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의 숲] 미사 - 파스카 만찬 미사는 예수님께서 제자들과 함께 하셨던 마지막 만찬을 그대로 재현합니다. 그런데 마지막 만찬에서는 실제 식사가 있었지만 지금 미사에는 없습니다. 다시 말하면 식사 틀 안에서 미사를 거행하지만 실제 음식을 먹지 않고 실제 음료를 마시지 않습니다. 마지막 만찬은 거룩한 식사였고 일정한 예식에 따른 공동 식사였습니다. 마태오, 마르코, 루카 복음은 이 식사를 파스카 식사라고 이해합니다. 그러나 요한복음에 따르면 파스카 식사가 아니었습니다. 실제로 어떤 종류의 식사였는지는 아직까지 명확하게 알 수 없습니다. 가톨릭교회는 전통적으로 파스카 식사라고 이해합니다(미사에서 누룩 없는 빵을 쓰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학자들은 안식일이나 다른 축제일 (히브리 관습에서는 전날 저녁에 시작) 또는 보통 식사일 가능성도 있다고 봅니다. 아무튼 유다인들은 혼자 하거나 여럿이 하거나, 축제날에 하거나 보통 날에 하거나 모든 식사는 거룩하다고 여겼습니다. 그러므로 정해진 찬양 기도를 바침으로써 식사를 거룩하게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이러한 식사 틀 안에서 새로운 내용을 넣었습니다. “받아먹어라. 이는 내 몸이다. 받아 마셔라. 이는 내 피다.” 또한 식사 동안 사도들의 발을 씻어 주셨습니다. 파스카 축제는 유다인들에게 매우 중요한 축제 마지막 만찬이 실제 파스카 식사가 아니었다고 하더라도 파스카 식사와 관련이 있고 그것을 배경으로 삼고 있습니다. 파스카 축제는 유다인들에게 매우 중요한 축제입니다. 이 축제는 이집트 종살이 이전부터 있었던 유목민들의 봄 축제였습니다. 이들은 풀밭을 찾아 양을 몰고 길을 떠나기 전에, 히브리 달력으로 니산 달 15일에(춘분 뒤에 오는 보름), 그해에 태어난 맏배를 잡아 천막에 피를 바르는 예식을 행하였다고 합니다. 나중에 이집트 탈출 사건을 기념하는 종교 축제로 변하였습니다. 한편, 파스카 축제에는 무교절(누룩 없는 빵 축제)을 함께 지냅니다. 이 축제는 가나안에 정착한 후 도입된 농경 축제로서 이집트 탈출 사건과 관련을 맺고 있습니다. 곧, 히브리인들이 빵 반죽이 부풀 시간이 없이 급하게 이집트를 떠난 사실을 기억합니다. 유다인들은 파스카 축제에 예루살렘 성전을 순례하고 제물로 바칠 의무가 있었습니다(레위 23,4-14; 민수 28,16-25; 신명 16:1-8). 그래서 파스카 축제 즈음에는 예루살렘은 수많은 순례자로 붐볐습니다. 예루살렘 성안에 거처를 찾지 못했으면 길가나 성 밖에 천막을 치고 축제를 지냈다고 합니다. 어떤 이는 이렇게 관찰합니다. “저녁이 되면 집에서, 길가에서, 천막 둘레에서 수천 마리의 어린양을 굽는다. 이 시간에 혼자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가난한 사람, 외로운 사람, 주인과 종, 남자와 여자, 젊은이와 노인 모두 오늘은 평등하고 형제들이다. 모든 이는 축제 옷을 입고 있다. 이들은 편하게 자리를 잡고 앉는다. 포도주와 물을 섞어 잔에 담고, 고기와 누룩 없는 빵과 쓴 나물 접시를 돌린다.” 파스카 축제는 근본적으로 성전 또는 회당 예식이 아니라 가정에서 이루어지는 가족 예식입니다. 파스카 축제가 시작되기 전에, 곧 적어도 축제 전날(‘준비일’이라고 함) 오후, 가장은 어린양을 성전에 가져가 제물로 바쳤습니다. 성전에서 구하여 바칠 수도 있었습니다. 사제들은 피를 받아 제대 밑에 뿌렸습니다. 그 뒤에 어린양 고기를 집에 가져와 해가 진 뒤에 구워서 누룩 없는 빵과 쓴 나물과 함께 먹었습니다. 허리에 띠를 두르고 발에 신발을 신고 손에 지팡이를 들고 먹었습니다. 파스카 예식 거행할 때마다 과거의 기적은 다시 현실이 돼 파스카 축제 식사는 정해진 순서에 따라 진행되었습니다. 이 식사는 보통 “세데르”(예식) 또는 “하가다”(이야기)라고 부릅니다. 네 부분으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각 부분은 잔에 포도주를 채우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이어서 하나 또는 몇 개의 찬양기도문으로 기도를 바치고 알맞은 때 포도주를 마십니다. 그러므로 네 개의 잔 예식인 셈입니다. 곧 포도주 잔을 네 번 채우고, 네 번 찬양하고, 네 번 마십니다. 유다교 전통에 따르면 네 개의 잔은 주 하느님께서 자신을 드러내신 구원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네 밤을 상징합니다. 첫째는 주님께서 세상 창조 때 자신을 드러내신 밤, 둘째는 아브라함에게 드러내신 밤이고, 셋째는 이집트인들에 맞서 드러내신 밤이며, 넷째는 주님께서 종말에 세상을 구원하기 위하여 자신을 드러내실 밤입니다. 식사의 첫 부분은 축제일을 축성하는 예식으로(히브리어로 ‘키두쉬’) 시작합니다. 참석자 앞에 있는 잔에 포도주를 채우고 가장은 찬양 기도문을 바칩니다. 이어서 포도주를 마시고 전식으로 채소를 소금물이나 식초에 적셔 먹습니다. 그리고 식탁 위에 누룩 없는 빵을 준비합니다. 가장은 하느님께 찬양 기도를 바칩니다. 그리고 한 조각 먹은 뒤에 참석자들에게 나누어줍니다. 둘째 잔을 채운 다음에 하가다, 곧 대화로 이루어지는 “이야기 예식”을 합니다. 여기에서 하느님께서 이스라엘에 베푸신 은혜, 특히 이집트에서 해방하신 사건을(탈출 12,26-27; 13,8) 회상합니다. 어린 아들은 아버지에게 파스카 밤의 특징에 관하여 질문합니다. 곧 다른 밤들과는 달리 오늘 밤에는 오직 누룩 없는 빵을 먹는지, 다른 나물은 빼고 쓴 나물만, 삶지 않고 구운 고기를 먹는지 묻습니다. 아버지는 이스라엘 역사를 간략하게 회상하면서 고대 사건들에 연결시켜 교리교육을 합니다. 어린양은 주님께서 이집트 맏아들을 죽이는 순간에 히브리 집안들을 “건너갔음”을 (아람어로 파스카는 “건너감”을 뜻함), 누룩 없는 빵은 이집트 탈출 때 서둘렀기 때문에 반죽을 발효시킬 시간이 없었음을, 쓴 나물은 쓰라리고 고통스러운 노예 생활을 기억한다고 설명합니다. 이러한 방식으로 식사 예식에 참여한 이들은 과거 역사는 결코 사라진 것이 아님을 배웁니다. 곧, 파스카 예식을 거행할 때마다 과거의 기적은 다시 현실이 되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그러므로 이집트 탈출 사건이 지금 자기에게 일어난 것으로 여기게 됩니다. 누룩 없는 빵, 어린양 고기, 쓴 나물이 식사의 중심 교리교육이 끝나면 가장은 “우리 조상들에게, 또 우리 모두에게 이 기적을 행하신 그분께 감사드리고, 찬양하고, 경배하고, 찬미하고, 현양하고, 영광을 드리고, 찬송하고, 예배를 드려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분께서는 우리를 노예상태에서 자유로, 슬픔에서 기쁨으로, 고뇌에서 축제로, 어둠에서 찬란한 빛으로, 절망에서 구원으로 이끄셨습니다. 그러므로 그분 앞에서 알렐루야를 노래합시다.”라고 말합니다. 곧바로 이어서 히브리어로 “할렐”이라고 하는 찬미 시편(112, 113, 1-8)을 바칩니다. 그리고 둘째 잔에 찬양 기도를 바친 다음 정상적인 식사가 이루어집니다. 당연히 파스카 축제의 특별한 의미를 드러내는 누룩 없는 빵과 어린양 고기와 쓴 나물이 중심입니다. 식사 마지막에는 첫잔 예식(키두쉬) 끝에 따로 조금 떼어 두었던 빵을 먹습니다. 셋째 부분은 셋째 잔을 다시 채우고 찬양 기도를 바치는 예식입니다. 식사 후에 바치는 이 기도는 (=식사 감사기도) 음식 찬양, 약속된 땅에 대한 감사, 예루살렘을 위한 청원으로 이루어집니다. 그리스도교 성찬례와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감사기도문의 뿌리를 찾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마지막 부분에서는 넷째 잔을 채우고 찬미 시편의 마지막 부분 (시편 113-117)과 큰 “할렐” (시편 135)을 노래한 뒤에, 찬양 기도를 바치고 포도주를 마십니다. 복음사가들이 말한 “찬미가를 부르고 나서”(마태 26,30; 마르 14,26)는 이 “할렐”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입니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4년 11월호, 심규재 실베스텔 신부(작은형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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