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와 일상의 거룩한 표징] 안수 (1) 미켈란젤로는 바티칸의 시스티나 성당 천장에 하느님 아버지를 그렸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당신 오른손의 집게손가락을 젊은 아담을 향하여 내미시어 아담의 집게손가락에 대고 계십니다. 하느님과 인간이 서로 손가락을 마주 대고 있는 것입니다. 인간의 얼굴과 마찬가지로 인간의 손 역시 자신의 본질을 매우 잘 드러내 보여줍니다. 많은 사람들은 손금에서 사람의 성격과 인생을 읽어낼 수 있다고 말합니다. 어찌 되었든 우리는 가만히 있거나 급히 움직이고, 잡거나 놓는 손에서 ‘그 사람 안에 내재해 있는 것’을 많이 감지할 수 있습니다. 성경은 비유적 언어로 손, 하느님의 손에 관해 말해주고 있습니다. 이 하느님의 손은 축복을 주십니다. 그러나 그 손은 인간을 시험하고 처벌할 수도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십자가 위에서 돌아가시면서 전승되어 온 시편 말씀(시편 31,6 참조)에 따라 아버지께 “제 영을 아버지 손에 맡깁니다.”(루카 23,46)라고 말씀하십니다. 예수님의 손은 보지 못하는 사람의 눈을 만져 치유하고, 걷지 못하는 사람을 일으켜주었습니다. 또한 그분의 손은 성전에서 환전상을 쫓아내기 위하여 채찍을 들기도 했습니다. 그러고도 그분의 손은 아버지와 인간을 위하여 십자가에 못 박혀서 세 시간 동안이나 펼쳐져 있었습니다. 제자들의 손도 예수님께서 행하신 일의 일부를 실천하도록 선택되었습니다. “병자들에게 손을 얹으면 병이 나을 것이다.”(마르 16,18) 이는 부활하신 그리스도께서 온 세상에 복음을 전파하도록 제자들을 파견하시면서 하신 말씀입니다. 이에 필요한 힘은 돌아가시고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맺은 열매인 성령께서 주십니다. 아주 오래된 찬미가는 이 성령을 ‘우리를 이끄시는 하느님의 손’이라고 부릅니다. [2013년 6월 23일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 가톨릭마산 15면, 에콘 카펠라리 주교 저, 안명옥 주교 역] [전례와 일상의 거룩한 표징] 안수 (2) 이후로 사제들과 주교는 교회의 위임으로 기도하면서 사람들 위로 손을 뻗거나 그들의 머리 위에 손을 얹습니다. 이는 선물로 받은 힘을 전달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곧 성령과 성령의 은사를 전달하는 것입니다. 견진성사, 고해성사, 부제 서품, 사제 서품, 주교 서품은 이러한 방식으로 수여됩니다. 원래 고해성사 때 손을 머리에 얹던 안수가, 고해자와 고해사제 사이에 창살을 설치하게 되어 손을 들어 올리는 것으로 축소되었습니다. 서품식 때는 완전한 침묵 가운데 안수가 이루어집니다. 침묵 가운데 참으로 위대한 일이 일어납니다. 바오로 사도는 자신의 제자에게 보내는 서간에서 “내 안수로 그대가 받은 하느님의 은사를 다시 불태우십시오.”(2티모 1,6)라고 권고합니다. 인간의 손은 때리고 상처 입히고 죽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인간의 손은 진정시키고 위로를 나타내고 치유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오늘날 여러분의 손 이외에 다른 손을 가지고 계시지 않습니다.”라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그리스도께서는 당신께서 부르신 사람들에게 ‘너의 손을 빌려다오.’, ‘너의 마음을 빌려다오.’라고 말씀하십니다. 이러한 사람들은 대부분 젊은이들로 사도 베드로와 바오로 축일에 대성당에서 사제품을 받는 이들입니다. 오체투지의 자세로 모든 성인 호칭기도를 바친 다음 사제수품 후보자들은 침묵 가운데 후보자들의 머리 위에 손을 얹어 안수하는 주교 앞에 무릎을 꿇습니다. 이처럼 중재를 통해 후보자들의 머리에 닿는 것은 바로 그리스도의 손입니다. 미켈란젤로의 그림에서 아담을 만지는 것처럼 그들을 어루만지는 것은 하느님의 손입니다. [2013년 6월 30일 연중 제13주일(교황주일) 가톨릭마산 15면, 에콘 카펠라리 주교 저, 안명옥 주교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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