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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명절 합동위령미사 때마다
작성자지요하 쪽지 캡슐 작성일2011-02-07 조회수627 추천수3 반대(0) 신고
지요하와
함께 보는
믿음살이 풍경 (35)
 
 
 

                                      명절 합동위령미사 때마다
 
 
 



설 명절을 잘 쇠셨는지요. 명절 끝이니, 명절 관련 얘기 하나 해보겠습니다.

해마다 세 번씩 ‘합동위령미사’를 봉헌합니다. 두 번의 명절과 11월 ‘위령의 달’에 하는 일이지요. 명절을 맞으며 맨 먼저 하는 일이 합동위령미사 예물봉투를 챙겨 일찌감치 성당 사무실에 맡기는 일입니다. 예물봉투를 꼭꼭 세 개씩 마련합니다. 물론 처음에는 한 개씩 마련했지만, 꽤 오래 전부터(혼인 이후로) 세 개씩 마련했지 싶습니다. 하나에는 내 선친과 친족들 중에서 최근 별세한 이들의 이름을 적고 맨 아래에 내 이름과 함께 ‘모든 조상을 위하여’라는 말을 적습니다. 또 하나의 봉투에는 외조부모의 함자와 최근에 별세한 외족들의 이름을 적고 맨 아래에 모친의 이름과 함께 ‘모든 조상을 위하여’라는 말을 적습니다. 다른 또 하나의 봉투에는 고인이 되신 장모님과 최근 별세한 처족들의 이름을 적고 맨 아래에 아내의 이름과 함께 ‘모든 조상을 위하여’라는 말을 적습니다.

그러니까 내 쪽의 조상들뿐만 아니라 외가와 처가의 조상들까지 다 아울러서 위령미사를 봉헌하는 것이지요. 명절 때마다 성당에 가서 합동위령미사를 봉헌하는데, 달랑 내 쪽의 조상들만을 생각한다는 게 부당하게 느껴지고 아내에게 미안해서 처가 쪽 조상들도 생각하다 보니 외가 쪽 조상들도 챙기게 된 것이랍니다. 외가 쪽으로는 천주교 신자들이 있지만 처가 쪽으로는 조상들을 위해 위령미사를 봉헌해줄 사람이 아무도 없으니, 아내로서는 더더욱 다행스럽고 기쁜 일이었습니다.  

내 친족 쪽도 처음에는 조상들을 위해 위령미사를 봉헌해 줄 사람이 나 하나였지만, 몇 년 전부터 사촌형제들 다수가 천주교 신자가 된 덕에 예물봉투에 이름 쓸 자리가 넉넉하게 되었습니다. 예물은 현재 3만원씩을 넣고 있는데, 처가 쪽 조상들을 위한 예물은 당연히 내 단독부담이고, 친가 쪽 조상들과 외가 쪽 조상들을 위한 예물은 3형제가 균등분담을 합니다.

명절을 맞으면서 노친을 모시고 아내와 함께 세 장의 합동미사 예물봉투에 내 친족, 외족, 처족, 삼족의 최근 별세한 이들과 모든 조상들을 아로새기는 일은 각별한 질감을 갖게 합니다. 세 장의 예물봉투에 정성스럽게 새겨지는 아내의 글씨가 더욱 예쁘게 보이고….

                                                     지요하(소설가 ․ 태안성당)


*천주교 대전교구 <대전주보> 2011년 2월 6일(연중 제5주일) 제2069호 |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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