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바람막이
작성자김열우 쪽지 캡슐 작성일2011-01-27 조회수395 추천수3 반대(0) 신고

햇볕의 혜택을 갈망하여, 우리 집은 방이나 거실의 창을 아주 크게 만들었습니다.

여름에 동, 남, 북향의 모든 창을 열어 놓는다면 사방으로 뚫린 정자 같을 지경입니다.

그런데 시원하고, 밝고, 따듯한 유익이 있는가 하면,

지나친 일조량때문에 여름에는 햇볕을 가리기 바쁘고, 겨울이면 들이치는 찬바람을 막아내기에 고심합니다.

지구온난화로 세계가 골치를 앓지만, 나는 오히려 막대한 연료비 걱정을 덜어주어 반갑기까지 하였습니다.

 

그런데, 늘상 그러려니 하는 사람의 기대나, 예상을 무색케 하시는 주권자 하느님이신 것 같습니다.

올해는 영하 15도를 넘는 혹한이 들이닥쳤습니다.

유별나게 많이 뚫어 놓은 창 틈으로 불어 닥치는 북풍 혹한은 호흡기를 차갑게 만들어 기침을 동반한 감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하였습니다.

창마다 비닐로 봉하고, 커튼을 쳐도 찬바람이 스며듭니다.

그래도 막아낼 수 없는 한기를 막기위해 매트로 가렸더니, 아주 아늑하여졌습니다.

북풍혹한에 맞서 그 찬 기운을 막아내 준 매트의 능력에 감격했습니다.

 

예수님처럼 온 몸으로 우리의 이웃들을 북풍 혹한으로부터 막아내 주신, 이태석 신부님의 이야기를 TV에서 보았습니다.

예수님보다 더 감동적이기 까지 하였습니다.

예수님은 시기나 공간적으로 거리가 먼 반면, 이태석 신부님의 이야기는 바로 오늘, 우리 시대의 이야기이며, 우리 곁에 계셨던 분이셨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그렇게 멋진 분을 48세라는 짧은 연세에 데려가실 수가 있으셨을까?

33세의 예수님을 데려가시더니.. 하느님도 참!

나의 친 형제를 잃은 것처럼 마음이 아팠습니다.

예수님처럼, 신부님 또한, 북풍혹한을 온 몸으로 막아내 주신 것입니다.

 

비록 짧은 생애를 사셨지만, 그분의 행적은 결코 짧지 않았습니다.

다른 사람이 100세를 살아도 이루지 못할 일들을 이루어내셨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쇠털같이 많은 날들을 향유하며 삽니다.

그 많은 날 동안 여러 가지 일들을 합니다.

모래 위에 세워 비바람이 불면 곧 무너지고 말, 집을 세우거나, 혹은 반석위에 영원히 무너지지 않을 집을 세우기도 합니다.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그대로 행하는 자는 반석위에 집을 짓는 것과 같고, 말씀을 들어도 그대로 행하지 않는 자는 모래위에 집을 짓는 것과 같다고 예수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이태석 신부님,

하느님 말씀 따라 영원히 쓰러지지 않을 반석위에 집을 세운 지혜로운 분이셨습니다.

가장 약한 사람들의 바람막이가 되어 베푼 선행은 하느님께 한 것이며, 그 선행은 영원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2011년 1월 27일 오후 6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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