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과 진실(조명연,'행복한 하루'중)
저는 요즘 일기 예보에 얼마나 민감한지 모릅니다. 아침과 저녁에 꼭 확인하는 것이 바로 그날의 날씨입니다.왜 이렇게 일기예보에 관심을 가질까요? 어린시절 소풍갈때 비가 오지 않기를 바랐던 것처럼, 어디에 놀러 가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날씨에 민감한 농부처럼 농사를 짓기 때문일까요?
아닙니다. 저는 요즘 유일하게 쉬는 화요일도 쉬지 못하면서 성지에서 생활하고 있고, 농사 지을 일도 전혀 없습니다. 일기예보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성지를 방문하시는 순례객 때문입니다.
갑곳성지는 경당이 매우 작습니다. 그래서 순례객이 많을 경우, 경당에서 미사를 하지 못하고 대신 야외 행사장에서 미사를 하고 있지요. 그런데 문제는 비입니다. 만약 비가 오면 비를 피할 공간이 없기 때문에 , 천막을 치거나 또는 우산을 받쳐 쓰고서 미사를 하는 방법밖에 없는 것이지요. 이러한 상황이다 보니 일기예보에 관심이 안 갈수가 없더군요.
저지난 주말이었습니다. 일기예보에서 '오전에 비 조금 오후부터 맑음'이라는 안내를 보았습니다. 걱정이 되었습니다. 그날 미사를 하시겠다고 했던 순례객이 350분 정도 되었거든요. 천막을 설치하면서 조금이라도 비를 피할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그러면서도 '비가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했지요
날씨가 계속 흐린 것이 곧 비가 쏟아질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11시 미사가 모두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비는 오지 않았습니다. 그 순간 저는 일기예보의 '오후부터 맑음'이라는 언급이 떠올랐습니다. 이제 12시가 넘어갔으니 분명히 오후가 되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저는 힘있게 말했지요.
"여러분 비가 올것 같지요? 하지만 절대로 오지 않습니다. 비가 오면 제가 책임질테니 걱정하지 마시고 오늘 순례 잘 하시길 바랍니다."
잠시 뛰, 성지 설명을 하는 도중에 비가 쏟아지기 시작하더군요 그것도 조금씩 오는 것이 아니라 마치 하늘에 구멍이 난것처럼 엄청난 비가 쏟아졌습니다. 그때 제 입장이 어떠했을까요? 일기예보의 내용이고 그래서 힘있게 말했지만, 결국 망신만 당하고 말았습니다.
지금 우리들이 하고 있는 말들을 떠올려 보세요. 분명히 과학적인 근거를 들어서 이야기를 하지만, 또한 눈에 보이는 사실이라고 생각하면서 하고 있는 말들이 과연 진실일까요? 아닙니다 비록 겉으로는 진실이라고 판단되는 것들일지라도 사실은 진실이 아닐수도 있습니다.
일기예보만을 믿고서 큰소리 쳤다가 망신 당했던 저처럼, 지금도 눈에 보이는 것만 강변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진실도 바라불수 있는 우리들이 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