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E-신문으로 크는 신앙] 교회 달력은 왜 11월에 시작할까?
일상을 사는 우리는 통상 1월을 한해의 시작으로 지내고 있죠. 그러나 가톨릭 교회 달력의 시작은 11월입니다. 교회는 예수님의 성탄, 곧 구세주의 오심을 기다리기 시작하는 때를 한 해의 시작으로 삼습니다. 보통 중요한 손님이 집에 찾아오면 미리 집 안을 청소하고 여러 준비를 해두죠? 마찬가지로 그리스도인인 우리는 예수님 오심을 앞두고 ‘기다림’과 ‘준비’의 시간을 갖지요. 그래서 이 시기를 대림 시기라고 부릅니다. 대림 시기는 전통적으로 4주간으로 지내오고 있어요. 예수님의 성탄, 즉 크리스마스가 12월 25일이고, 여기서부터 주일 네 개를 거꾸로 빼면 보통 11월 말쯤이 됩니다. 올해는 11월 27일이 그 날이 됩니다. 그래서 대림 제1주일이라고 부르지요. 교회력은 이렇게 대림 제1주일에 시작한답니다. 대림 시기에 대해 더 알아볼까요? 6세기 이후 기쁨의 의미가 더해져 대림(待臨)은 한자 그대로 ‘오기를 기다린다’는 의미입니다. 영어로는 ‘Advent’라고 하는데 ‘도착’을 뜻하는 라틴어 ‘Adventus’(아드벤투스)에서 유래했죠. 구세주의 탄생을 기다리며 준비한 요한 세례자는 구세주께서 곧 오실 것을 알리며 회개를 촉구하고 사람들에게 세례를 베풀기도 했어요. 대림을 지내는 풍습이 언제부터 시작됐는지 그 시기가 정확하지는 않아요. 다만 4세기 말쯤 스페인과 갈리아(프랑스 남부) 지방에서 성탄을 앞두고 6주간 참회의 기간을 지냈다는 데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죠. 하지만 당시의 대림은 ‘금욕’의 성격만 지녔다고 합니다. 6세기 이후 그레고리오 교황이 전례로 정하면서 그리스도를 기다리는 ‘기쁨’의 의미가 더해졌습니다. 예수님 오심을 대비한 회개와 희망의 시기 교황청은 대림 시기 의미에 더욱 정확한 지침을 전하고 있어요. 1970년 개정한 「로마 미사 경본」에 수록된 ‘전례력과 축일표에 관한 일반 지침’을 통해 “대림 시기는 하느님의 아드님이 사람들 사이에 오신 것을 기억하는 성탄의 대축일을 준비하는 시기요, 동시에 그와 같은 기억을 통하여 마지막에 다시 오실 그리스도를 기다리도록 영혼이 인도되는 시기이다”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대림 시기의 마지막 제4주는 구세주 오심에 대비한 ‘회개’의 마음과 더불어 예수 탄생을 기뻐할 ‘희망’의 마음을 함께 지니는 시기입니다. 연말이면 우리가 한해를 돌아보고 반성하며 새해를 기쁘게 맞을 준비를 하는 것과 같습니다. 제대초와 제의 색도 바뀌어 대림 시기에는 보랏빛 대림초가 제대 앞을 장식합니다. 사철나무 위에 장식된 대림초는 매주 촛불을 하나씩 늘려가며 구세주가 얼마나 가까이 오고 계시는지 알려 줍니다. 대림초는 보라색 4개 혹은 보라색 3개와 장미색 1개, 또는 흰색 4개로만 사용할 수 있어요. 가장 짙은 색부터 불을 밝히면 돼요. 초 4개를 모두 켜게 되면 아기 예수님의 탄생이 곧 임박했음을 알 수 있겠죠! 이때는 사제의 제의 색깔도 바뀌어요. 사제는 대림 시기 회개와 속죄를 뜻하는 보라(자주)색 제의를 입습니다. 주님 오심을 합당하게 준비하려면 회개와 절제하는 자세가 필요하기 때문이지요. 이 시기엔 제대 또한 화려함을 없애죠. 대림 시기에는 제대를 대림환으로만 비교적 단출하게 장식하고, 미사 중 대영광송도 하지 않는 게 특징이에요. 오르간 등 악기의 단독 연주도 금하고, 혼인성사가 있어도 화려함을 피하죠. 하지만 사제들은 대림 제3주일이 되면 기쁨을 나타내는 장미색 제의를 착용해요. 전례 내용에 따라 주님께서 오실 날이 머지않았음을 기뻐하기 위해서입니다. 대림 시기 중남미 지역의 축제 ‘라스 포사다스’ 라스 포사다스(Las Posadas)는 스페인과 멕시코, 과테말라, 미국 남서부 지역에서 대림 시기에 지내는 중요한 축제 중 하나예요. 12월 16일부터 예수 탄생 전야인 12월 24일까지 9일간 열리는 성대한 전야제죠. 포사다스(Posadas)는 스페인어로 ‘숙박’을 뜻합니다. 마리아와 요셉이 아기를 낳고자 신성한 장소를 찾아가는 과정을 축제 안에 묘사하며 그 의미를 드높이는 데 목적이 있어요. 축제는 마리아와 요셉 역할을 맡은 두 주인공과 뒤따르는 행렬이 여인숙을 향해 출발하는 장면으로 시작해요. 마리아와 요셉이 도착하면 집 주인은 노래를 부르며 맞이하고, 집 안에서는 모두 같이 무릎을 꿇고 예수 탄생 기도를 드리죠. 나귀를 탄 마리아 뒤로 천사와 목동들이 함께 따르는 모습까지 재현하면 축제가 더욱 풍성해지겠죠? 이 기간에는 아이들과 함께 사탕과 과일을 나눠 먹는 풍습도 있어서 어른부터 아이까지 온 동네 사람들이 예수 탄생을 함께 기다리고 축하할 수 있어요. 교회력이 지닌 의미 사람들은 세상사의 온갖 중요한 일들을 보통 1년을 단위로 해서 기념하지요. 마찬가지로 교회는 구원의 역사를 1년을 주기로 해서 기념한답니다. 이것을 교회력 또는 전례력이라고 불러요. 교회력은 구원 역사의 중심이신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를 기다리는 대림 시기부터 시작하지요. 그래서 대림 → 성탄 → 사순 → 부활 → 성령 강림 → 연중 시기로 이어집니다. 연중 시기의 마지막이 지난 주에 기념한 그리스도 왕 대축일입니다. 한해 전례력을 통해 지나간 신앙 유산을 돌아보고 현재를 경험하며 내일에 대한 희망을 다지지요. 미사 중 거행되는 말씀 전례는 3년 주기(가ㆍ나ㆍ다해)로 편찬돼 다양한 성경 속 의미를 복음과 강론을 통해 전하고 있습니다. [가톨릭평화신문, 2016년 11월 27일, 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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