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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미사] 전례의 숲: 독서집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4-09-23 조회수4,083 추천수0

[전례의 숲] 독서집

 

 

한 때 천주교 신자들은 성경을 잘 모르고 개신교 신자들은 성경을 잘 안다는 말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정확한 사실이 아닙니다. 성경 단락의 장절은 잘 외우지 못하거나 인용하지 못하는 때가 있을 수 있지만 성경은 모른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예수님의 유혹, 잃었던 둘째 아들, 우물가의 사마리아 여인, 엠마우스 제자들, 착한 사마리아 사람,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와 같은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구절들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복음서 말고 다른 신약 성경, 그리고 구약 성경도 마찬가지입니다. 바로 주일 미사와 평일 미사에서 늘 성경을 듣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미사는 성경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주일 미사만 참여해도 3년에 걸쳐 신약 성경 전체와 구약 성경 가운데 중요한 부분은 대부분 읽습니다.

 

 

미사에서 선포할 독서들을 정리해 목록 만들어

 

이것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전례 개혁으로 만들어진 독서집 덕분입니다. 공의회는 “성서의 보고를 더 활짝 열어 하느님 말씀의 더욱 풍성한 식탁을 신자들에게 마련하여 주라”고(전례 51) 명하였습니다. 독서집은 그리스도교 전 회당 전례에서부터 찾아볼 수 있는 매우 오래되고 검증된 방식입니다. 독서집에 따라 무엇보다 성경 전체를 읽게 해주며, 설교자가 성경 단락을 자의적이고 편협한 기준에서 선택할 위험에서 지켜줍니다. 이런 까닭에 천주교의 독서집을 자기들의 예배에 활용하는 개신교들이 많습니다.  

 

공의회 정신을 실현하기 위하여 성경과 전례 전문가들은 미사에서 선포할 독서들을 정리하여 목록을 만들었습니다. 이를 위해 전문가들은 고대와 중세 라틴 전례는 물론 동방 예식의 독서 체계와 개신교에서 사용하는 독서집도 분석하였습니다. 이렇게 독서집 초안을 만들고 다시 여러 의견을 모아 다듬는 과정을 거쳐 1969년에 “독서집 목록”이 펴냈습니다. 이 목록을 기초로 실제 미사에서 쓸 독서집을 세권으로 발행하였습니다. 1981년 제2판에서는 독서집 지침인 “일러두기”를 덧붙였는데 이는 신학 주석 전례 차원에서 매우 풍요로운 내용입니다. 

 

미사에서 선포되는 성경 본문은 교회 인준을 받아야 합니다. 그리고 독서집에는 본문 외에 다른 요소들도 덧붙여 싣고 있습니다. 선포할 본문의 출전을 밝히는 말 (“탈출기의 말씀입니다.”, “이사야서의 말씀입니다.”, “사도 바오로의 코린토 2서 말씀입니다.”, “마태오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과 같은 표현), 그 단락의 주제나 다른 독서와 관계를 나타내는 제목 (이 부분은 읽어서는 안 됨), 시작하는 말(“그때에”, “그 무렵”, “형제 여러분”, “사랑하는 여러분”과 같은 표현), 마지막으로 독서 끝에 “주님의 말씀입니다.”하는 환호 같은 것들입니다.

 

 

성경의 중요 부분 더 제공하기 위해 세 가지 기준 따라

 

독서집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주일과 축일 독서집입니다. 대부분의 신자들에게 해당하기 때문입니다. 성경의 중요 부분을 더 제공하기 위하여 세 기준을 따랐다. 첫째, 주일과 대축일에는 구약과 신약(서간)과 복음, 이렇게 세 개의 독서를 읽습니다. 고대 전통으로 돌아가면서 (중세에는 둘이었음), 신약과 구약의 일치, 구원 역사의 계속성을 밝히려는 바람 때문입니다. 구원의 역사는 구약에서 예고되고 그리스도의 파스카로 완성됩니다. 이 완성은 사도들의 설교로 모든 세대에 이어집니다. 그러므로 구약의 독서는 신약의 빛으로 읽어야 합니다. 

 

둘째 기준은 3년 주기입니다. 신자들에게 “성경의 중요한 부분을 더 많이” 제공하기 위해서는 두 해의 주기는 불충분하고 네 해 주기는 지나치기 때문에 세 해 주기를 선택하였습니다. 가해에는 마태오 복음의 대부분을, 나해에는 마르코, 다해에는 루카 복음을 읽습니다. 요한복음은 부활시기에 읽고, 대림과 성탄 사순 시기에도 활용됩니다. 세 해 주기를 선택함으로써 해마다 세 공관 복음 가운데 하나씩 읽으면서 신약의 거의 모든 부분과 구약의 많은 부분을 읽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독서들 사이 관계입니다. 여기에는 “주제의 조화”와 “준 계속 독서”의 원칙이 적용됩니다. 주제의 일치는 구약과 복음 사이에 있는데 대림, 성탄, 사순, 부활 시기에는 미사의 세 독서들 사이에 해당됩니다. 각 독서들 사이 있는 비슷한 주제의 가르침이나 사건에서 만납니다. 반면에 연중 시기 주일에는 제1독서는 복음에 맞추어 지정되고, 제2독서는 주제와 관련 없이 준 계속 독서 기준으로 지정되었습니다. 이렇게 이 주일에는 두 가지 노선이 있는 셈입니다. 하나는 구약과 복음 사이에 있는 수평 연결이고, 둘째는 사도 서간 독서에는 수직 연결 형태입니다. 

 

평일 독서집은 더욱 풍요로운 신앙생활을 하기 위해 날마다 미사에 참여하는 신자들을 위하여 제시된 것으로서 다른 기준을 따릅니다. 평일 독서는 구약이나 신약, 그리고 복음 두 독서를 합니다. 연중 시기에는 복음은 해마다 다 읽고(마르코-마태오-루카 차례로), 독서는 구약과 서간을 2년 주기로 읽습니다. 특별 전례시기에는 주제에 맞는 고유 체계가 적용됩니다. 그러므로 독서와 복음 사이에 주제 일치는 이러한 전례 시기에만 해당됩니다. 연중 시기 평일에는 일어나지 않습니다. 일어난다면 우연입니다.

 

마지막으로 독서집에는 성인 고유 축일과 공통, 예식 미사, 기원과 신심 미사, 위령 미사를 위한 독서들도 싣고 있습니다.

 

한편, 미사에서 독서를 자유롭게 선택할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백성과 함께 미사를 거행하는 사제는 신자들의 영신 선익을 먼저 생각하여 그들에 자신의 취향을 부담시키는 것을 피해야 합니다. 특히 충분한 이유 없이 너무 자주 평일 독서집에 제시된 각 날에 지정된 독서들을 생략하지 말아야 합니다.

 

 

미사에서는 성경만 선포될 수 있어

 

독서집 태어난 배경에는 성경을 계속 읽는 전통과 전례 회중의 상황을 반영하여 성경 단락을 선택하여 읽는 전통이 함께 녹아 있습니다. 또한 유다교 회당과 동방과 서방 교회의 공통된 자료이며 버릴 수 없는 유산입니다. 독서집은 또한 주례의 주관적 선택을 방지하고 과중한 책임감을 없애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또한 독서집은 과거의 상황에 있었던 역사-성경 전망과 관련이 아니라, 현실적 요구도 반영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습니다. 우리 시대에 고유한 주제들, 정의와 평화, 환경과 종교간 대화 같은 주제들, 신자들의 영적 여정 같은 상황을 위한 독서 선택을 허용합니다. 그러나 독서집 일러두기는 전례 행위는 그 자체로 사회 참여나 교리교육의 특별한 형태가 아님을 기억시킵니다. 교회는 하느님 나라의 신비와 복음 전체에 대한 선포자가 될 의무가 있습니다. 또한 하느님 백성은 하느님 말씀의 보물을 풍부하게 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성경은 우리 문제를 풀기 위하여 찾아보는 목록이 아니라 우리 삶을 비추고, 판단하고, 변형시키는 빛입니다.

 

미사에서는 성경만 선포될 수 있습니다. 성경에 들어 있지 않는 본문은 읽을 수 없습니다. 전례의 문화 적응(토착화) 과정에서 인류의 고전을 미사에서 읽으려는 시도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허용되지 않았습니다. 전례에서는 인간적인 교훈이나 지혜를 얻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하느님의 말씀을 들으며 그분과 소통하고 그분께 공경을 드리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종교적 윤리적 가치가 큰 다른 본문들도 성경 독서를 대체하지 못합니다.” 다만 가톨릭 신앙의 증언으로서 교회가 인정하거나 인정할 수 있는 것은 강론 동안이나 강론 대신에 읽을 수 있습니다 (주님의 만찬). 현재 교회는 성경이 아닌 독서를 시간 전례에서만, 독서의 기도에 성경 독서와 함께 다른 교부들의 글, 공의회 문헌, 성인들의 글이나 성인전 같은 교회 전통이 전하는 본문들을 읽고 있습니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3년 9월호, 심규재 실베스텔(신부, 작은형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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