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성야 역사와 전례 구성
파스카 삼일의 절정… 2세기 후반에 연중 축일 돼 - 지난해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거행된 부활 성야 미사에 프란치스코 교황이 초를 들고 도착하고 있다.(CNS 자료사진) 그리스도가 죽음을 이기고 부활하신 것을 기념하는 부활 대축일이 돌아왔다. 모든 그리스도교의 축일 안에서 가장 오래되고 큰 축일인 이날은 전례주년 안에서도 정점을 이룬다. 특별히 부활 성야는 ‘모든 성야(전야제)의 어머니’(Mater omnium sanctarum vigiliarum)라 불리는 일 년 중 가장 아름다운 토요일 밤이다. 그 역사와 전례 구성에 대해 알아본다. ■ 역사 그리스도인들이 예수의 부활이 일어난 날에 관심을 갖고 연중 축일로 지내게 된 것은 2세기 후반 무렵으로 알려진다. 교황 빅토르 1세(189~198/199?) 때에는 예수 부활 대축일을 돌아가신 니산 달(3~4월에 해당) 14일에 할 것인가, 아니면 니산 달 14일 이후 다가오는 주일에 지낼 것인가라는 논쟁으로 교회가 분열 위기까지 갔다. 결국 니케아 공의회(325)가 후자를 택함으로써 이 논의는 일단락됐다. 가장 오래된 문헌들에 의할 때, 초기의 부활 성야는 본질적으로 하루나 이틀, 혹은 며칠 동안 엄격한 단식을 하고 성찬례를 끝맺는 밤기도 모임으로 구성됐다. 즉 ‘기도로 단식을 마치고 성찬례로써 축제를 시작하는 거룩한 밤, 단식에서 축제로 넘어감’ 이 두 요소가 그리스도인의 파스카였다. 테르툴리아노에 의하면, 이 단식은 “머리와 몸을 포함한 그리스도 전체가 죽음에서 생명에로, 슬픔에서 기쁨으로 넘어가는 파스카 시기의 첫 시기”이다. 로마 교회로 접어들면서는 ‘세례성사 집전’ ‘파스카 초 점화’ ‘새 불 강복과 빛 행렬’의 요소 등이 도입됐다. 특별히 313년 그리스도교가 공인된 이후 수많은 이들이 개종했던 시대적 상황 속에서 부활 성야는 일 년 중 세례가 주어지는 ‘위대한 밤’이었다. 부활 성야는 7세기 이후 쇠퇴기를 맞는다. 전례 시간이 점점 앞당겨지면서 오후 2시, 심지어 정오로 시간이 옮겨졌고 이로써 한낮에 ‘복된 밤’을 노래하는 부조화가 생겼다. 1570년 미사경본에서는 성 토요일 오전에 미사를 봉헌하도록 했으며, 1642년 우르바노 8세 교황은 아예 의무축일 목록에서 삭제했다. 부활 성야는 1951년 비오 12세 교황이 예식을 토요일 밤에 지내도록 하는 전통을 복구함으로써 제자리를 찾았고, 1955년에는 의무 축일로 지정됐다. 1970년 새 미사경본에서는 부활 성야가 파스카 삼일의 절정임을 확인했으며 밤이 시작된 다음에 예식을 시작하고 주일 새벽 전에 마치도록 규정했다. ■ 전례 구성 미사경본(2000년)에 따른 현행 부활 성야는 빛의 예식, 말씀 전례, 세례 예식, 성찬 전례 네 부분으로 나뉜다. - 빛의 예식 성야 예식을 열면서 본 예식을 준비하는 안내 역할이기도 하다. 그리스도의 부활로 세상이 어두움과 죽음에서 빛과 생명으로 건너가게 됐음을 경축한다. 불과 초의 축복 행렬 및 부활 찬송으로 이뤄진다. 부활초는 돌아가시고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를 상징한다. 4세기 중엽에 만들어진 ‘부활 찬송’(Exsultet)은 7세기경 로마 일부 교회에서 불리다가 11세기에 교황청 전례에 도입됐다. 부활초 행렬에서 사제가 ‘그리스도의 빛’을 노래하고 신자들도 자신의 초에 불을 당기는 장면은 히브리 백성이 사막에서 불기둥을 따라 걸어간 것을 상기시키는 한편 ‘나는 세상의 빛이다. 나를 따르는 이는 어둠 속을 걷지 않을 것이다’(요한 8,12)고 선포하신 예수님 말씀을 떠올리게 한다. - 말씀 전례 구약에서 일곱 독서, 신약에서 서간과 복음 등 두 개의 독서를 읽는다. 독서 사이에는 노래와 기도가 이어진다. 일곱 개의 구약 독서 내용은 창조와 아브라함의 제사, 그리고 홍해를 건너간 사건에 이어 이사야서의 종말론적 본문을 읽는 것으로 진행된다. 신약의 파스카를 향한 구원 역사를 보여주는 부분이다. 이어지는 세 개의 독서는 세례 성사와 관련이 있다. 구약 독서를 마치면 대영광송을 노래한다. 신약 독서에서는 세례를 통해 그리스도와 함께 죽고 부활한 그리스도인의 실체를 밝히는 사도 바오로의 서간이 봉독된다. 이후에는 사순시기 동안 중단됐던 알렐루야가 불려지며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에 대한 복음이 선포된다. 일 년 중 가장 장엄한 부활 성야의 말씀 전례는 그리스도의 부활이 천지창조와 더불어 시작되고 구약의 많은 사건과 가르침을 통해 준비됐으며 그리스도 안에서 실현된 구원의 완성이며 절정임을 장엄하게 선포하는 시간이다. 아울러 그 기쁨을 노래하며 그에 상응하는 하느님 은총을 구하는 의미를 지닌다. - 세례 예식 세례가 부활 성야 전례 예식의 핵심 요소가 된 것은 새로운 탈출과 해방(1코린 10,1-11), 그리스도와 함께 죽었다가 살아나는 것(로마 6,1-4), 새로운 탄생(요한 3,1-13 1베드 1,3 이하) 등에서 드러나는 부활의 의미를 성사적으로 실현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배경에서 교회는 예로부터 부활 성야를 공식 세례일로 간주하고 있다. 기존 신자들에게도 이날은 세례 기념일이 되기 때문에 세례 갱신을 거행했다. 예식은 권고, 성인호칭기도, 세례수 축복, 구마 예식과 신앙고백, 세례식, 견진의 순서로 진행된다. 세례가 없거나 가까운 시일 내에 세례 계획이 없는 경우 사제는 성수를 축복한다. 세례수나 성수 축복 후 신자들은 세례 서약을 갱신하며 사제는 신자들에게 성수를 뿌린다. - 성찬 전례 보통 때와 같이 거행되지만, 예수님의 파스카를 성사적으로 거행하고 부활하신 주님께서 마련하신 잔치에 참여한다는 의미에서 성야 예식의 절정을 이룬다. 영세자들은 처음으로 형제들과 함께 영성체 예식에 참여함으로써 그리스도교 입교 예식을 완성한다고 볼 수 있다. 감사송은 희생된 파스카 양인 예수 그리스도의 영광을 다시 한 번 노래하는 시간이며 평화의 인사는 부활하신 주님께서 부활 당일에 제자들에게 하신 인사를 일깨워 준다. 파견에서 사제는 부활 장엄 축복문을 사용한다. 파견 끝에는 부활의 기쁨과 감사를 드러내기 위해 두 번의 ‘알렐루야’를 덧붙인다. ■ 이것이 궁금하다 - 부활초, 왜 밀랍으로? 세상의 빛인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을 상징하는 이 초는 보통 밀랍으로 만들어진다. 왜 밀초일까. 처음 부활 성야가 시작될 당시, 벌이 동정성을 지닌 피조물로 여겨졌던 것에 배경을 두고 있다. 교부들은 그리스도의 정배인 교회와 동정 마리아에 비유했고, 벌꿀에서 나온 밀랍을 동정 잉태의 결실로 여겼다. 그런 면에서 밀랍은 성령으로 잉태되신 예수 그리스도의 몸을 가장 적절하게 나타내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즉 벌은 동정 마리아를, 밀랍으로 만들어진 밀초는 예수 그리스도를 상징하게 된 것이다. - 부활 찬송(Exsultet) 내용은? 하느님께 초를 바치는 기도이자, 파스카를 선포하는 가장 장엄한 찬미의 노래다. ‘Exsultet iam angelica turba caelorum…’(용약하라 하늘나라 천사들 무리…)의 첫 글자를 따서 ‘엑술텟’(Exsultet)이라 부른다. 작자 미상인 이 찬송은 초세기 ‘등불예식’(Lucernarium) 노래에서 발전한 것으로 알려지며, 성 암브로시오와 성 아우구스티노의 사상이 많이 담겨져 있다. 현재의 노래는 7세기경 확정된 것으로 보고 있다. 초대 대화 찬송본문으로 구성되며, 부활하신 그리스도를 향한 영광송으로 끝난다. [가톨릭신문, 2016년 3월 27일, 이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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