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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축일] 동정 마리아의 배필 성 요셉 대축일 미사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5-03-25 조회수6,163 추천수0

[전례돋보기] 동정 마리아의 배필 성 요셉 대축일 미사 

 

가슴으로 기르는 아버지

 

 

추운 겨울 만삭의 아내 마리아가 태기를 느끼자 남편 요셉은 방을 구하기 위해 이리저리 뛰기 시작한다. 하지만 아무도 그들에게 방을 내어주지 않는다. 할 수 없이 작고 허름한 마굿간에서 아기를 낳아야 하는 어머니 마리아. 그리고 그 모습을 지켜보며 초조함을 감출 수 없었던 아버지 요셉. 

 

성경은 마리아와 어린 예수를 돌보았던 성 요셉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전하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요셉이 성가정을 이루고 마리아와 아기 예수를 보호하는 막중한 역할을 훌륭하게 해냈으며, 구세주 예수와 마리아에게 헌신했음을 간과하지 않는다. 성가정의 가장으로서 믿음의 본보기를 보여주었던 요셉 성인을 기념하는 대축일 미사의 전례를 통해 온화하지만 책임 있는 가장의 용기 있는 모습을 찾아본다. 

 

 

요셉, 구세주의 양부 

 

성인 요셉의 이름은 히브리어로 ‘더하다’에서 나왔다. “하느님께서 후손을 더하시기를”이란 뜻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성경에서는 요셉의 가문과 가족, 고향에 대한 자세하고 정확한 정보는 찾을 수 없다. 요셉의 직업이 목수였다는 사실 역시 예수를 ‘그 목수의 아들’이라고 지칭한 마르코 복음 6장 3절의 말씀에서 추측할 수 있다. 

 

그러나 구세주 예수의 양부로 선택받은 요셉이 어떤 사람이었을지는 성경을 통해 알 수 있다. 당시 풍습에서는 남자와 여자가 약혼했다는 것은 이미 완전한 부부로 간주되었다. 그런데 자신의 정혼녀 마리아가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요셉은 매우 놀랐다. 이는 율법을 어긴 것이므로 이혼이나 혼인 무효가 되는 중대한 사건인 것이다. 하지만 이 억울하고 치욕스러운 상황을 맞이한 요셉에 대해 마태오 복음은 이렇게 전하고 있다. “마리아의 남편 요셉은 의롭고 또한 마리아의 일을 폭로하고 싶지 않았으므로 남몰래 그를 소박하기로 작정했다.” 

 

요셉은 정혼녀 마리아와 몰래 이혼하기로 정한다. 부정한 여인이라고 사람들의 비난을 받게 하는 일을 그는 원치 않았다. 이는 요셉이 너그럽고 용기 있는 결단으로 마리아를 배려하는 남자라는 사실을 알려준다. 

 

또 요셉은 자신의 꿈에 나타난 천사의 전갈을 그대로 받아들여 의심을 떨쳐버리고 마리아를 아내로 받아들이고 갓 태어난 예수와 마리아를 보호하기 위해 이집트로 피신하기에 이른다(마태 2,13-15 참조). 역시 하느님의 뜻을 따르려는 온전한 믿음의 전형을 보여준다. 

 

루카 복음서는 요셉이 “모세의 법대로 정결하게 되는 날이 차서 아기를 주님께 봉헌하려고 예루살렘으로 데리고” 갔다고 전한다. 아이의 정결례를 위해 모든 가족이 예루살렘으로 갔다는 사실에서도 우리는 그가 하느님에 대해 깊고 굳건한 믿음의 소유자라는 것을 짐작하게 해준다. 

 

 

전례 안에서 드러나는 성 요셉의 믿음 

 

성 요셉 대축일 미사는 “보라 주님은 ‘당신 가족’을 맡길 충실하고 슬기로운 종을 세우셨다”라는 <입당송>으로 시작한다. 여기서 “당신의 가족”은 예수 마리아의 성가정이자, 우리가 살고 있는 각 가정으로도 이해할 수 있다. 이에 우리를 지켜줄 충실하고 슬기로운 종 요셉은 물론, 우리들의 가정을 위한 기도로 이 미사를 시작한다는 관점도 지나친 해석은 아닐 것이다. 

 

이후 <본기도>에서 사제는 “복된 요셉에게 구세주의 어린 시절을 돌보게 하셨으니 그의 전구를 들으시어 교회가 인류의 구원 계획에 충실히 봉사하게 하소서”라고 요셉의 역할을 되새기게 한다. 

 

이어지는, 말씀전례의 독서말씀에서 요셉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찾을 수 없다. 그러나 <제1독서>에서 주님의 예언자 나탄은 ‘다윗의 후손 가문에 영원하고 굳건한 하느님 나라를 세우실 것’이라며, 예수님의 성가정 탄생을 암시한다(사무 7,12-13). 그리고 <제2독서>에서 사도 바오로는 하느님께서 축복하시어 “세상의 상속자가 되리라는 약속은… ‘믿음으로 얻은 의로움’을 통해서 아브라함과 그 후손들에게 주어”(로마 4,13)질 것이라고 선언한다. 

 

결국 이 말씀은 복음에 등장하는 ‘마리아의 남편이자 의로운 사람 요셉’(마태 1,19)에게서 상속의 약속이 결정적으로 실현되는 장면과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나아가 하느님의 상속은 아브라함과 요셉이 보여준 “믿음에 따라 사는 이들에게도 보장”(로마 4,16)될 것이다. 

 

마침내 <복음말씀>은 약혼한 요셉과 마리아의 신앙 안에서 “성령으로 말미암은” 구세주의 잉태로 거룩한 가정의 탄생을 예고한다. 단연 복음의 주제는 “마리아의 일을 세상에 드러내고 싶지 않은” 요셉의 의로움이다(마태 1,19). 요셉의 공로로 아기는 어머니의 태중에서 열 달 동안 건강히 자랄 수 있었고, 인류의 죄를 용서할 구원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성 요셉 대축일 미사는 요셉 성인의 신앙 모범으로 신자들을 이끈다.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운명을 겸손하게 받아들여 세상 구원의 협조자가 된 요셉의 역할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마리아에 대한 사랑과 믿음, 아기 예수님에 대한 보살핌과 보호, 하느님을 위한 충실한 일꾼을 살아낸 요셉. 요셉은 상대방에게 더할 나위 없는 깊은 배려의 마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꿈에 나타난 천사의 말 한마디만을 온전히 믿고 마리아를 아내로, 태중의 구세주 예수를 아들로 받아들인다. 

 

요셉은 오늘을 살아가는 모든 아버지가 본받아야 할 가장의 뛰어난 모범을 보여주고 있다. 

 

“엄마가 있어 좋다. 나를 예뻐해 주셔서. / 냉장고가 있어 좋다. 나에게 먹을 것을 주어서. / 강아지가 있어 좋다. 나랑 놀아 주어서. / 아빠는 왜 있는지 모르겠다.”라는 초등학생의 동시가 인터넷에 공개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된 적이 있다. 존재의 이유조차 잃어버린 가장의 슬픈 자화상의 모습이 쓸쓸하고 무섭다. 가족들의 사랑과 존경을 잃고 방황하는 이 시대 아버지의 초라한 뒷모습. 무한 경쟁의 사회에서 자신의 능력을 팔아 경제 활동을 하지만 가족들의 기대를 채워주기는 쉽지 않다. 맘을 먹어도 갈 수 없는 머나먼 외국으로 가족들을 보내고 생활비를 송금하고 전화기에 매달리는 힘없는 가장들이 넘쳐난다. 용기 있게 하느님의 말씀을 따르고, 아내 마리아와 아들 예수를 위해 위험을 극복하고 안전한 곳으로 가족들을 이끌고 보호했던 성 요셉 성인과 같은 가장이 필요하다. 

 

[복음화를 위한 작은 외침, 2012년 3월호(수원교구 복음화국 발행), 정리 송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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