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와 같이 하느님의 나라를 받아들이지 않는 자는 결코 들어가지 못한다.>
+ 마르코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10,13-16
그때에 13 사람들이 어린이들을 예수님께 데리고 와서 그들을 쓰다듬어 달라고 하였다. 그러자 제자들이 사람들을 꾸짖었다. 14 예수님께서는 그것을 보시고 언짢아하시며 제자들에게 이르셨다.
“어린이들이 나에게 오는 것을 막지 말고 그냥 놓아두어라. 사실 하느님의 나라는 이 어린이들과 같은 사람들의 것이다. 15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어린이와 같이 하느님의 나라를 받아들이지 않는 자는 결코 그곳에 들어가지 못한다.”
16 그러고 나서 어린이들을 끌어안으시고 그들에게 손을 얹어 축복해 주셨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오늘의 묵상>
어린이들도 말을 하고 자기를 표현하기 시작하면, 사람이 가지고 있는 타고난 본성들이 드러납니다. 두세 살만 되어도 먹을 것이나 물건에 욕심을 내고,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독점하려고 합니다. 때로는 질투를 하고 싸움도 합니다. 자기 뜻대로 되지 않으면 떼를 쓰고 고집을 부립니다.
어린이들도 이렇게 본성적으로는 어른들과 비슷하지만, 아주 다른 것이 있습니다. 어린이들은 마음에 쌓아 두는 법이 없습니다. 싸우고 나서도 다시 금방 친해집니다. 아이들은 감정이 앙금처럼 남아 있지 않기에 앙심을 품지 않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의 언어에는 ‘용서’라는 말이 없습니다. 미움이니, 용서니, 화해라는 말을 사용할 때는 이미 아이들이 훌쩍 크고 난 다음입니다.
오늘 예수님께서는 “하느님의 나라는 이 어린이들과 같은 사람들의 것이다.”라고 말씀하십니다. 우리가 하느님 나라를 산다는 것은 아무런 본성적 욕구가 없는 상태를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어른들은 분노, 질투, 앙심, 거짓, 허영 등 온갖 쓰레기를 마음이라는 바구니 속에 다 담아 두고 사는 것이 문제입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어린이처럼 잊어버리는 것입니다. 마음속에 아무것도 가두어 두지 말고 물처럼 흘러가게 하는 것입니다. 내 마음이 흐르는 물이 될 때 맑아집니다. 어린이가 맑은 이유가 거기에 있습니다.
묵상 글; 전원 바르톨로메오 신부님(서울대교구 제기동 본당 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