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월 3일 주님 공현 후 월요일
Repent,
for the Kingdom of heaven is at hand.
(Mt.4.17)
제1독서 1요한 3,22ㅡ4,6
복음 마태오 4,12-17.23-25
어렸을 때에 저희 집은 주택이었습니다(하긴 당시 대부분이 주택에 살았지요). 제가 워낙 작아서일지는 모르겠지만, 어렸을 때의 기억을 떠올리면 마당도 상당히 넓었고 집도 꽤 컸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집 안에는 오래된 물건들이 상당히 많았습니다. 어머니께서 워낙 검소하시기 때문에 아무리 낡은 물건도 허투루 버리는 법이 없으셨거든요. 하지만 골동품처럼 보이는 그 많은 물건들이 아파트로 이사 가게 되면서 모두 고물상으로 넘어가고 말았습니다. 사실 그 많은 물건들이 사라지니 얼마나 시원했는지 모릅니다. 오래된 물건들이 없어지는 순간, 그 자리를 새 물건이 차지하게 되니까요.
그런데 얼마 전, 텔레비전에서 골동품을 감정하는 프로를 우연히 보게 되었습니다. 별 것을 다 가지고 와서 감정을 받더군요. 그러면서 어렸을 때 보았던 물건들을 지금도 가지고 있었더라면 상당한 이득을 보았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래된 재봉틀, 그릇, 전축, 텔레비전 등등 그때에는 새로운 것으로 교체함으로 인해 기뻤지만, 이제는 그것을 가지고 있어야 했는데 라는 후회가 생기게 됩니다.
하지만 이러한 후회가 의미가 있을까요? 지금 내가 가지고 있지 않은 한 ‘왕년에 몇 개 가지고 있었는데…….’라고 말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가지고 있다, 가지고 있지 않다가 중요한 것이지, ‘전에 가지고 있었다.’ ‘앞으로 가질 것이다.’라는 것은 모두 의미 없입니다.
오늘 복음을 보면 공생활을 시작하시는 예수님께서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시는 장면이 나옵니다.
“회개하여라. 하늘 나라가 가까이 왔다.”
하느님 나라가 가까이 왔기 때문에, 지금 당장 회개하고 주님 편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옛날에 주님 편이었다는 사실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주님 편이 될 것이라고 말하는 것 역시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지금 현재 누구 편인가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제1독서를 통해 요한 사도도 세상에 속한 사람이 아니라, 하느님께 속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십니다. 하느님께 속한 사람, 즉 하느님 편에 선 사람만이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후회하기 전에 예수님의 선포 말씀을 받아들여야 할 것입니다. 지금 일이 많다는 이유로, 지금 여유가 없다는 이유로, 그리고 그 밖의 많은 이유를 들어 주님의 말씀을 거부해서는 안 됩니다. 왜냐하면 하느님 나라는 영원한 생명이 보장되는 나라로 우리 모두가 반드시 들어가야 할 나라이지만, 그 나라가 언제 올 것인지 세상의 그 누구도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앞서 옛날 물건들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후회하는 것처럼, 주님의 기쁜 소식을 받아들이지 않았음을 후회하게 될 것입니다. 따라서 그 후회를 없애기 위해서라도 주님 편이 되어 주님 뜻에 맞게 살아야 합니다. 그러한 생활 끝에 우리는 주님께서 주시는 큰 영광을 얻게 될 것입니다.
어리석은 자의 분명한 증거는 자기의 생각을 고집하며 쉽게 흥분하는 것이다.(몽테뉴)
이해한다는 것(‘좋은 글’ 중에서)
어느 한 할아버지가 암 선고를 받은 뒤부터 평소와 달리 난폭해지기 시작했다. 식구들에게 불평을 늘어놓는 것은 물론, 주변 사람들에게 욕을 하고 싸움을 걸기도 했다. 심지어 의사와 간호사들에게까지 난폭한 행동을 서슴지 않았다. 전문 상담가도 소용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할아버지와 가끔 만나던 동네 꼬마가 병문안을 왔다. 내심 식구들은 걱정했지만 30분이 지난 후, 아이는 웃는 모습으로 병실을 나왔다.
꼬마는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찾아와 할아버지와 시간을 함께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자 할아버지의 태도가 180도 달라졌다. 사람들과 자연스레 어울렸으며, 대화도 부드럽게 나누었다. 할아버지의 변화에 놀란 식구들이 꼬마에게 물었다.
“할아버지와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한 거니?”
“아무 이야기도 하지 않았는데요.”
“아니, 매번 30분씩이나 할아버지와 함께 있으면서 아무 말도 안 했다는 거니?”
꼬마가 해맑은 얼굴로 대답했다.
“전 그냥 할아버지가 우시기에 같이 울었을 뿐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