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와 일상의 거룩한 표징] 거룩한 표징 : 빛 “정녕 빛은 달콤한 것, 태양을 봄은 눈에 즐겁다.”(코헬 11,7) 이 구절은 성경의 지혜문학에 속하는 “전도서” 또는 “코헬렛”에 나오는 말씀입니다. 천지창조, 곧 창조의 아침에 대해 알려주는 창세기 1장에는 “빛이 생겨라.”(창세 1,3) 하시는 창조주의 말씀이 있습니다. 빛과 생명은 우리 언어에서 근원적인 단어들입니다. 생명은 빛을 필요로 하고, 생명체는 빛을 향합니다. 요한복음을 통해 예수님께서는 당신을 세상의 빛이라 하시며 그리고 삶에서 필요로 하는 다른 근원적인 단어들로 당신 자신을 드러내십니다. 말하자면 그분께서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시며, 또한 생명의 빵이며, 착한 목자이며 그리고 생명의 물이 흘러나오는 샘이십니다. 잉그마르 베르그만(Ingmar Bergmann) 감독이 만든 영화의 제목 “겨울의 빛”이 있습니다. 이 제목은 매우 드문 것이기에, 그 어떤 특별히 소중한 것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밤이 길고 낮이 짧은 계절에 사람들은 봄과 여름의 빛을 그리워하며 빛이 있는 해변으로 여행가고 싶어 합니다. 병든 이들은 밤잠을 설쳐가며 아침햇살을 기다립니다. 시인 마리 루이제 카슈니츠(Marie Luise Kaschnitz)는 ‘집 안이 빛으로 먼저 채워지는 것’을 때때로 느꼈으며, 그것에 대해 자신의 시 ‘부활’에서 노래하였습니다. 빛은 예배에서 가장 중요한 상징 중의 하나입니다. 촛불이 내는 빛이 그러하고, 특히 부활 성야 미사를 시작할 때 빛이 없는 어두운 성전 안으로 들고 들어가는 부활초가 그러합니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 해가 비추는 빛이 그러합니다. 햇빛은 아침에 동쪽 창을 비추면서 점차 성당 안을 빛으로 채우고, 저녁이 되면 화려한 서쪽 창문을 통해 마지막 빛을, 불타오르는 빛을 비추어 줍니다. 파리의 샬트르 대성당에서 맞이하는 아침은 참으로 장관입니다. 아침 해가 떠오를 때, 고딕 양식으로 건축된 대성당 안으로 들어가면 떠오르는 태양이 햇살을 비추며 화려한 유리창 그림을 순서대로 비추어 칙칙한 어두움을 몰아내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시인 폴 클로델은 ‘고딕풍으로 제작된 유리창 그림의 음악’이라는 에세이에서 “지상에서는 죽은 색채였으나, 하늘에서는 찬란하게 떠오른다.”라고 읊었습니다. 요한복음 서문에서는 “그 빛이 어둠 속에서 비치고 있다.”(요한 1,5)라고 증언합니다. 요한복음 전체는 위협적인 어둠에 맞서 싸워 궁극적인 승리를 거두는 하느님의 빛에 관하여 전해주고 있습니다. 이 빛은 예배를 드릴 때마다 말씀과 상징으로 풍요롭게 드러납니다. [2013년 2월 10일 연중 제5주일 ? 설 가톨릭마산 15면, 에콘 카펠라리 주교 저, 안명옥 주교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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