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전례 이야기 ‘전례 짬짜’] (11) 성인호칭기도(litania omnium sanctorum)
성인 현존 드러내며 주님께 통공 기원 연도(煉禱)나 서품식에 참여하면 가장 긴 기도가 바로 성인호칭기도이다. 서품식의 경우에 성인호칭기도를 드릴 때 서품 대상자들은 모두 부복을 하여 가장 낮은 겸손의 자세를 취한다. 실제로는 안수와 서품기도가 전례의 중심임에도 불구하고 교우들은 땅에 엎드린 자세와 성인호칭기도가 조화를 이루면서 서품식의 가장 중요한 예식으로 기억하는 경우가 많다. 그 이유는 성인들의 통공을 비는 간절한 기도와 반복되는 후렴이 어우러져서 주님께 간청하는 마음이 잘 드러나기 때문일 것이다. 초기 한국천주교회의 순교시대에서는 성인호칭기도를 ‘연옥도문’이라 부르면서 죽은 이들을 기억하면서 자주 바쳤다고 한다. 죽은 이들을 위한 한국의 고유한 기도인 연도가 울려 퍼질 때 우리는 많은 성인 성녀들에게 ‘연령을 위해 빌어주소서’라고 기도한다. 연도는 시편 129편, 시편 50편, 찬미경, 연옥도문이라 불리는 성인호칭기도 등을 차례로 바치는 것이다. 즉 연도 안에 연옥도문인 성인호칭기도가 들어 있다. 성인호칭기도인 연옥도문은 성인들의 통공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성인호칭기도를 통해 천상의 교회와 지상의 교회가 연옥인 단련의 교회에 있는 신자들을 천상의 교회에 이끌기 위한 노력을 감동적으로 느낄 수 있다. 그러므로 혼동하지 말아야 할 것은 성인호칭기도인 연옥도문이 위령기도인 연도와는 다르다는 것이다. 즉 연옥도문은 성인호칭기도를, 연도는 위령기도로서 여러 시편과 위령기도문을 조합한 한국의 위령기도의 체계를 말한다. 리따니아(litania)는 성인호칭기도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본래 리따니아는 일련의 탄원기도로 사제나 부제, 성가대 등이 선창하고 교우들이 응답하는 계응양식의 반복되는 기도 양식을 말한다. 선창자가 여러 가지 탄원의 기도를 하면 그때마다 고정된 기도, 예를 들면 ‘주님, 저희의 기도를 들어 주소서’ 또는 ‘저희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등이 뒤따르는 것이다. 구약성경에 이미 이러한 형태가 있는데, 시편 118,136과 다니 3,51-90 등에서 볼 수 있다. 4세기에 안티오키아교회에서 시작한 이 기도 양식은 콘스탄티노폴리스로 건너가 동방교회에 퍼졌고 5세기 말에 로마로 전해졌고 성 젤라시오 1세 교황(492-496)은 호칭기도를 미사경문에 삽입했고 행렬이나 특별한 예식에 사용했다. 르네상스 이후에는 성가대가 다성(多聲)으로 노래하였다. 성인호칭기도의 경우가 대표적인 호칭기도이다. 왜냐하면 위령기도인 연도뿐 아니라 중요한 예식들인 서품식, 서원식, 임종경 그리고 부활 밤 미사의 세례 예식 등에 사용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삼위일체 하느님께 탄원할 때 교우들이 하는 반복 후렴기도와 성모님과 성인들에게 통공을 청하는 탄원에 하는 후렴기도가 구별된다. 하느님에게 탄원할 때는 ‘주님, 저희를 구하소서’ 또는 ‘저희의 기도를 들어주소서’이고 성모님과 성인들에게는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로 한다. 리따리나 형식으로 드리는 기도로는 성인호칭기도 외에 ‘성모호칭기도’, ‘예수성심호칭기도’, ‘성요셉호칭기도’, ‘예수성명호칭기도’ 등이 있으며 특이한 예로서는 이탈리아의 로렛토 성가성지에서 드리는 ‘성모연송호칭기도’가 있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 호칭기도는 정식으로 대사(大赦)를 얻게 되어 매번 바칠 때마다 전대사가 허락되었다. 동방정교회에서는 많은 호칭기도를 사용하는 데 특히 성찬 전례에 사용하는 것이 특이하다. 밀라노의 암브로시오 전례에서는 사순절 동안 매주일에 ‘대영광송’ 대신 ‘호칭기도’를 드린다. 영국 성공회에서는 성인호칭기도는 없으나 다른 호칭기도를 아침기도와 끝기도에 사용한다. 이렇듯 그리스도교는 우리보다 먼저 천국에 들어가 있을 성인들에게 간구를 함으로써 성인들의 성덕을 닮으려고 노력하며 주님 곁에 있을 성인들의 통공을 기원한다. 누군가의 이름을 부른다는 것은 그리스도교 안에서 그 사람의 현존을 드러내는 행위이다. 그렇기에 성인호칭기도를 드릴 때 성인들은 우리와 함께 주님께 탄원을 드리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의미를 인식하고 호칭기도를 드릴 때 제대로 된 통공이 이루어질 것이다. [가톨릭신문, 2011년 11월 20일, 윤종식 · 허윤석 신부(가톨릭 전례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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