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달쏭 전례상식] (8) 거룩한 상징, 분향(焚香, incensare) “주님께 올리는 기도 분향 같게 하옵시고, 쳐든 손 저녁 제사 같게 하시옵소서.” 미사 때 봉헌성가로 자주 부르는 가톨릭 성가 510번의 첫 소절로 인용된 시편(141,2) 구절은 분향의 의미를 잘 드러내고 있습니다. 향을 피우면 향기로운 연기가 피어오르듯이 주님께서 우리의 기도를 어여쁘게 받아주시기를 바라는 의미가 있는 것입니다. 구약성경에 보면 이스라엘 백성들은 하느님께 제물을 태워 봉헌 할 때 향 가루도 함께 태웠으며 이와 별도로 분향 제단을 만들어 아침마다 하느님께 향을 피워 올리기도 했습니다. 또 분향 제단이 있는 곳은 지극히 거룩하신 하느님께서 계시는 곳을 상징하는 <지성소>였습니다. 그래서 분향은 하느님께 바치는 기도와 희생, 공경의 표시이자 거룩함의 표시이기도 했습니다. 분향은 대축일뿐만 아니라 어느 미사 때나 할 수 있습니다. 성체 강복 때와 성당 봉헌, 장례 예식에도 분향하는데 그 기본적 의미는 공경과 기도, 거룩함으로 요약됩니다. 성당 봉헌식에서 향을 피우는 것은 성당이 하느님께 봉헌된 거룩한 곳임을 뜻합니다. 또 장례 때에 시신에 향을 피우는 것은 지상에서 그리스도의 지체였고 이제 죽음을 통해 예수님의 십자가상 봉헌에 합쳐져 마지막 날 부활하게 될 고인의 육신이 하느님께 바쳐진 제물임을 드러냅니다. 미사에서는 우선 입당 행렬 때에 분향을 하는데 이는 공동체 전체를 축복하고 거룩하게 한다는 표시입니다. 십자가와 제대에 향을 피우는 것은 그리스도를 상징하는 제대와 십자가에 대한 흠숭과 공경의 표시이며 복음을 선포할 때 복음서에 분향하는 것도 같은 의미로 주님의 말씀을 듣는 사람들에게 눈에 보이는 향기처럼 축복이 되기를 바라는 뜻입니다. 봉헌 때는 제대 위에 놓인 예물과 제대에 분향하는데 이는 예물과 기도가 향이 타오르듯 하느님께 앞에 올라간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또 이때에 사제와 신자들에게도 분향을 합니다. 이는 신자들이 하느님의 자녀로서 거룩하게 된 신분임을 일깨우는 것입니다. 사제가 빵과 포도주를 축성한 후 높이 들어 올릴 때에 하는 분향은 말할 것도 없이 공경과 흠숭의 표현입니다. 이 밖에 성체 강복 때에 성체를 높이 들어 현시할 때에도 마찬가지 의미입니다. 제단에 향을 피울 때 우리는 하느님을 공경하며 우리 자신을 바쳐 하느님께 봉헌할 뿐만 아니라 우리 이웃에게도 그리스도의 향기를 풍길 것을 다짐해야 합니다. “우리는 하느님께 피어오르는 그리스도의 향기입니다.”(2코린 2,15) [2014년 12월 28일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 축일(가정 성화 주간) 대구주보 4면, 문화홍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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