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의 숲] 천사 합창단(감사송 마지막 부분) 성경에 배경을 둔 유다교 랍비 전통에서 전해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하느님 나라에서는 이 세상에 있는 모든 것이 사라진다. 그러나 하느님 찬양은 영원히 계속된다.” 하느님 나라에서는 어려운 신학을 공부하지 않습니다. 하느님과 얼굴을 맞대고 살기 때문입니다. 성경 공부도 할 필요가 없습니다. 하느님께 직접 말씀을 듣기 때문입니다. 윤리도 사라집니다. 모두 성인이 되어 천사처럼 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하느님께 드리는 찬양은 결코 사라질 수 없습니다. 곧 천상의 전례를 말합니다. 그런데 지금 여기에서 거행하는 지상 전례는 천상 전례와 연결되어 있습니다(전례헌장 97). 천상 전례와 지상 전례가 결합된 장엄한 모습은 감사송 마지막 부분에서 잘 드러납니다. 회중은 천사, 성인들, 하늘과 땅, 만물과 함께 하느님 아버지께 찬양 노래를 부릅니다(미사경본 총지침 79). 바로 앞에서 감사와 찬양의 동기를 밝혔기 때문에 이 부분은 보통 “그러므로”(Et ideo, Quapropter, Unde)로 시작하여, “찬양/찬미/환호/노래하나이다”, 또는 “외치나이다”라는 구절을 고리로 자연스럽게 “거룩하시도다!”로 넘어갑니다. 감사송에서는 언제나 천사들이 나옵니다. 천사는 하느님의 심부름꾼으로서, 하느님을 섬기도록 창조된 존재입니다. 또한 사람과 달리 물질세계의 한계에 매이지 않는 영적인 존재들입니다. 구약 성경에서 천사들은 세라핌(우리말 성경에서는 “사랍”)이나 케루빔(우리말 성경에서는 “커룹”) 천사들처럼 하느님을 찬양하고 섬기며, 미카엘, 라파엘 대천사들처럼 하느님의 뜻에 따라 인간에게 사명을 수행합니다. 복음서에서는 주로 예수님과 관련하여 활동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예수님의 탄생을 알리고 강생하신 그분을 보호하고 시중들고 섬기는 활동을 합니다. 바오로 사도는 천사들은 예수 그리스도께 복종한다고 설명합니다. 묵시록에서는 천사들이 각 교회들을 수호하고, 천상 궁전에서 하느님을 찬양하며, 세상 종말과 관련하여 활동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전례주년에서는 “수호천사” 기념일(10월2일)과 “성 미카엘, 성 가브리엘, 성 라파엘 대천사” 축일이(9월29일) 있고, 때에 따라 “거룩한 천사” 신심 미사도 드릴 수 있습니다. 또한 미사의 여러 부분에서도 천사들을 말합니다. 참회에서 고백의 기도를 바칠 때 천사들과 성인들의 전구를 청하고, 대영광송에는 천사들이 부른 찬미가를(루카 2,14) 인용합니다. 감사기도에서는(1양식) 성체를 축성한 뒤에 “거룩한 천사의 손으로 이 제물이 존엄한 천상 제단에 오르게 하소서.”하고 기도하며 미사 때 천사들이 제대를 둘러싸고 있다는 믿음을 드러냅니다. 그밖에 미사의 여러 기도문과 성가들에서 천사들이 자주 나옵니다. 특별히 감사송에서는 쉬지 않고 하느님을 찬양하는 수많은 천사들을 표현합니다. 이러한 천상 전례 장면은 성경에서 영감을 받은 것입니다. 천사들은 주 하느님 어좌 둘레에서 환호하고(이사 6,3), 예수님이 강생하실 때 수많은 하늘의 군대가 찬미가를 부르며 (루카 2,13), 많은 천사들이 어린양의 승리를 경축하며 하느님 어좌 주위에서 찬양의 노래를 부릅니다(묵시 5,11). 감사송에 쉬지 않고 하느님 찬양하는 수많은 천사들 표현 천사들에 관하여 가장 먼저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사람은 “디오니시오”라는 이름을 빌려 쓴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천사들 또는 천사 등급을 아홉으로 구분하였습니다. 이를 본받아 성 그레고리오 교황이 천사들의 대열을 풀이하였습니다. 디오니시오는 영적 완전성에 따라 그 이름 또는 등급을 설명하였지만, 성 그레고리오는 사람을 위한 직무를 기준으로 구분하였습니다. (천사들 또는 천사 등급 이름이 우리말로는 감사송과 사전들에 조금 다르게 나옵니다.) 천사들은(angeli) 보통의 거룩한 전갈을 알리고 대천사들은(archangeli) 매우 중요한 소식을 전합니다. 능품천사들은(Virtutes) 은총의 분배자로서 기적을 수행하고, 권품천사들은(Potestates) 마귀들을 무찔러 부숩니다. 권세천사들은(Principati 우리말 성경에서는 “권세”로 나오고, 보통 “권품천사”로 옮김) 다른 천사들을 이끌며, 주품천사들은(Dominationes) 천사들의 활동 경계를 정하는 천상 군대의 고위 지도자들입니다. 좌품천사들(Throni)은 하느님의 정의를 실천하는 존재로서 하느님과 함께 심판합니다. 케루빔 천사들은(Cherubim) 기도하는 존재로서 하느님에 관한 충만한 지식을 지니고 있습니다. 하느님과 가장 가까이 있는 세라핌 천사들은(Seraphim) 사랑에 불타는 존재로서 완전한 시선을 지니고 있습니다. 한편, 성인 가운데 아시시의 프란치스코를 “세라핌” 성인이라 부릅니다. 성인이 다섯 상흔을 받을 때 세라핌 환시를 보았기 때문입니다. 환시에서 주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달리시어 마치 세라핌처럼 여섯 날개로 덮고 나타나셨습니다. 그리고 그분의 손과 발과 옆구리에서 빛이 나와 당신 몸에 있는 상처들과 비슷하게 프란치스코의 몸에 다섯 상처의 흔적을 남기셨습니다. 성인이 하느님 사랑으로 자신을 완전히 불태웠다는 표시일 것입니다. 감사송에는 전통에 따라 모든 천사 또는 그 등급들이 나옵니다. 다만 전통적인 아홉 천사 등급 가운데 “권세천사들”은 나오지 않습니다. 그리고 한 감사송에 모두 함께 나오는 경우는 없고, 또 순서도 교부들이 말하는 것과 같지 않습니다. 보통 천사들은 거의 모든 감사송에 다 들어 있습니다. 그리고 많은 감사송에서 대천사들, 권품, 능품, 주품, 좌품, 케루빔, 세라핌 천사들을 구분하여 말합니다. 나아가 몇 감사송들에서는 천사의 찬양 직무의 모습을 구분하여 밝히기도 합니다. 곧, 보통 천사들은 찬미하며, 주품천사들은 흠숭하고, 권품천사들은 두려움으로 떨며, 능품천사들과 세라핌들은 예배하고 환호합니다. 하느님 찬양에서 아무 것도 빠질 수 없어 한편, 감사송에는 천사 등급과는 구분되는 천상 존재들이 나옵니다. 보기를 들면 “하늘의 모든 군대”입니다. 이 이름은 성경에서 영감을 받은 표현입니다. 미카야 예언자는 환시를 보며 말합니다. “내가 보니, 주님께서 어좌에 앉으시고 하늘의 온 군대가 그분 오른쪽과 왼쪽에 서 있었습니다.”(1열왕 22, 19). 루카는 수많은 하늘의 군대가 하느님을 찬양하는 모습을 기록하고 있습니다(루가 2, 13). 이 밖에도 “하늘의 온 무리”, “모든 복된 무리”, “하늘(과 땅)”과 같은 표현들이 있습니다. 이러한 문구들은 천사들을 달리 표현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나아가 성경의 시적 표현에서 영감을 받은 것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주님을 찬양하여라, 하늘 위의 하늘아”(시편 148, 4).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전례 개혁으로 감사송의 하느님 찬송에는 천사 밖에도 “성인들”, “구원된 모든 사람”, “하늘과 땅”, “온 세상”, “창조된 만물”이 모두 참여합니다. 한편, 우리말 미사경본의 설날 감사송에는 과감하게 “조상들”까지 포함됩니다.(아직 교황청 승인을 받지 않음) 그렇습니다. 하느님 찬양에서 아무 것도 빠질 수 없습니다. 사실 찬양은 감사이자 믿음의 고백입니다. 무엇보다 모든 피조물은 그 자신으로서 창조주를 찬양합니다. 해와 달과 별은 세상에 빛을 비추며 주님을 찬양하고, 풀과 나무는 꽃과 과일을 내면서 찬양합니다. 사람에게는 누구를 흉내 내지도 않고 무엇에 매이지도 않고 주눅 들지 않은 자유로움, 얼어붙은 마음에서 벗어나 이웃, 특히 가난한 이들에게 사랑을 실천하는 따뜻한 마음이 참된 찬양입니다. 그러나 사람에게는 이러한 삶의 찬양을 천사들처럼 살아 있는 목소리로 바꾸어 바쳐야 할 과제가 있습니다. 우리의 나약한 찬미는 교회의 감사기도, 특히 감사송과 “거룩하시도다!”를 통하여 천사들의 힘 있는 찬미에 결합됩니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6년 2월호, 글 심규재 실베스텔 신부(작은형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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