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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전례] 가톨릭 신앙의 보물: 성수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4-01-28 조회수6,804 추천수1

[가톨릭 신앙의 보물] <9> 성수


세례성사 상기시키며 축복, 정화 상징

 

 

이스라엘 갈릴래아 세례터를 찾은 신자들이 물 속에 들어가 세례의 의미를 되새기고 있다. 평화신문 자료사진

 

 

고대부터 물은 흙과 불과 함께 인간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요소였다. 물은 사람의 갈증을 풀고 농업과 축산을 가능하게 하는 등 생명을 상징한다. 또한, 홍수 등에서 알 수 있듯 물은 인간에게 위협적 존재이기도 하다. 자연 현상에서 이해된 물의 상징성은 성경에서, 교회 역사 안에서, 오늘날 전례 안에서 드러난다.

 

 

그리스도교와 성수 

 

구약에서 물은 생명을 나타내며 하느님 축복의 표상으로 사용됐다. "강 하나가 에덴에서 흘러나와 동산을 적시고 그곳에서 갈라져 네 줄기를 이루었다"(창세 2,10). "네가 그 바위를 치면 그곳에서 물이 터져 나와, 백성이 그것을 마시게 될 것이다"(탈출 17,6). 구약에서 물은 하나의 생명으로 비유되고 그 생명은 하느님으로 상징되기도 했다. 

 

반대로 물은 인간에게 위협적 존재로 드러나기도 한다. 노아의 홍수에서 물은 죽음과 단죄를, 모세가 파라오의 병거와 기병에 쫓겨 홍해 바다를 건널 때는 그들을 삼키는 매개체로 물이 사용됐다. 

 

신약에서는 그리스도와 사마리아 여인과의 대화에서 '영원한 생명을 주는 물'(요한 4,10-14 참조)이 언급된다. 또한, 예수님은 자신을 믿는 모든 이들이 받는 성령을 암시하며 "누구든지 물과 성령으로 태어나지 않으면,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수 없다"(요한 3,5)고 말씀하신다. 그렇다면 교회 역사에서 성수를 어떻게 사용하는지 알아보자. 

 

성수 사용은 2세기께 외경인 베드로 행전에서 처음 나타난다. 베드로 행전에는 병자들을 위해 기름과 함께 성수를 사용했다고 기록돼 있다. 그리스도교에서 성수를 사용한 것은 로마 문화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로마에서는 거주지를 축복할 때 물을 썼고, 이를 받아들인 그리스도교는 거주지는 물론 사람, 사물을 축복하는 데 물을 사용했다. 538년 교황 비질리오가 새로운 성당 축복에 성수를 사용했으며, 성 토요일에 집과 들판에 성수를 뿌렸다는 내용이 7세기께 「로마 예식서」에 수록돼 있다. 이후 단순한 정화를 넘어 세례의 의미를 되새기기 위해 성수가 사용됐다. 주일미사 때마다 거행한, 성수를 뿌리는 성수예식이 교황 레오 4세(재임 847~855년)의 지시로 시작됐다. 

 

중세에는 성수 축성의 성대한 예식이 있었는데 이는 집과 가축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었다. 특히 동방교회에서는 주님 공현 대축일 밤에 강이나 바다에서 성대한 물 축복 예식을 했다고 한다. 이때 예수님의 세례를 기념하기 위해 십자가를 물에 담갔고 많은 지역에서는 신자들이 자신들의 세례를 기념하기 위해 스스로 물에 들어갔다. 이는 요르단 강에서 예수님의 세례를 기념하는 물 축복에서 비롯됐고 이미 4세기부터 예루살렘에서 시작됐다. 중세 후반기에는 주님 공현 대축일 성수 축성이 서방교회에도 전파됐다. 그러나 이 성수에 관련된 축제들이 세속화되면서 서방교회는 1890년 이를 금지했다.

 

 

전례 안의 성수 사용 

 

오늘날 성수는 전례 안에서 물건과 사람의 축복에 사용한다. 세례성사, 병자성사, 장례식, 혼인성사, 부활 성야의 세례서약 갱신 예식 등에 사용된다. 이 경우 성수는 하느님의 축복을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성당 안으로 들어갈 때 성당 입구 성수반에서 성수를 찍어 기도하며, 가정방문 때에도 많이 사용한다. 이 경우 성수는 세례 때 새롭게 태어나 영원한 생명을 얻었음을 상기시키는 역할을 한다. 

 

성수가 지니는 의미를 가장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바로 성수예식이다. 성수예식이란 정화하거나 축복하기 위해 사람이나 건물 또는 사물 위에 성수를 뿌리는 예식을 말한다. 성수예식은 신자들에게 세례성사와 내적 영적 정화를 상기시키는 것을 돕는다. 정화와 치유를 통해 세례 때의 '하느님 자녀로 다시 태어남'을 기억하게 하는 것이다. 

 

세례를 되새기고 은총을 갱신하는 이런 관점은 부활 성야 때 가장 명확히 드러난다. 신자들은 서약을 갱신한 뒤에 성수를 받는다. 이러한 세례에 대한 기억은 성당에 들어오기 전에 성수반의 성수를 손끝에 묻혀 성호를 그으면서 하는 기도문에서 계속 이어진다. "주님, 이 성수로 세례의 은총을 새롭게 하시고, 모든 악에서 보호하시어 깨끗한 마음으로 주님께 나아가게 하소서." 

 

일상에서 성수에 대한 몇 가지 상식을 살펴보자. "성수에는 항상 소금을 넣어야 하느냐"는 질문을 가끔 받는다. 거룩한 물인 성수는 두 가지 본질적 요소가 필요하다. 하나는 순수한 물이고 다른 하나는 사제의 축복 기도다. 소금은 지역과 문화에 따른 선택적 요소다. 가끔 미사를 마치고 성당을 나올 때도 성수반에 성수를 찍고 나오는 분들이 있다. 성수를 손끝에 찍어 십자성호를 긋는 것은 '성수 기도문'에서 알 수 있듯이 세례받은 사람으로서 악에서 보호를 받고 깨끗한 마음으로 주님께 나아가기 위함이다. 거룩한 주님 희생 제사에 참여한 사람은 이미 주님과 함께 거룩한 시간을 보냈기에 성수를 다시 찍을 필요는 없다. 

 

끝으로 루르드 성지에서 떠온 물을 '성수'나 '기적수'라고 선물로 주는 경우가 많다. 루르드 성지는 치유의 은사가 많이 일어난 곳이다. 그런데 치유의 기적이 꼭 물 때문에 생겼는지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물론 물 자체가 미네랄이 풍부해서 몸이 좋아진다는 의미도 있겠지만, 루르드 성지는 성모의 중재자적 역할을 기억하고 주님께 은총을 청하는 곳이다. 그런 까닭에 치유가 일어나는 것은 아닐까. 기적은 올바른 신앙 자세로 기도를 많이 할 때 가능할 것이다.

 

[평화신문, 2014년 1월 26일, 윤종식 신부(가톨릭대학교 성신교정 교수), 정리=백영민 기자]

 

※ 수요일 오전 7시 20분에 방송되며, 지난 회는 누리방(http://web.pbc.co.kr/tv)을 통해 다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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