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펀(funfun) 전례] (20) 성당 입구에서 성수 찍고 성호긋기
세례 은총 회복하고 악으로부터 보호 뜻해 - 대전교구 신리성지 기념성당 성수대.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민이 : 성당에 들어갈 때 늘 성수를 찍고 성호를 긋는데, 무슨 의미가 있고 언제부터 교회의 관습이 됐는지 궁금하네요. 티모 : 신자들은 성당에 들어가면서 성수를 찍고 성호를 긋지요. 그러면서 나름대로 의미를 생각해볼 텐데요. 민이 형제께서 좋은 질문을 해주었네요. 성수(aqua benedicta)는 ‘초대 그리스도교 신자들이 기도하기 전과 성당에 들어갈 때에 손을 씻었다’는 테르툴리아노와 클레멘스 교부의 증언에 등장합니다. 일상용 성수에 대해서는 200년 즈음에 저술된 외경 베드로 행전에 언급되었고 9세기부터는 성수예식이 공식화되었으며 성당에 출입할 때 또한 집에 가져가서 아침에 일어날 때와 밤에 자기 전에, 병자에게, 묘지에 사용했다고 하지요. 성수의 의미는 성수축복기도를 살펴보면 알 수 있답니다. 하느님께서 물로 사람들을 깨끗하게 하시어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신 세례 은총이 지속되고 모든 악에서 보호해주는 역할을 성수가 하고 있음을 말해주지요. 민이 : 성수를 찍고 성호를 긋는 것은 참 오래된 관습이네요. 성수를 통해서 세례의 은총을 회복하고 악으로부터 보호 받으며 영혼의 생기를 되찾는 것이 중요하겠네요. 세라 : 그런데, 성수축복예식을 할 때 보면 소금을 넣는 것을 보았는데 왜 넣는 것인가요? 그리고 꼭 넣어야 하나요? 티모 : 소금은 고대 셈족에서는 부패를 방지하는 보존력 때문에 정결 또는 불멸의 상징으로 간주되었으며, 구약에서는 예언자 엘리사가 예리코의 더러운 물을 소금으로 되살리는 기적을 전해주지요(2열왕 2,19-22). 예수님께서도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다”(마태 5,13; 마르 9,50)라고 말씀하셨는데, 이때의 소금은 그리스도교의 지혜와 순수함을 뜻하지요(콜로 4,6). 교회에서 성수를 축복할 때에 소금을 물에 섞는데, 부패를 방지하기 위해 맑은 물에 소금을 타던 고대 로마인들의 관습을 전례에 적용시킨 것이랍니다. 성수 축복을 하는 데 있어서 소금은 부수적인 요소이고, 본질적인 것은 물과 축복기도입니다. 그래서 소금은 지역과 풍습에 따라 넣을 수도 있고 안 넣을 수도 있어요. 성수를 자주 축복하는 경우에는 소금을 안 넣는 것이 좋지요. 왜냐하면 소금은 성수예식에 사용하는 쇠로 된 성수채를 산화시키고 성수를 찍어서 성호를 긋는 신자들의 옷을 손상시키는 실질적인 문제가 있거든요. 세라 : 성수대가 성당 밖에 있는 곳도 있던데, 그래도 되나요? 티모 : 성수가 세례를 기억하고 악으로부터의 보호를 위한 것이기에 성당 안 보다는 성당 밖에 위치하는 것이 좋지요. 먼저, 전례에 참여할 준비를 하고 전례공간에 들어오는 것이 좋기 때문에 요즈음에는 성당 밖에 성수대를 놓고 있답니다. 민이 : 앞으로는 성당에 들어가기 전에 몸과 마음을 잘 준비하고 세례의 은총을 되새기면서 정성껏 성수를 찍고 성호를 그어야겠네요. [가톨릭신문, 2016년 5월 22일, 지도 윤종식 신부(가톨릭대 전례학 교수), 정리 우세민 · 이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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