하시는 분, 우리 한평생 모든 날에 주님의 집에서 현악기 타며 노래 부르세."
 
내가 날벼락과도 같은 교통사고를 당하고 병원에 여러 달 입원해 있는 동안에 가장 고통스러웠던 일이 숨을 제대로 쉴 수 없는 것이었다. 여러 가지 원인이 겹쳐서 걸린 폐렴 때문에 온종일 쉴 사이 없이 기침이 터져 나와서 같은 병실에 입원한 환자에게 미안했다. 계속되는 기침으로 옆구리와 허리는 끊어질 듯이 아팠지만, 극도로 쇠약한 몸은 스스로 가래를 뱉어내지 못했다. 산소 호흡기를 늘 끼고 있었고 간호사들이 수시로 가래를 뽑아내 주었지만 숨 쉬는 것이 매우 힘들어서 잠을 제대로 잘 수도 없었다.
 
통증에 시달리고, 먹고 마실 수 없어서 배고픔과 갈증에 시달리고, 말을 할 수 없어서 의사 표시도 못 하던  그 당시에는 무엇보다도 숨 좀 제대로 쉬어보는 것이 가장 절실한 소원이었다. 히즈키야처럼 지난 내 삶을 돌이켜보며 주님께, “나 좀 살려 주십시오.”라고 간청하기는커녕 그저 동물적인 본능으로 헐떡거리며 숨이나 제대로 쉬어 보려는 것이 고작이었다. 기도할 기력조차 없었지만, 그 당시 내가 기도했다면 “주님, 숨 좀 쉴 수 있게 해 주소서.”였을 것이다.
 
아무도 나에게 몸이 어떠한 상태인지 말해주지는 않았어도 최악의 상황임을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매일 밤마다, “오늘 밤에 나는 죽겠구나.” 하는 생각에 눈물 지으며 멀리 LA에 살기는 하지만 한 번도 얼굴을 비추지 않은 둘째 딸이 보고 싶었다. (사실은 사고 직후 내가 의식을 잃고 있을 때에 둘째 딸이 다녀갔지만, 나는 몰랐다.). 매일 저녁 면회를 끝내고 병실을 떠나는 아내와 큰딸을 보며 이게 마지막 만남이려니 생각하며 눈으로 그들의 뒷모습을 쫓곤 했다. 내 나이 쉰여섯 살, 내 생의 한창때라고는 할 수 없어도 아직도 할 일이 남은 때에 떠나야 하는 아쉬움은 없었다. 그저 “이대로 떠나야 하나 보다.”라고 생각했다.
 
나중에 가족을 통해 들은 그 당시의 상황은 그리 좋지 않았다. 잘린 왼쪽 다리는 그렇다 치더라도, 폐렴으로 허파꽈리가 온통 짜부라들었고, 수혈 후 패혈증 우려도 있었고, 급격한 체중 저하로 의료진은 호전은 장담할 수 없고 더 이상 악화만 되지 않아도 다행이라고 조심스럽게 내다보았다. 그러나 주님은 히즈키야에게 해 주셨듯이 내 수명도 늘려 주셨다. 히즈키야는 주님 앞에서 성실하고 온전한 마음으로 걸어왔고, 주님 보시기에 좋은 일을 해 온 것이 있음을 기억해 달라고 했지만 나는 주님 앞에 무엇 하나 내세울 것이 없었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주님은 내 수명을 늘려 주셨다. 해를 따라 내려갔던 해시계의 그림자를 서른 칸 정도 뒤로 돌리셨는지는 모르지만… 내 욕심이 너무 과한가?

그리고 나서 지금까지 5년. 사고 당시의 고통은 행복으로 바뀌었다. 가족과 함께 지낼 수 있으며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즐길 수 있는 일을 즐기며 사는 것이 행복임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이번에 이사야서를 대하며 두려움을 느꼈다. 나중에 부르심을 받고 주님 앞에 서게 되면, “나는 너의 수명을 더하여 주었다. 그런데 너는 내 앞에서 성실하고 온전한 마음으로 걸어왔고, 내 보기에 좋은 일을 하며 지냈느냐?”라는 질문을 받을 것 같아서다. 그때가 되면 무엇이라고 대답해야 할까? 지금부터라도 답변을 준비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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