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의 숲] 복음 선포와 딸린 예식들 복음 선포는 말씀 전례의 정점입니다. 복음을 선포할 때 그리스도께서 몸소 당신 교회에 말씀하십니다. 그러므로 고대부터 복음 선포 예식은 특별히 성대하게 거행하였습니다. 그리고 복음은 그 고귀함 때문에 거룩함 품을 받은 사람이 선포하였습니다. 또 복음 선포에서는 아름답고 고상하게 만든 복음집을 씁니다. 복음집은 미사 때 선포하는 복음들을 모아 놓은 전례서입니다. 미사경본은 입당 행렬 때 복음집을 제대에 모시는 예식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입당 예식에서 복음집이 제대 위에 놓여 있지 않으면, 입당 행렬 때 부제는 복음집을 조금 높여 들고 주례 앞에 서서 갑니다(독서집은 행렬하지 않음). 제대에 이르면 제대에 경의 표시를 생략하고 복음집을 제대 위에 놓은 뒤 사제와 함께 제대에 입을 맞추거나 깊은 절로 경의를 표시합니다. 부제가 없을 때는 독서자가 복음집을 들고 갑니다. 장엄 미사에서는 복음 선포 때 복음집 행렬을 합니다. 복음집을 제대에서 독서대로 모셔가는 예식입니다. 이 예식으로 복음 말씀에 큰 영예를 바치며, 선포하려는 말씀이 사람의 말이 아니라 주 예수님의 말씀임을 장엄하게 드러냅니다. 임금이 옥좌에 앉아 자기 직무를 시작하는 “즉위 예식” 또는 “대관식”과 비슷합니다. 또한 제대 위에 성체를 현시하는 것과도 같습니다. “제대는 그리스도”이므로 원칙으로 제대에는 성체와 복음집만 놓을 수 있습니다. 말씀의 형태로 오시는 예수 그리스도를 찬양 복음 선포는 보통 부제가 합니다. 부제가가 없으면 공동집전 사제가 합니다. 그도 없으면 주례가 합니다. 행렬을 시작하기 전에 부제는 주례 앞에 허리를 굽히고 축복을 청하여 받습니다. 주례는 말합니다. “주님께서 그대와 함께 계시어 그대가 복음을 합당하고 충실하게 선포하기를 빕니다.” 주교가 주례할 때에는 부제든 사제든 축복을 청합니다. 주교가 주례하지 않고 부제가 없으면 사제는 손을 모으고 제대 앞에 나가 허리를 굽히고 기도를 바칩니다. “주님, 제 마음과 입술을 깨끗하게 하시어 합당하게 주님의 복음을 선포하게 하소서.” 행렬하는 동안 회중은 알렐루야(사순 시기에는 복음 환호송)를 노래합니다. 이 노래 때문에 복음집 행렬은 더욱 축제적이고 기쁨의 분위기를 띄게 됩니다. 말씀의 형태로 오시는 주 예수 그리스도를 찬양하고 환호하는 것입니다. 이제 그분께서는 교회에 모인 신자들에게 친히 말씀하실 것입니다. 복음집 행렬에는 초와 향과 그 밖의 요소들이 따릅니다. 그리스도의 오심을 상징하고 그분께 영예를 드리는 상징들입니다. 전례에서 초는 영예의 표지이며 그리스도의 상징입니다. 빛을 바라보며 그리고 그리스도의 말씀을 들으며 그리스도인들은 그들의 삶이 복음으로 변하고 그들 각자가 그리스도처럼 그리스도와 하나 되어 “세상의 빛”이 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또한 복음에 존경과 영예를 드리기 위해 향을 피웁니다. 복음집 앞에 가는 향은 공동체가 주님 말씀을 들을 준비하는 것을 가리키고, 책에 드리는 향은 복음에 드리는 존경과 기도를 표시합니다. 동방 박사들이 아기 예수님을 보고, 경배의 동작으로 그분 앞에 엎드려 향을 드렸듯이, 공동체는 복음에서 자신의 구원자를 발견하고 그분께 경배와 함께 기도의 향을 드리는 것입니다. 향은 풍족하게 써야 합니다. 불이 살아 있어야 향이 널리 퍼지고 그리고 높이 올라가기 때문입니다. 예식이 빈약하면 그 예식은 말할 힘을 잃습니다. 복음집과 자신의 이마, 입과 가슴에 십자 성호 그어 복음을 선포하기에 앞서 부제나 사제는 손을 모으고 회중에게 인사합니다. 손을 모으는 동작은 첫 세기 그리스도인들에게는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독일 문화 영향으로 교회에 도입된 것으로 보입니다. 거기에서는 손을 모은 동작이 권위자를 향한 존경의 표시로 활용되었습니다. 이 동작은 9세기부터 개인 기도에, 12세기에는 전례에 들어왔습니다. 손을 모으는 것은 존경과 집중의 표시입니다. 주님께서 지금 여기 계심을 깨닫고, 다른 생각이나 활동으로 몸과 마음이 흐트러지지 않게 하여 오로지 주님께만 향하려는 마음을 표현합니다. 부제나 사제는 다른 데와 달리 여기서는 손을 모으며 회중과 함께 듣는 자로서 자신을 드러내며 말씀에 존경과 정성을 표시한다고 하겠습니다. 이어서 부제나 사제는 읽을 복음 이름을 전하고 복음집과 자신의 이마와 입과 가슴에 십자 성호를 긋습니다. 이와 함께 모든 이는 “주님, 영광받으소서!”하고 환호하며 각자 성호를 긋습니다. 그다음 복음집에 향을 드린 뒤에 복음을 우렁차게 읽거나 노래합니다. 그 동안 복사들은 복음을 선포하는 부제나 사제 옆에서 촛대를 들고 있습니다. 회중은 서서 복음 선포자를 바라보며 복음을 듣습니다. 부제나 사제는 복음 선포를 마치며 “주님의 말씀입니다.”하고 말합니다(복음집을 들어 올리며 외치는 경우가 있는데, 그렇게 하라는 규정은 없습니다). 주님의 말씀은 복음집이 아니라 거기 담겨 있다가 선포된 말씀입니다. 회중은 “그리스도님 찬미 받으소서.” 또는 지역 관습에 따라 다른 환호를 하며 말씀으로 오신 주님께 영예를 드립니다. 복음 선포 뒤에 선포자는 조용히 “이 복음의 말씀으로 저희 죄를 씻어주소서.”하고 기도한 뒤 복음집에 입을 맞추거나 깊은 절을 합니다. 이 관습은 회당에서 율법 독서 뒤에 두루마리에 입맞춤하는 전통을 이어받은 것입니다. 입맞춤은 주님 말씀에 대한 사랑과 존경을 드리는 동작입니다. 성대한 예식에서는 주교는 상황에 따라 복음집으로 백성에게 강복합니다. 그다음 복음집은 품위 있는 보조탁자나 다른 적당한 곳에 둡니다.
복음집에는 다른 독서들보다 빼어난 존경을 표시해 복음집에 존경과 영예를 표시하는 관습은 미사의 말씀 전례에 그치지 않습니다. 입교 예식에서도 “복음서 수여 예식”이 있고, 견진과 첫 영성체 준비에서도 이 예식을 할 수 있습니다. 한편, 주교 서품식에서는 더욱 장엄하게 드러납니다. 이 때 복음집 펼침과 수여 예식은 갓 서품된 주교에게 주교의 여러 가지 주요 의무 가운데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의무를 기억시킵니다. 주교 서품 기도를 하는 동안 주례는 부제에게서 복음집을 받아 후보자의 머리 위에 펼쳐 놓습니다. 두 부제가 후보자 왼쪽과 오른쪽에 서서 서품 기도가 끝날 때까지 붙잡고 있습니다. 서품 기도가 끝나면 부제들은 복음집을 서품된 주교 머리에서 들어냅니다. 축성 성유를 바른 다음 주례는 부제에게서 복음집을 받아 서품된 주교에게 건네줍니다. 마찬가지로 부제서품 때도 갓 서품된 부제에게 복음집을 수여하여 그 임무는 전례회중에서 복음을 선포하고 말과 행동으로 교회의 믿음을 설교하는 것임을 드러냅니다. 장례 예식에서도 예식서는, 관 위에 십자가나 성경 외에 복음집을 놓을 수 있다고 말합니다. 영원한 생명의 말씀 안에서 교회의 믿음이 밝혀진다는 표지입니다. 한편, 교회 안에서 이루어지는 중요한 회의나 모임에서도 복음 선포가 끝난 뒤 복음집을 책 틀이나 어울리는 받침대 위에 펼쳐 회의 기간 내내 제단 가운데나 다른 잘 보이는 곳에 둡니다. 스승이요 머리이신 그리스도의 현존의 표지입니다. 복음집에는 다른 독서들에 비교하여 빼어난 존경의 표시를 드립니다. 물론 복음에게 주어진 이러한 존경 표시는 다른 독서들을 덜 중요하게 여기라는 말이 아닙니다. 다른 독서도 영감을 받은 성경에 들어 있는 하느님 말씀에 속합니다. 구약도 신약과 관련을 맺음으로써 기쁜 소식으로(복음) 간주됩니다. 미사경본 총지침은 복음에 특별한 강조를 두지 않고 모든 성경에 대하여 이렇게 강조합니다. “독서를 통하여 하느님께서는 당신 백성에게 말씀하시고 구속과 구원의 신비를 열어 보이시며 영적 양식을 주신다. 또한 그리스도께서는 당신 말씀을 통하여 신자들 가운데 실제로 현존하신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4년 4월호, 심규재 실베스텔(신부, 작은형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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