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펀(FunFun) 전례] (38) 봉헌, 언제부터 금전으로 했나요?
11세기 이후 화폐제도 발달하자 금전으로 봉헌 민이 : 세라 자매님, 지난 주일미사 때 봉헌금을 내려는데, 주머니에 돈이 하나도 없는 거예요. 세라 : 이런, 미리 준비하셨어야죠. 그래서 어떻게 하셨어요? 민이 : 다행히 친구에게 빌려서 냈어요. 그래도 하느님께 죄송한 마음으로 미사 내내 마음이 불편했어요. 티모 : 봉헌도 전례에서 중요한 부분인데, 미리 잘 준비하시면 좋겠어요. 세라 : 신부님, 봉헌금은 언제부터 냈나요? 처음 낼 때부터 금전으로 낸 건가요? 티모 : 「가톨릭 교회 교리서」에는 “사도시대부터 그리스도인들은 성찬을 위한 빵과 포도주뿐 아니라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줄 선물도 가지고 모였다.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는 헌금 관습은 우리를 부요하게 하시려고 가난하게 되신 그리스도를 본받아 지키는 것이다”(1351항)라고 설명해요. 초기교회 때부터 신자들은 성찬에 사용할 빵과 포도주와 함께 가난한 이들을 위한 헌금을 바쳤던 것이죠. 현재와 같이 헌금을 금전으로 봉헌하게 된 것은 11세기 이후 화폐제도가 발달하면서부터예요. 민이 : 봉헌금을 내려고 신자들이 줄지어 행렬하고, 봉헌성가를 부르잖아요. 언제부터 그렇게 한 건가요? 티모 : 사도시대에는 신자들이 미사 전에 예물을 가져와 제대에 미리 놓아두었다가, 말씀 전례가 끝나면 사제가 준비된 예물로 성찬기도를 바쳤어요. 그 이후 신자들이 늘어나면서 행렬도 생기게 됐어요. 처음엔 예물 봉헌 행렬이 아무런 기도나 노래 없이 침묵 속에 진행되었다가, 4세기 말경부터 신자들이 더욱 늘어나면서 예물봉헌의 의미를 드러내는 성가를 행렬과 함께 부르기 시작한 거죠. 세라 : 봉헌금은 주로 어떻게 사용되나요? 티모 : 봉헌금 사용에 대한 이야기는 유스티노 성인(100~165)이 「호교론」 1권에서 잘 설명해주고 있어요. “부유하고 뜻이 있는 사람들은 스스로 정한 대로 내어 놓습니다. 거두어진 것을 모임을 주재하는 사람에게 넘겨주면, 그는 고아, 과부, 질병이나 그 외에 다른 이유로 재산이 없는 사람들과, 옥에 갇힌 사람들, 이민 온 사람들 등 한 마디로 궁핍한 사람들을 구제하는 것입니다.” 지금도 봉헌금은 초기 그리스도교 관습을 따라 가난한 이들을 돕는 자선과 교회 운영비 등으로 사용되고 있죠. 아! 그리고 알아둘 것이 있어요. 봉헌예식 때 거둬들인 헌금이나 예물은 적당한 장소에 놓아야 하고, 제대 위에는 놓지 말아야 해요. 민이 : 봉헌 봉투를 사용하는 곳도 있는데, 기준이 있나요? 티모 : 봉헌 봉투에 대한 규정은 따로 없어요. 그런데 봉투 유무보다는 그 마음이 우선됐으면 해요. 어떤 신자들은 봉헌금을 빳빳한 새 돈으로 미리 준비하기도 하고, 구겨진 지폐를 다리미로 다려 잘 보관했다가 봉헌하기도 하죠. 성경에도 “여러분의 몸을 하느님 마음에 드는 거룩한 산 제물로 바치십시오”(로마 12,1)라고 합니다. 민이 : 앞으로는 봉헌금을 더욱 정성된 마음으로 준비해야겠어요. [가톨릭신문, 2016년 10월 2일, 지도 윤종식 신부(가톨릭대 전례학 교수), 정리 우세민 기자 · 이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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