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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순부활] 재의 수요일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5-03-25 조회수6,767 추천수0

[전례돋보기] 재의 수요일 

 

마음을 찢어 그분께 돌아가기

 

 

재의 수요일은 부활을 준비하는 사순시기의 출발점이다. 교회는 마음을 찢는 속죄로써 그분께 돌아가라고 가르친다. 신자들의 머리에 얹는 재는 전통적인 참회의 상징이다. 사람의 출발이 흙이었음을, 그래서 그 출발점으로 돌아가라고 재를 얹는다. 속죄를 통해 하느님께 돌아가는 것이야말로 사순시기를 맞는 우리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다. 그분께 마음을 돌리는 결단 없이 어찌 예수님의 수난과 부활을 깨닫겠는가. 

 

 

재의 수요일로 시작되는 사순시기 

 

예수 부활 대축일을 준비하는 사순시기는 ‘재의 수요일’부터 시작된다. 그만큼 재의 수요일이 갖는 상징적 의미는 크다. 출발점, 첫 단추는 나머지를 결정할 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교회는 이를 위해 모든 신자들이 그동안의 잘못을 진심으로 뉘우치라고 권고한다. 진정한 속죄는 그분께 되돌아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이며 그 길을 통과해야만 죄 없는 예수님을 희생제물로 우리에게 주신 그분의 크신 사랑을 깨달을 수 있다. 

 

예수님의 부활을 준비하며 우리는 참회와 보속 그리고 희생의 정신을 마음에 새겨야 한다. 이것은 자연스레 금식재(만 18세부터 60세)와 금육재(만 14세부터 죽을 때까지)로 통한다. 참회를 하면서 배불리 먹고 육식을 탐할 수는 없는 일이다. 

 

사제의 제의 색깔 역시 회개와 속죄의 상징인 자색으로 바뀌며 전례에서 기쁨의 상징인 ‘알렐루야’와 ‘대영광송’은 생략된다. 한편 이날의 미사전례는 재를 축복하여 머리에 얹는 예절을 행함으로서 일반적인 참회예식은 따로 하지 않는다. 

 

 

재는 인간의 근본, 참회의 상징 

 

재의 수요일로 시작해 성목요일의 주님 만찬 미사 전까지 40일을 사순시기로 정한 것은 6세기 말 그레고리오 1세 교황 때부터였다. 성경에서 사십일은 늘 중대한 사건을 앞두고 준비하는 기간을 상징한다. 이스라엘의 시나이 사막에서 40년의 유랑, 중요한 일을 앞둔 모세와 엘리야의 기도, 예수님의 광야 단식 역시 모두 사십일간이었다. 

 

이를 기억해서 교회는 사순시기 동안 신자들이 참회하고 희생과 봉사의 생활을 하도록 권고한다. 신자들의 머리에 얹는 재는 전통적으로 참회의 상징이다. 재는 사람의 출발이 흙이었음을 상기시키는데 이날 사용되는 재는 ‘주님 수난 성지 주일’에 축복했던 성지 가지를 태운 것이다. 결국 재를 축복하고 이마에 얹는 의식은 사람의 근본이 어디에서 왔는지를 되새겨 다시금 하느님께로 향하도록 하는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 마음을 다하여 진정으로 회개했을 때 인간은 다시금 하느님의 모습을 닮고자 노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연유로 참회는 자선과 희생으로 나아갈 수 있는 첫걸음이다. 

 

 

너희 마음을 찢어라 

 

사실 가톨릭 신자들은 매 미사마다 참회예식을 갖는다. 자신의 죄를 반성하는 참회의 묵상 후 세 번 가슴을 치며 “내 탓이오”를 외친다. 그러나 재의 수요일 미사는 이 정도의 참회에 머물지 않고 미사 전 예식을 통해 철저하게 참회하라고 가르친다. 형식적이지 않는 진정성을 담은 통렬한 참회를 요구하는 것이다. 

 

<입당송>은 지혜서(11,23.24.26 참조)를 통해 “주님, 당신은 모든 사람에게 자비하시고, 당신이 만드신 것을 하나도 미워하지 않으시며, 사람들이 회개하도록 죄를 덮어 용서하시니…”라고 말씀하신다. 참회의 결과는 응징이 아니라 한없는 용서와 자비임을 일깨워준다. 그러니 마음을 다해 속죄하라는 메시지다. 

 

<제1독서> 역시 요엘 예언서(2,12-18)의 말씀을 통해 보다 강력하게 속죄의 중요성, 그 방법을 일러준다. “옷이 아니라 너희 마음을 찢어라” 이보다 더 큰 울림이 어디 있을까. 마음을 찢는다! 전부 다 해체하여 이전의 악습, 죄, 편견을 다 버리고 다시 시작하라는 외침이다. 

 

 

자선, 기도, 단식의 올바른 실천 

 

<화답송>은 계속해서 ‘저의 죄악을 없애주소서, 제 잘못이 언제나 제 앞에 있나이다, 제 마음을 깨끗이 만드시고, 순종의 영으로 저를 받쳐 주소서’라며 반복적으로 죄를 고백하고 뉘우치도록 한다. 

 

통렬한 속죄는 어려운 일이고 때로는 피하고 싶지만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얼마나 아름다운지 모른다. <제2독서>인 코린토 2서(5,20-6,2) 말씀은 사도 바오로의 입을 통해 “하느님과 화해하십시오 … 하느님의 은총을 헛되이 받는 일이 없게 하십시오”라고 권고한다. 속죄를 통해 인간은 결국 하느님과 아름다운 화해를 할 수 있다. 그리고 화해는 은총으로 이어진다. 은총, 은혜, 구원이 함께 하는 소중한 시기가 바로 이 순간임을 사도 바오로는 거듭 거듭 일러준다. 

 

그리고 이 과정을 거쳐 인간은 예수님이 신앙생활의 세 가지 덕목으로 꼽으신 자선, 기도, 단식으로 나아갈 수 있다. 예수님은 마태오 복음(6,1-6.16-18)을 통해 참회의 열매인 자선, 기도, 단식의 중요성과 함께 이를 올바로 행하는 방법을 자상하게 그러나 엄준하게 가르치신다. 

 

그 핵심은 사람에게 드러내 보이고자 행하지 말고 오로지 하느님을 중심에 두고 실천하라는 가르침이다. “네 자선을 숨겨 두어라. 그러면 숨은 일도 보시는 네 아버지께서 너에게 갚아주실 것이다. … 기도할 때 골방에 들어가 문을 닫은 다음 숨어 계신 네 아버지께 기도하여라. 그러면 숨은 일도 보시는 네 아버지께서 너에게 갚아 주실 것이다. … 네가 단식한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드러내 보이지 말고, 숨어 계신 네 아버지께 보여라. 그러면 숨은 일도 보시는 네 아버지께서 너에게 갚아 주실 것이다.” 

 

 

 

재의 축복과 재를 머리에 얹는 예식 

 

강론이 끝나면 잠시 침묵 후 사순시기를 잘 보낼 수 있기를 기도한다. 이어 사제는 말없이 재에 성수를 뿌린 다음 그 재를 모든 사람의 머리 위에 얹어 주며 “회개하고 복음을 믿어라” (마르1,15) 혹은 “사람아,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다시 돌아갈 것을 생각하여라”(창세 3,10)라고 말한다. 

 

세상은 잠시이며, 우리가 다시 흙으로 돌아갈 것임을 상기할 때 인간은 겸손해지고 온유해질 수 있다. 그 온유와 겸손은 결국 어려운 이웃, 세례를 준비하는 예비 신자들을 향한 자선과 사랑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래서 사순시기는 우리 신앙생활의 나침반과도 같다. 길을 잃고 헤맬 때, 어둠속을 방황할 때 다시금 꺼내보고 마음가짐을, 삶의 방향을 그분께로 되돌리도록 일깨워주는 것이 바로 방향키 사순시기의 의미가 아닐까. 

 

[복음화를 위한 작은 외침, 2013년 2월호(수원교구 복음화국 발행), 글 최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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