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복음에서 바리사이들은 하늘의 표징을 예수님께 요구합니다. 아마도 기적을 보여 달라는 거겠지요. 하지만 예수님께서는 믿음이 없는 곳에서는 기적을 행하지 않으셨습니다. 믿고자 하는 마음이 없는 이들한테 기적은 아무 의미 없는 단순한 호기심의 대상일 뿐입니다. 예수님은 기적을 거부하고 참된 신앙 위에 당신 교회를 짓습니다. 예수님이 당신 생애와 부활사건을 통해 우리에게 하느님의 모든 계시를 알려주신 상황에서, 오늘날 우리에게 절실하게 요구되는 것은 시대의 표징을 분별하는 것입니다.
2005년 한 해 34만 여건의 낙태가 시술되는 것으로 추정되고, 2009년 합계 출산율 (가임 여성이 평생 낳는 아이 수)은 1.15명으로 세계 최하위이며, 자살률은 하루 평균 38명으로 OECD 국가 중 1위, 교통사고 사망률은 OECD 국가 평균의 2배 이상인 곳. 정부 지원으로 인공임신시술이 가능하며, 비윤리적인 난자 매매와 인간생명을 파괴하는 배아연구를 허용하고, 사형제도를 국민 다수가 찬성하며 법률로 유지하는 나라. 최근에는 소극적 안락사인 ‘존엄사’ 를 법률로 허용하자는 움직임이 있었고, 낙태 관련 법률을 개정해 95퍼센트 불법낙태를 아예 합법화하자는 나라 …. 바로 대한민국의 현실입니다.
어느 신부님은 이런 우리나라의 현상을 보고, 현대 세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생명경시현상이 백화점처럼 드러나 있다고 했습니다. 오늘도 예수님은 우리의 구원을 위해 수많은 표징을 보여주십니다. 하지만 믿을 마음이 없으면 그것을 볼 수 없습니다. ‘왜 스스로 분별하지 못하느냐 ?’ 예수님의 깊은 탄식이 들리는 것 같습니다.
이창하(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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