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세례 축일의 유래와 의미
주님 세례에 담긴 구원의 신비 드러내 - 베로네제(1528-1588) 작, 예수님의 세례(부분), 이탈리아 베네치아 레덴토레성당. 12일은 예수님께서 요한 세례자에게 세례를 받으신 날을 기념하는 '주님 세례 축일'이다. 이미 하느님의 아들이시기에, 하느님 자녀로 태어나는 세례를 받으실 필요가 없었던 예수님께서 요한에게서 물로 세례를 받으신 것은 성부에 대한 순종과 예언의 성취를 위해 택하신 겸손한 표양이라고 볼 수 있다. 성부 하느님께서는 예수님의 이러한 모습에 "이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마태 3,17)라고 말씀하신다. 예수님의 순종으로 인간인 우리 역시 주님의 세례에 동참할 수 있게 됐다. 역사적 관점에서 보면, 예수 그리스도의 세례와 카나의 혼인 잔치에서 물로 포도주를 빚은 기적(요한 2,1-12)이 공현(公顯)의 같은 사건들이라 할 수 있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인 1969년에 전례력이 개정되기 전까지 주님의 세례를 기념하는 주님 세례 축일은 앞선 주님 공현 대축일 후 8일째 날(8일 축제 마지막 날)에 지냈으나, 개정된 「전례력과 축일표에 관한 일반 지침」 38항에 따라 주님 공현 대축일(1월 6일) 다음에 오는 주일로 옮겨졌다. 이에 따라 주님 세례 축일이 독자적인 축일로 자리 잡게 된다. 주님 공현 대축일을 1월 2~8일 사이의 주일로 지내는데, 주님 공현 대축일이 7~8일인 경우에는 주일에 이어서 오는 월요일에 주님 세례 축일을 기념한다. 예수님의 세례에 대한 이야기는 세례 축일에만 국한하지 않는다. 세례 축일의 다음 주일(연중 제2주일) 복음(가해)에서도 주님 세례에 관한 내용이 언급되기도 한다. 그리고 '공현'이라는 특징을 드러낸다는 의미에서 세례 축일의 다해 복음은 카나의 혼인 잔치에 대한 내용이다. 따라서 주님 공현 대축일과 카나의 혼인 잔치, 주님 세례 축일은 큰 의미에서 볼 때 '주님 공현'이라는 맥을 함께한다고 볼 수 있다. 주님 세례 축일 미사의 고유 전례문은 모두 예수 그리스도의 세례에 관한 주제를 담고 있다. 12일 미사 전례문 역시 입당송부터 본기도, 복음 말씀, 보편 지향 기도, 예물기도, 감사송, 영성체송 등 거의 모든 전례문에서 주님의 세례와 이에 대한 구원의 신비를 드러내고 있다. 교부(敎父)들은 예수님이 요르단 강에서 요한 세례자에게서 세례받은 것을 구원 역사의 중요한 사건으로 여겼다. 세례를 받을 때 하늘에서 들려오는 음성을 통해 하느님의 아들임이 계시됐고(마태 3,17), 성령이 비둘기 모양으로 내려와 예수님이 공적 활동을 하기에 앞서 도유되고 파견된 것이다. 예수님이 요한에게 세례를 받은 것은 죄로 물든 인간과 맺은 유대 관계를 표명한다. 물의 세례를 통해 죄를 사하는 힘을 부여한 것이다. 도유와 메시아직으로의 파견에 대한 독서는 제2독서(사도 10,34-38)에 언급된 사도 베드로의 설교에서도 분명히 드러난다. "하느님께서 나자렛 출신 예수님께 성령과 힘을 부어 주신 일도 알고 있습니다. 이 예수님께서 두루 다니시며 좋은 일을 하시고 악마에게 짓눌리는 이들을 모두 고쳐 주셨습니다. 하느님께서 그분과 함께 계셨기 때문입니다"(사도 10,38). 제1독서(이사 42,1-4, 6-7) 역시 메시아의 도유와 파견을 암시하는 내용이다. "여기에 나의 종이 있다. 그는 내가 붙들어 주는 이, 내가 선택한 이, 내 마음에 드는 이다.…"(이사 42,1). 감사송도 그러하다. 축제의 사건에 대한 구원 신학적 내용을 잘 요약해 노래하고 있다. 주님 세례 축일로 성탄 시기가 끝나고, 연중 시기가 시작된다. 그래서 주님 세례 축일과 이어지는 주간이 이미 '연중 제1주간'이다. 그래서 주님 세례 축일 저녁에 구유를 치운다. [평화신문, 2014년 1월 12일, 이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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