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세례 축일. 마태 2, 1~12
마태오 복음.3,13-17
세례를 받으신 예수님께서는
하느님의 영이 당신 위로 내려오시는 것을 보셨다.
하느님께서 세례를 받으시다
물로 세례 받으신 ‘철저한 인간’예수님 묵상하며
세례 받고 첫 영성체하던 순수한 마음으로 돌아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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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제목은 하늘과 땅에서 최고의 뉴스가 될 만한 기삿거리입니다. 하느님께서 세례자 요한을 직접 찾아가셔서 세례를 받으심은 이해되지 않는 부분입니다. 아무런 죄도 없으신 하느님의 아들이 세례를 받는다는 것은, 하느님께서 인간이 되신 신비와 마찬가지로 이해할 수 없는 영역입니다.
예수님께서 세례를 받으심은 철저히 인간이 되셨음을 보여주신 의지적 행위입니다. 그동안은 당신 주변 조연들의 역할을 통해 자신을 드러내셨다면, 이제부터는 주연으로서 그 역할을 전개하실 것이라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예수님의 세례 받으심을 통해 몇 가지 묵상을 하고자 합니다.
첫째, 예수님께서는 하느님이셨지만 철저히 인간이 되셨습니다. 인간을 얼마나 귀하게 여기고 사랑하셨으면 하느님께서 인간이 되셨을까 묵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러면서 나 자신부터 철저한 인간이 되고자 노력해야겠다고 다짐합니다. 예수님이 되고자 했던 그 순수한 인간이 되는 것 말입니다. ‘무엇을 하든 먼저 인간이 되어라.’라는 말처럼 참된 인간성을 지닌 존재가 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인간다운 인간,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는 것이 바로 하느님 자녀로서의 품위를 누리는 길이라 여겨집니다.
둘째, 예수님께서는 하느님이셨지만, 인간으로 세상에 오시어 죄인들이 받는 세례를 받고 인간의 굴레를 받아들이셨습니다. 이제 우리는 예수님께서 받은 세례를 받아들여 하느님의 굴레, 하느님의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세례의 은총으로 하느님과 사람들에게 지은 죄, 우상숭배들, 겉치레와 거짓, 은밀한 것들로부터 자유로워져 “너는 내 사랑하는 아들?딸이며, 내 마음에 드는 아들?딸”이라는 하느님의 음성을 매일같이 듣고 사는 것입니다. 그보다 큰 행복은 없을 것입니다.
셋째, 내가 받은 세례를 정화하는 것입니다. 고해성사로 예수님께서 십자가 위에서 흘리신 피와 물로 모든 죄의 씻김을 받은 세례성사의 은총을 회복하는 것입니다. 세례를 받고 첫영성체하던 때의 순수한 마음으로 돌아가, 하느님 안에서 행복해하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해야 합니다. 그동안 살아오면서 부귀영화, 사회적 명예와 욕망의 세속적인 세례를 받아들이고 은밀하게 즐겼던 자신을 돌이켜보고 반성하며, 본래 받았던 하느님 세례의 은총을 회복해야겠습니다. 이를 위해 교회는 고해성사를 보도록 가르치고 있습니다.
넷째, 예수님께서는 하느님의 아들이셨지만, 인간 앞에 무릎을 꿇고 세례를 받으셨습니다. 우리도 예수님처럼 자신의 권위를 내세우지 않고, 옳음에 순명하며 동참해야 할 것입니다. 학식이 높다고, 가진 것이 많다고, 지위가 높다고, 미모가 뛰어나다고, 육신이 건강하다고 뽐내고 자랑할 것이 아니라, 진실과 사랑 앞에 자신을 겸손 되이 내어 놓고, 마지막 부족함의 허물까지 없애고 순수한 존재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겸손함이 참으로 필요하다고 여겨집니다.
다섯째, 예수님께서는 세례자 요한을 극진히 존중해 주십니다. 그동안 세례자 요한이 베풀었던 인간의 세례를 넘어서는 하느님의 세례를 줄 수도 있는 분이셨지만, 세례자 요한이 행해왔던 바를 존중하고 그의 세례를 완전한 것으로 만들어 주기 위해 그에게 다가가십니다. 상대가 틀리거나 잘못되지 않았다면, 끝까지 존중해 주는 자세를 예수님을 통해 배울 수 있습니다.
여섯째, 예수님께서는 세례자 요한의 협조자가 되어 주시며, 때가 되기까지 자신의 때를 기다리십니다. 보통 사람들은 누군가의 협조자가 되어 주기보다는 협조자를 옆에 두고 군림하고 싶어 합니다. 또한, 인생의 조연으로 살기보다는 주연으로 살기를 바랍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기꺼이 협조자이며 위로자로서, 요한의 두 팔과 두 다리에 힘을 불어넣어 주시는 분이셨습니다. 우리도 때를 기다리며 누군가의 협조자이며 위로자로서 살 수 있는 여유를 가져야 할 것입니다.
누군가 인간은 죽으면서 ‘껄껄’거리며 죽어간다고 했습니다. 그동안 주변 사람들에게 더 잘 해줄 걸, 용서해줄 걸, 사랑해줄 걸, 고백할 걸, 웃어 줄 걸 등 다 못 해준 것에 대한 아쉬움 때문에 후회하며 세상을 마치는 모습을 두고 하는 말입니다. 주님 세례 축일을 지내며 후회 없는 나의 인생이 되기를 다짐하며, 여러분도 세례의 은총을 새롭게 하시기를 기도합니다.
최 인각 신부(수원가톨릭대학교 학생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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