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월 12일 연중 제1주간 수요일
He cured many who were sick with various diseases,
and he drove out many demons,
Rising very early before dawn,
he left and went off to a deserted place,
where he prayed.
(Mk.1.34-35)
제1독서 히브리서 2,14-18
복음 마르코 1,29-39
어제 있었던 인천교구 사제 부제 서품식은 무사히 잘 끝났습니다. 7천 명 정도의 신자들과 함께 하는 서품식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큰 문제없이 잘 마무리된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주교님과 많은 신부님들이 서품식 잘 되었다고 칭찬을 해주시더군요. 그런데 이러한 격려와 칭찬의 말을 들으면서 과연 내가 들을 자격이 있는가 라는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왜냐하면 저 혼자만으로는 절대로 할 수 없는 일이었으니까요.
참 많은 분들의 노고가 함께 들어갔기에 잘 끝날 수 있었습니다. 인천교구 전체 신학생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있었기에 행사 진행과 성가 그리고 전례 등이 원만하게 진행될 수 있었고, 여성합창단과 명동 어린이 합창단의 노래로 인해 더욱 더 아름다운 전례가 될 수 있었습니다. 또한 보이지 않는 곳에서 봉사해주신 성소후원회 회원들이 없었다면 역시 불가능했던 서품식이었습니다. 그리고 추운 밖에서 차량을 봉사해주셨던 부천 운전기사 사도회 회원들, 부천실내체육관을 잘 사용하도록 애써주신 체육관 관계자 분들도 감사해야 할 분들이십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주교님 두 분과 많은 신부님들 그리고 그렇게 눈이 많이 왔음에도 불구하고 체육관에 와 주신 7천 명의 신자들 덕분에 많은 준비와 진행이 필요했던 서품식이 잘 끝날 수가 있었던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렇게 많은 분들의 기도와 노력 덕분으로 잘 끝났던 것을 저 혼자만 그 모든 칭찬을 받고 있었다는 사실에 너무나 얼굴이 부끄러워집니다. 그래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감사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라고 말하지 않을 수가 없더군요. 오늘 복음을 보니 예수님도 당신 혼자서 모든 것을 다 하신 것은 아니었습니다.
열병으로 누워 있었던 시몬의 장모가 나을 수 있었던 것은 아픈 장모를 데리고 온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병든 이들과 마귀 들린 이들을 데리고 온 사람들이 있었기에 그들의 병을 치유 받을 수 있었습니다. 예수님께서 물론 찾아다니시기는 하지만, 결정적으로 예수님 앞에 데리고 오는 그 누군가가 있었기 때문에 하느님의 영광이 이 땅에 드러났던 것입니다.
모든 것을 하느님께 의지하는 굳은 믿음이 우리에게는 매우 중요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믿음으로 자신이 해야 할 것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하느님의 뜻을 제대로 모르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주님께서는 우리들의 노력과 수고를 통해서 더 큰 기적을 만들어내시는 분이기 때문입니다.
세상은 나 혼자 살아가는 곳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곳입니다. 즉, 함께 살아가며 각자 맡은 몫에 충실하며 살아갈 때 하느님의 큰 뜻이 이 땅에서 실현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하느님이 알아서 하시겠지 라는 안일한 마음으로 정작 자신의 몫을 다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소위 사회말로 ‘직무유기’가 아닐까요?
함께 살아가는 이 세상에서 하느님의 큰 뜻이 실현되는데 한 몫을 담당할 수 있는 우리들이 되어야하겠습니다. 이는 계속 말씀드리지만, 자기에게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며 살아갈 때에만 가능합니다.
승자의 입에는 솔직함이 가득하고 패자의 입에는 핑계가 가득한 법이다.(J. 하비스)
누구나 장원이 될 수 있다(‘좋은생각’ 중에서)
옛날, 화려한 장원 급제 행렬이 지나가면 사람들은 모두 길에 나와 구경했다. 그때 한 나무꾼이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 “장원이 뭐 그리 대단하다고 이 야단인지...” 말 위에 있던 장원은 나무꾼의 말에 호기심이 생겼다. “당신은 어떤 재주가 있소?” “저는 어떤 나무든 정확히 쪼갤 수 있습니다.” 장원은 굵은 나무토막 가운데에 줄을 긋고 그 줄대로 쪼개어 보라고 했다. 나무꾼이 도끼를 내리치자 나무토막이 줄을 따라 정확히 갈라졌다. “와! 대단하오.” 구경하던 사람들 모두 감탄하며 박수를 쳤다.
“뭐 별로 대단하지도 않은 재주로구먼.” 기름 장수가 시답잖다는 듯 끼어들었다. “그래요? 당신 재주도 보여 주시오.” 장원이 말했다. “저는 저울을 쓰지 않고도 기름을 정확히 따라 줄 수 있습니다.” 기름 장수는 엽전을 병 주둥이 위에 올려놓고 커다란 기름통을 기울여 엽전 구멍으로 흘려 부었다. 따라 놓은 기름을 재보니 정확히 한 말이었다. “와, 정말 대단해.” 구경꾼들이 기름 장수의 재주를 칭찬했다.
그러자 구경하던 아낙네가 말했다. “그게 뭐 그리 대단해요? 평생 기름만 팔았으니 당연하죠.” 장원은 놀라서 물었다. “아낙도 무슨 재주가 있습니까?” 아낙은 한 바가지 쌀과 좁쌀을 섞어 체에 치기 시작했다. 몇 번 치니, 쌀과 좁쌀이 둘로 나뉘었다.
장원이 말했다. “어디에나 장원이 있군요. 모두 자신만의 재주를 가지고 묵묵히 일하는데 저만 북을 두들기며 수선을 떨었으니 부끄럽습니다.” 그 후로 장원은 겸손한 마음으로 백성을 대하며 선정을 베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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