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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2월 24일 연중 제7주간 목요일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11-02-24 조회수1,089 추천수22 반대(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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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4일 연중 제7주간 목요일 - 마르코 9,41-50

 

“소금은 좋은 것이다. 그러나 소금이 짠맛을 잃으면 무엇으로 그 맛을 내겠느냐? 너희는 마음에 소금을 간직하고 서로 평화롭게 지내라.”

 

<어떻게 해서든 무너지지 말아야>

 

 

    늦었지만 ‘불후의 명작’ 박경리 선생님의 ‘토지’를 한번 읽어보려고 합니다. 선생님은 방대한 분량의 대하소설 ‘토지’를 완간한 이후, ‘이제 다 이루었다’고 하셨답니다.

 

    그리고는 남아있던 생의 에너지를 오직 불우한 생명들을 돌보고 헌신하셨습니다. 모든 것을 다 이루신 선생님은 드디어 ‘작은 토지’를 떠나 ‘더 광활한 토지’로 건너가셨습니다.

 

    선생님이 생전에 남기신 말씀은 늘 우리들 가슴에 메아리칩니다.

 

    “가장 순수하고 밀도가 짙은 사랑은 허덕이고 못 먹는 것, 생명을 잃은 것에 대한 연민이다.”

 

    이 땅에 대한 연민, 우리 민족에 대한 자긍심, 우리 문화에 대한 관심, 이 땅 위에 살아가는 사람에 대한 사랑, 생명에 대한 존중에 있어서 선생님처럼 깊이가 있었던 분이 다시 또 있을까요?

 

    그 어떤 생명이든 아직 생명의 숨결이 붙어있다면 모두 존중받아야 합니다. 그 어떤 목숨이든 아직 영위되고 있다면 사랑받아야 합니다.

 

    중병을 안고 태어난 신생아들만 돌보는 의사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참으로 가슴이 아파왔습니다. 출생과 더불어 시한부 인생을 살아가는 아기들도 있답니다. 태어남과 더불어 부모와 격리된 채 끔찍한 고통 속에 살아가는 아기들입니다.

 

    그 아기들, 부모들과 지낸 시간보다 의사인 자기와 보낸 시간이 더 많다고 하십니다. 그 아기들을 매일 대하는 선생님, 너무나 가엾고 너무나 안타까워 어떻게 해서든 한번 살려보려고 기를 쓰신답니다. 조금만이라도 더 생명을 연장시켜보려고 온갖 정성을 다해본답니다.

 

    채 피기도 전에 져버리는 여린 꽃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떠올리며 마치 자기 자식이 떠난 것처럼 눈물 글썽이는 선생님의 모습이 꽃처럼 아름다워 보였습니다.

 

    선생님의 삶은 비록 작고 희미하지만 어두운 세상 꼭대기에 세워진 작은 등불 같았습니다. 짠맛을 잃어버린 이 세상의 소금처럼 소중해보였습니다.

 

    오늘 복음 말미에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을 향해 ‘소금’의 역할에 충실할 것을 당부하고 계십니다.

 

    “소금은 좋은 것이다. 그러나 소금이 짠맛을 잃으면 무엇으로 그 맛을 내겠느냐? 너희는 마음에 소금을 간직하고 서로 평화롭게 지내라.”

 

    소금, 생각할수록 고마운 조미료입니다. 아직도 열차만 탔다하면 자주 사먹는 삶은 계란, 소금 없이 그냥 한번 드셔보셨습니까? 정말 먹기 힘듭니다. 살짝 소금을 쳐서 먹어야 ‘찐 계란의 절묘한 맛’이 살아납니다. 아무리 정성껏 끓인 비싼 소꼬리곰탕이라 할지라도 소금으로 간을 하지 않으면 심심해서 먹을 수가 없습니다.

 

    음식을 만드는 데 있어서 비록 눈에 보이지 않지만, 소금의 역할은 아주 지대합니다.

 

    그리스도인의 삶 역시 그래야겠지요. 확연히 눈에 띄지는 않지만, 기본에 충실한 삶, 남들이 보건 말건 묵묵히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는 삶, 비록 손해 보는 것처럼 여겨지지만 편법을 쓰지 않고 정도를 지켜나가는 일, 그것이 바로 소금으로서의 삶이요, 주님께서 원하시는 삶이겠지요.

 

    지금 우리의 시대, 가장 큰 문제 가운데 하나가 생명경시 풍조입니다. 경제에만 치중하다보니 소외된 계층에 대한 인권은 뒷전입니다. 오로지 한 목표를 향해 내 살길만 챙기는데 혈안이 되다보니 뒤처진 이웃들의 고통에는 별 관심이 없습니다.

 

    이런 시대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 주어진 중차대한 과제 하나는 생명 운동입니다. 그 어떤 생명이든 모두가 하느님의 작품으로 차별 없이 대우받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생명의 숨결이 이미 다 빠져나간 존재, 아무런 의미가 없었습니다. 순식간에 부패하고 순식간에 소멸의 단계로 넘어가더군요. 결국 가장 소중한 것은 생명입니다. 특히 관심을 기울여야 할 생명은 꺼져가는 희미한 생명입니다.

 

    어떻게 해서든 살아있어야 합니다. 어떻게 해서든 무너지지 말아야 합니다. 아무리 어둠이 깊어도, 아무리 상처가 심해도 상관없습니다. 어떻게 해서든 일어서려고 몇 번이고 나를 일으켜 세울 때, 우리도 모르는 사이 하느님 자비의 손길이 살포시 우리 어깨위에 내려앉을 것입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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