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펀(FunFun) 전례] (31) 장례미사를 봉헌할 수 없는 때는 언제인가요?
성삼일 · 의무대축일… 주님 구원 기념이 우선 민이 : 신부님, 몇 달 전에 아버지를 여읜 친구를 우연히 만났는데, 아버지가 돌아가신 그때가 마침 부활이라서 장례미사를 봉헌하지 못했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저는 장례미사는 언제든 봉헌할 수 있다고 알고 있어서 친구 이야기를 듣고 사실 좀 놀랐어요. 장례미사를 봉헌할 수 없는 시기가 있는 것이 사실인가요? 티모 : 네, 민이 형제님. 의무대축일과 성목요일, 그리고 파스카 삼일, 대림시기와 사순시기, 부활시기의 주일에는 장례미사를 할 수 없도록 정해져 있답니다. 세라 : 음…, 신부님. 하지만 누군가 돌아가시는 일은 갑작스럽게 일어나는, 정확한 때를 예견하기 힘든 일이잖아요. 그럼에도 특정 시기에 장례미사를 봉헌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너무 매정하게 느껴지기도 하네요. 가족을 잃은 유족들의 슬픔을 생각하면 언제든 장례미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요? 티모 : 자매님 말씀도 맞습니다. 하지만 장례미사를 할 수 없는 시기를 정해둔 것도 나름 이유가 있답니다. 위에 말씀드린 시기들은 주님의 구원 업적의 가장 중요한 사건들을 기념하는 날들입니다. 우리의 신앙, 그리고 미사의 기본이 되는 의미들을 강조하고 그것에 더욱 집중하기 위해 장례는 물론 다른 기원을 미사에 첨가할 수 없도록 한 것입니다. 세라 : 본당 신부님께서 사목적 배려로 장례미사를 해주시는 것도 불가능한 건가요? 티모 : 현재로서는 위에 언급한 시기들에 장례미사를 본당에서 봉헌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장례미사를 원하는 경우에는 하루 먼저 장례미사를 하고 출관은 다음날에 하거나, 아예 출관을 하루 늦춰 장례미사를 하기도 한답니다. 장례미사를 봉헌하지 못하는 날에 꼭 장례식을 해야 한다면 ‘말씀 전례와 고별식’을 거행합니다. 고별식은 고인의 죄 사함을 위해 기도했던 과거의 사도(赦禱) 예절에서 기원한 것이지요. 병원이나 장례식장에서 신자 공동체가 함께 ‘말씀전례와 고별식’을 하며 슬픔에 싸인 유가족의 고통을 위로하고 함께 기도하며 부활에 대한 희망을 불어넣어주지요. 세라 : 장례의 경우,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모르는 부분들이 많았는데 미리 알고 있으면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문득 드는 궁금증인데 만약에 교리교육을 받던 예비 신자가 갑자기 사망한 경우에도 장례미사를 드릴 수 있나요? 티모 : 그럼요. 예비 신자는 이미 하느님에 대한 믿음을 지니려고 교회 공동체를 찾아왔고 세례를 준비하고 있었기에 신자로서 장례미사를 성대히 해줄 수 있습니다. 신자분들이 장례미사 자체에 큰 의미를 두는 경우가 많고, 전례시기에 맞지 않아 장례미사를 봉헌할 수 없다고 하면 실망하시는 분들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신자 공동체가 유가족과 함께 기도하고 모든 장례 예식에 함께해주는 것 아닐까요. 그러면 고인에게도 유족에게도 신자분들에게도 뜻깊은 시간이 될 것입니다. [가톨릭신문, 2016년 8월 7일, 지도 윤종식 신부(가톨릭대 전례학 교수), 정리 우세민 · 이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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