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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현존하시는 하느님> 책을 읽고
작성자박영미 쪽지 캡슐 작성일2011-01-23 조회수436 추천수4 반대(0) 신고

나에게 있어 존재와 삶의 화두는 언제나 비슷한 곳에서 출발하여 결론지어지곤 한다. 사실 나라는 사람이 이 세상에 태어나게 된 존재의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생각에서 출발하여 절대자이신 하느님의 실존을 깨닫게 되고 그 안에서 참된 나를 찾게 되는 과정이 아닌가 싶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며 진정으로 참된 나를 찾기 위해서는 고통을 감내하며 나를 버려야함을 조금이나마 알아가게 된다. 여전히 나라는 존재, 하느님의 현존 그리고 그 안에서 발견하는 내 실존에 대한 의문은 아직도 완전히 알 지는 못했고 여전히 추구해야하는 인생의 물음표로 남아 있지만 말이다.

 

신앙인으로 살아가기 위해 예수님의 가르침을 교회 공동체, 가족 공동체, 내 삶안에서 실천하기 위해 애쓰지만 그것이 내 마음대로-이 것 또한 교만의 출발일지도 모르지만- 되지 않을 때가 많고 나의 한계성에 실망하고 좌절하며 때로는 지쳐가는 경험을 하곤 한다.

 

신앙인이 배우고 실천해야하는 겸손에 관해 작가가 풀어 놓은 사유가 참으로 이채롭고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사람은 완전하게 겸손해질 수 없다고 이야기한다. 겸손은 희생과 수용능력의 향상이라는 단계를 교차하며 성숙할 수는 있지만 우리 인간은 절대로 겸손을 완성할 수 없다고 한다. 겸손의 완성은 우리 자신을 완전히 내어 내주는 것, 존재에 입각한 온전한 자기양도에 있는데, 그렇게 되면 우리는 우리 자신의 존재를 부인하게 되어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된다고 한다. 그러면 우리는 우리 자신을 내어 줄 수도 없다.

 

우리가 추구하고자 하는 인간적인 겸손이 항상 단편적이고, 모순적이며, 분열되어 있어 무력하지만 이 같은 무력을 겸손되이 받아 들이고 그러면서 겸손의 완성을 실현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인간적인 겸손의 최종 깊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예수님은 인간의 모습으로 완전한 형태로 겸손을 실천하신 분이시다. 자신을 떠나 자신을 끊임없이 생명으로 변화시키는 자유에서 비롯된 겸손의 실천을 우리에게 보여 주셨다.

 

내가 나로 가득 차 있는 상태에서는 결코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 겸손의 실천이다. 나를 끊임없이 비워내는 작업, 내 실존의 깊은 곳으로 찾아가 그 안에서 나를 창조하신 하느님을 만나는 과정을 매일 매일 반복함으로 어느새 내 심연은 내가 아닌 당신으로 채워질 수 있을 것이다. 그리하여 나는 희생과 수용의 폭을 키우고 예수님의 겸손을 조금씩 흉내낼 수 있을 것이다.

 

궁극적으로 내 삶의 길에서 만나는 모든 대상에 햇살처럼 바람처럼 공기처럼 물처럼 어느새 스며드는 사랑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그 밖에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준 이 책을 읽게 되어 참으로 감사하다.

 

 

 

......저희 본당에서는 지난 해에 구역별로 영성서적을 돌려가며 읽는 운동을 했었어요. 덕분에 개인적으로 한글 신앙서적들을 잘 구하지 못해 읽지 못하고 답답했었는데 신부님께서 한국 방문하는 분들을 통해 책을 구입하고 또 이렇게 돌려보고 감상문도 써보고 하는 기회를 주셨어요.

 

<현존하시는 하느님>이라는 책을 읽으면서 생각의 바다로 빠져 자유롭게 수영을 했던 생각이 납니다. 책에는 제가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도 많았지만 하느님과 예수님, 신앙과 인간에 대한 저의 생각과 말로 정의하지 못했던 부분을 고개를 끄덕이며 어렴풋이 이해할 수 있게 만들곤 했습니다.

 

한참 전에 써 두었던 독후감상문 같은 글인데 나누고 싶어서 올립니다. 기회가 되시면 책도 한 번 읽어보시기 바래요.

 

최근 박완서 정혜 엘리사벳님의 선종을 보며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잘 알지는 못하나 그분의 글을 통해 느낄 수 있었던 하느님을 알고 하느님을 찾다가 곱게 돌아가신 분이라는 느낌이 듭니다. 그리고 그런 분들의 죽음은 우리에게 늘 따스한 희망을 주시는 것 같습니다. 죽음이 죽음이 아닌 듯 느껴지니까요. 언제가 될 지 알 수 없으나 나도 그분들처럼 하느님께로 돌아갈텐데... 그 순간이 왔을 때 환한 웃음 지으며 맞이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그러기 위해선 살아 있는 동안 하느님을 사랑하고 사람을 사랑하는 일에 치열하게 내 열정과 에너지를 쏟아 부어야하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해 봅니다.

 

늘상 부족한 것 같고 그래서 또 하느님께 매달리고 내가 노력하는 겸손이라는 것도 한계가 있는 듯 느껴졌을 때 이 책을 읽고 나는 예수님처럼 완전한 겸손을 이룰 수 없는 사람이란 걸 깨닫게 되고 그러면서 부족함의 올바른 자각에서 비롯된 희망을 만나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주님의 날 새벽에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글도 찾아 올려 놓습니다. 주님을 만날 희망과 주일학교 아이들과 주님 안에 놀 생각을 하며 기쁜 마음으로 또 하루를 시작합니다.

 

오늘도 주님 안에 기쁨의 날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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