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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1월 23일 연중 제3주일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11-01-23 조회수778 추천수18 반대(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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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23일 연중 제3주일-마태오 4장 12-23

 

“즈불론 땅과 납탈리 땅, 바다로 가는 길, 요르단 건너편, 이민족의 갈릴래아, 어둠 속에 앉아 있는 백성이 큰 빛을 보았다.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운 고장에 앉아 있는 이들에게 빛이 떠올랐다.”

 

<키 큰 나무>

 

 

    수도원에서 멀지 않은 곳에 참으로 아름다운 휴양림이 있습니다. 이 휴양림의 특징은 키가 아주 큰 나무, 고개를 완전히 위로 젖혀야 나무 꼭대기를 바라볼 수 있는 쭉쭉 뻗은 나무, 메타세쿼이어가 많다는 것입니다.

 

    키 큰 나무 사이를 걷다보니 한 가지 느낌이 다가오더군요. 키 큰 나무를 따라 내 키도 커지는 느낌, 키 큰 나무를 따라 내 마음도 커지는 느낌, 키 큰 나무를 따라 내 영혼도 커지는 느낌말입니다.

 

    언젠가 여러모로 '크신' 분을 만난 적이 있습니다.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얼마나 관대하시던지, 사유의 폭이 얼마나 넓던지, 그 영혼은 또 얼마나 맑던지, 같이 대화를 나누는 동안 제 혼탁했던 마음이 말끔히 씻김을 받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때 생각했습니다. 제대로 된 스승 한 분을 잘 만난다는 것, 이렇게 중요한 것이로구나, 한 사람 제대로 만나면 삶이 완전히 바뀌게 되는구나, 하는 생각 말입니다.

 

    이런 면에서 우리는 참으로 행복한 사람들입니다. 우리는 인류 역사상 가장 탁월한 스승, 가장 지혜로우신 분, 더 이상 완벽할 수 없는 지도자이신 예수님을 만났기 때문입니다.

 

    그분으로 인해 어둠 속에 앉아 있던 우리 앞에 큰 빛이 비춰졌습니다. 그분으로 인해 우리는 죽음의 그림자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타임’지의 편집장 리처드 스텐절이 쓴 책 ‘만델라스 웨이’를 읽어보셨는지요? 리처드 스텐절은 역사에 길이 남을 전설적인 남아프리카 대통령 넬슨 만델라와 3년 가까이 지내면서 그의 자서전 집필에 참여했던 사람입니다.

 

    3년간의 시간을 만델라 대통령과 함께 보낸 그가 떠나면서 남긴 말은 제게 큰 충격이었습니다.

 

    “만델라를 만나면서 제 자신이 좀 더 커진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를 떠나오자 제 삶에서 태양이 빠져나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나는 어떠한가, 진지한 반성을 해보았습니다. 특히 요즘 같은 인사이동 철에. 함께 동고동락했던 여러 형제들이 떠나가고 떠나오는 시절, 제 삶을 돌아봅니다.

 

    나와 함께 살았던 형제들이 나를 통해 커졌는가, 나와 함께 살았던 형제들이 나를 떠나가면서 태양 하나가 빠져나가는 느낌을 받았는가?

 

    그것까지는 바라지도 않습니다. 나와 함께 살았던 형제들이 나를 통해 잔뜩 주눅 들거나 의기소침해진 것은 아닌가, 반성하고 있습니다. 나와 함께 살았던 형제들이 나를 떠나가면서 너무 기쁜 나머지 콧노래를 부르고 있지는 않은지?

 

    서로가 서로에게 존재 자체로 기쁨이요, 희망이요, 구원이라면 얼마나 좋을까요? 상대방이 나로 인해 영혼이 맑아지고, 키가 커지고, 행복이 배가된다면 얼마나 하느님께서 기뻐하실까요?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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