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사람들에게 “회개하여라. 하늘 나라가 가까이 왔다.”라고 선포한 두 사람이 있었습니다. 예수님과 세례자 요한입니다. 인간적인 이해로 보면 두 분은 경쟁적인 관계일 것입니다. 동시대에 태어나신 같은 또래이신 데다가 사촌지간이셨고, 두 분 다 자신의 방식으로 제자들을 불러 모으시고 가르침을 주셨기 때문입니다.
또한 인간적 시선으로 비교해 보면, 광야에서 금욕 생활을 하며 세례를 베풀던 요한이 훨씬 더 멋진 구도자처럼 보입니다. 먹고 마시며 떠도시던 예수님보다 세례자 요한이 사람들에게 더 큰 존경을 받았을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요한은 자신을 포기하고, 제자들에게 예수님을 가리켜 “그분은 커지셔야 하고, 나는 작아져야 한다.”라고 말합니다.
영성 생활을 하면서 우리가 직면하는 중요한 질문은 ‘예수님이냐?’, ‘나냐?’ 하는 물음입니다. 매사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사랑받고자 하는 집착 때문에, 우리는 내 안에서 ‘주님’을 몰아내고 그 영광의 자리에 온통 ‘나’를 자리 잡게 합니다. 마음 밑바닥에서 예수님과 경쟁을 벌여서 내가 이기고 맙니다. 이런 믿음의 삶을 살다가는 결국은 허무한 ‘영적인 패자’가 되고 맙니다.
오늘 복음에서 요한의 위대함은 많은 사람은 물론, 예수님께까지 세례를 베푼 ‘세례자’로서 업적 때문이 아닙니다. 오히려 반대로, 자신은 작아지고 작아져서 한 점 티끌이 되어 역사 속으로 사라지면서 그 자리에 예수님을 모셔 놓은 데 있습니다. 우리가 봉사하고 말없이 떠난 자리에도 그렇게 주님만이 계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