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1월 17일 월요일 성 안토니오 아빠스 기념일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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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노병규 | 작성일2011-01-17 | 조회수1,067 | 추천수21 | 반대(0) 신고 |
1월 17일 월요일 성 안토니오 아빠스 기념일 - 마르2,18-22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
<달라진 얼굴>
서원을 앞두고 긴 피정을 마친 형제들의 얼굴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습니다. 피정이 얼마나 좋았던지 얼굴 색깔까지 다릅니다.
피정의 결실도 대단합니다. 한 형제는 평소 자신이 제일 아끼는 옷 한 벌을 제 사무실에 가져다 놓았습니다. 피정기간동안 하느님 외에 부차적인 것들, 물질적인 것들에 대한 집착이 너무 크다는 반성을 하게 되었답니다. 그래서 앞으로 하느님께만 충실하겠다는 표현으로 옷을 가져온 것입니다.
한 형제는 그러지 말라고 해도 지나칠 정도로 음식을 절제하더군요. 이유를 물어보니 그랬습니다. 피정기간동안 자신이 알지 못했던 내면의 어두움과 죄를 직면하게 되었고, 큰 부끄러움을 느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죄인을 극진히 사랑하시는 하느님의 얼굴도 뵙게 되었다. 부끄러운 지난 삶에 대해 일언반구도 하지 않으시고 그저 따뜻한 눈빛으로 치유해주신 주님, 이런 주님 자비에 대한 보답으로 절제된 생활을 선택했노라고 말했습니다.
서원을 앞두고 ‘과거의 나’란 낡은 옷을 버리고 예수 그리스도란 새 옷으로 깔끔하게 단장한 형제들의 모습이 참으로 빛나보였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우리 각자를 향해서도 어제와 결별하고 산뜻하게 새 출발하라는 강렬한 메시지를 보내고 계십니다.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
새 포도주로 우리 앞에 나타나신 하느님의 분신 예수님, 우리를 향한 그분 사랑의 눈빛은 얼마나 강렬한지 모릅니다. 그분의 절절한 사랑으로, 불타는 눈빛 한번으로 우리의 모든 죄는 눈 녹듯이 사라집니다.
그분의 존재 자체는 또 얼마나 감미로운지요. 한번 그분의 맛을 본 사람은 세상 모든 시름을 다 잊습니다. 어떻게 하면 좀 더 그분 가까이, 어떻게 하면 조금만 더 오래 그분 옆에 머무를까, 그것이 그 사람에게 남겨질 유일한 과제입니다.
10년 만에 사법고시에 최종적으로 합격한 사람을 만났습니다. 연수원으로부터 언제까지 입소하라는 초대장(공문)을 받았습니다. 얼마나 가슴 벅찼겠습니까? 얼마나 기분이 좋았겠습니까?
어떻게 보면 오늘 우리 각자도 하느님으로부터 초대장 하나씩을 받았습니다. 연수원 입소보다 훨씬 소중하고 기분 좋은 구원에로의 초대장입니다. 하느님 나라 입장을 위한 티켓입니다.
사법연수원 입소를 위해서는 몇 가지 준비물이 필요하겠지요. 합격증서도 필요하겠지요. 신분을 증명할 신분증도 필요합니다. 깨끗한 양복도 한 벌 필요하겠습니다. 와이셔츠며 구두도 필요합니다. 연수기간 동안 필요한 잡다한 생필품도 필요하겠지요. 법학사전이며 참고서도 필요하겠습니다.
그러나 하느님 나라에 입소하기 위해서는 많은 것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단 한 가지 필요한 것, 바로 새 옷으로 갈아입는 것입니다. 세상의 옷을 벗고, 과거의 옷을 벗고 예수 그리스도란 새 옷으로 갈아입는 것이지요.
하느님 나라 입국이란, 즉 구원이란 무엇이겠습니까? 단순히 고통으로부터의 해방을 넘어서는 것입니다. 억압으로부터의 탈출을 넘어서는 것입니다. 사랑 자체이신 하느님과의 충만한 삶입니다. 자비로 똘똘 뭉쳐진 하느님과의 합일로 인한 완전한 기쁨의 나날입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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