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 산책2] (1) 전례 : 교회 생활의 정점이며 원천 언젠가 원로 신부님께서 하신 말씀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다. “벌써 옛날 얘기인데 말이야. 미사를 열심히 봉헌하고 있는데, 맨 앞에 계신 할머니께서 미사 순서와 관계없이 가끔씩 고개를 꾸벅거리시는 거야. ‘참 이상하다~’라고 생각했지. 그래서 좀 유심히 봤더니.. 아, 글쎄 미사 중에 혼자서 조용히 묵주기도를 하시는 거였어. 매 단이 끝나는 영광송 부분에서 고개를 숙이셨던 거지.” 지금은 이러한 모습을 거의 찾아 볼 수 없지만, 예전에는 미사가 라틴어로 봉헌되었기에 신자들이 미사의 내용을 이해하기 어려워 벌어진 일이었을 것이다. 미사 중에 묵주기도를 할 수 있는 것일까? 우리 신앙 생활 안에서 ‘미사’와 ‘묵주기도’는 어떠한 의미를 갖는가! 교회의 가르침에 따르면 미사는 전례(liturgy: 典禮)이며 묵주기도는 신심(信心) 행위이다. 전례라는 말은 본래 ‘공적인 일’, ‘백성들의, 백성들을 위한 봉사’를 뜻하는데, 교회는 전례를 ‘교회가 거행하는 공적 예배(경배)’로, 전례 거행은 ‘사제이신 그리스도와 그 몸인 교회의 활동’으로 이해하고 있다(가톨릭교회교리서, 1069항 참조; 전례 헌장, 7항 참조). 교회는 전례의 의미와 전례의 으뜸인 미사(성찬례)에 대해 다음과 같이 가르친다. “전례는 교회의 활동이 지향하는 정점이며, 동시에 거기에서 교회의 모든 힘이 흘러 나오는 원천이다. 왜냐하면 사도직 활동의 목적이 신앙과 세례를 통하여 하느님의 자녀가 된 모든 이가 한데 모여 교회 한가운데에서 하느님을 찬미하며 희생 제사에 참여하고 주님의 만찬을 먹도록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전례헌장, 10항). 물론 전례가 교회 활동의 전부는 아니기에, 교회는 신자들의 애덕과 신심과 사도직의 합법적 활동, 신심 행위* 등을 장려하고 있지만(전례헌장, 13항), 언제나 전례가 갖는 특별한 중요성을 놓치지 않는다. “거룩한 전례는 그 본질상 이러한 신심 행위를 훨씬 앞서 가는 것이므로, 전례 시기를 고려하여, 그러한 행위들은 어느 모로든 전례에서 이끌어 내고 백성을 전례로 이끌어들여 전례와 조화를 이루도록 마련되어야 한다”(전례헌장, 13항). 그러므로 그리스도 신비체의 지체이며 하느님 백성의 일원인 신자들은 전례 거행 때 구경꾼이나 방관자가 되어서는 안된다. 오히려 신자들은 올바른 자세로 거룩한 전례에 참석하고, 마음을 목소리에 맞추어, 천상 은총을 헛되이 받지 않도록 은총에 협력해야 한다(전례헌장, 11항 참조). “어머니인 교회는 모든 신자가 전례 거행에 의식적이고 능동적이고 완전한 참여를 하도록 인도되기를 간절히 바란다”(전례헌장, 14항). * 신심 행위 : 묵상이나 양심성찰, 피정 뿐 아니라 묵주 기도, 십자가의 길 기도, 9일 기도, 성월 기도 등이 이에 포함된다. [2016년 11월 13일 연중 제33주일(평신도 주일) 청주주보 4면, 김대섭 바오로 신부(청주교구 복음화연구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