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펀(funfun) 전례] (26) 성당은 꼭 필요한가요?
공동체 전례 위해 적합한 공간 마련돼야 민이 : 본당에서 구역미사나 반미사를 드릴 때도 그렇고, 성당이 아닌 장소에서 미사가 봉헌되는 경우가 있더라고요. 미사를 꼭 성당에서 하지 않아도 되는 건가요? 티모 : 유다인이나 다른 이교도인의 성전은 신적 현존에 의해 장소가 결정되고, 현존의 장소를 거룩하고 성스러운 곳으로 생각합니다. 반면에 그리스도교는 ‘거행’ 자체를 중요시해요. “너희는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루카 22,19)라고 하신 예수님 말씀에 따라, 신적 현존이 보장된 어떤 장소에 고정되거나 구애받지 않고 예수님께서 바라시는 예배를 거행함으로써 주님의 현존을 실현하는 것이죠. 세라 : 그러면 구약과 신약에서 성전의 의미는 다른가요? 티모 : 유다인들은 성전을 건축하기 전에 하느님 현존이 나타나고 계시됐던 장소들에서 제단을 쌓고 제물을 봉헌했죠. 그 대표적인 곳은 아브라함이 이사악을 제물로 바치려 했던 모리야 산(창세 22,1-19), 야곱이 자다가 하느님의 천사들이 층계를 이용해 하늘을 오르내리는 것을 본 베텔(창세 28,10-22) 등입니다. 출애굽 사건 때 모세와 그의 백성들에게 당신께서 항상 함께 계신다는 확신을 주셨고(탈출 3,13-15; 33,16 참조), 그 표징과 증거는 사막의 이동 성소(탈출 25,8-9. 40이하)인 거죠. 가나안 정착 이후에 솔로몬이 성전을 건립했고(1열왕 8,1이하), 바빌론에 의해 파괴된 성전을 즈루빠벨이 주도해 다시 지었습니다(에즈 5,1이하). 이 성전은 기원전 169년 시리아와 안티오쿠스에 의해 파괴되고, 기원전 20년경부터 대 헤로데가 성전을 재건하기 시작했어요. 이 성전은 이스라엘 민족을 이집트로부터 탈출시킨 하느님께서 계속 함께 계신다는 현존을 드러내고 그 상징물로 계약궤와 아론의 지팡이, 그리고 만나를 보관했습니다(히브 9,4). 세라 : 그럼 신약에서는 의미가 바뀌었나요? 티모 : 신약에 와서 예수님은 “나를 보는 사람은 나를 보내신 분을 보는 것이다”(요한 12,45)라고 하셨고, 요한복음 사가는 “그분께서 성전이라고 하신 것은 당신 몸을 두고 하신 말씀”(요한 2,21)이라고 설명해줍니다. 예수님에 의해 하느님의 현존을 드러내는 것은 장소나 상징물이 아니라 바로 예수님 그분 자신이 참된 성전이 되신 것이죠. 그래서 예수님께서 현존하시는 곳이 ‘성전’이 되는 것이에요. 민이 : 그렇다면 굳이 성당을 지을 필요가 없는 것 아닌가요? 티모 : 그렇다고 해도 성당은 전례거행을 하려고 모인 공동체를 위해 꼭 필요하지요. 전례헌장에서도 “성당 건축에서는 전례 행위의 실행과 신자들의 능동적 참여 확보에 적합하도록 힘써 배려해야 한다”(124항)고 강조합니다. 세라 : 본당 공동체가 매주 모이는데 성당이 없다면 얼마나 슬플까요? 티모 : 성당은 주님의 구원역사를 기억하고 찬미와 찬양을 드리기에 적합한 공간이지요. 성당에 머물며 십자가와 감실에 계신 성체를 바라보며 묵상한다면 신앙이 더욱 굳건해질 것이에요. [가톨릭신문, 2016년 7월 3일, 지도 윤종식 신부(가톨릭대 전례학 교수), 정리 우세민 · 이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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