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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축일] 주님 공현 대축일, 주님 세례 축일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7-01-09 조회수8,646 추천수0

아기 예수 경배와 세례에 담긴 구원의 신비 드러내

 

 

8일 주님 공현 대축일과 9일 주님 세례 축일을 맞아 두 축일의 유래와 의미를 살펴본다. 특히 주님 공현 대축일은 또 하나의 예수 성탄 대축일로 불릴 정도로 중요한 축일인 만큼 각별한 관심과 이해가 필요하다.

 

- 알브레히트 뒤러 작 ‘동방 박사의 경배’, 1504, 이탈리아 피렌체, 우피치 미술관.

 

 

주님 공현 대축일

 

가스파르, 발타사르, 멜키오르로 알려진 세 명의 동방 박사가 구세주께서 탄생하심을 알고 별의 인도를 받아 아기 예수를 찾아가 경배한 것을 경축하는 축일이다. 

 

이 사건으로 구세주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이 세상에 공적으로 드러났다. 그리스어로 ‘에피파네이아’(epiphaneia)인 공현(公顯)은 ‘드러나다’는 뜻이다. 이전에는 ‘삼왕내조축일’(三王來朝祝日)이라고도 불렀다. 주님 공현 대축일은 매년 1월 2일에서 8일 사이 주일에 지낸다. 성경에는 다음과 같이 기록돼 있다.

 

“예수님께서는 헤로데 임금 때에 유다 베들레헴에서 태어나셨다. 그러자 동방에서 박사들이 예루살렘에 와서, ‘유다인들의 임금으로 태어나신 분이 어디 계십니까? 우리는 동방에서 그분의 별을 보고 그분께 경배하러 왔습니다’ 하고 말하였다. 이 말을 듣고 헤로데 임금을 비롯하여 온 예루살렘이 깜짝 놀랐다. … 그들은 임금의 말을 듣고 길을 떠났다. 그러자 동방에서 본 별이 그들을 앞서 가다가, 아기가 있는 곳 위에 이르러 멈추었다. 그들은 그 별을 보고 더없이 기뻐하였다. 그리고 그 집에 들어가 어머니 마리아와 함께 있는 아기를 보고 땅에 엎드려 경배하였다. 또 보물 상자를 열고 아기에게 황금과 유향과 몰약을 예물로 드렸다. 그들은 꿈에 헤로데에게 돌아가지 말라는 지시를 받고, 다른 길로 자기 고장에 돌아갔다.”(마태 2,1-12)

 

동방 박사의 방문은 예고된 것이었다. “그들은 모두 스바에서 오면서 금과 유향을 가져와 주님께서 찬미 받으실 일들을 알리리라.”(이사 60,6) 금과 유향은 당시 이방인들이 태양신에게 바쳤던 예물로, 세상을 비추는 빛(구세주)이 오신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예수 성탄 대축일과 달리 주님 공현 대축일에는 특별한 예식을 하지 않는다. 주님 공현 대축일이 성탄시기에 들어 있으면서 성탄의 연장이기 때문이다. 성탄은 ‘어두운 이 세상에 빛이신 그리스도께서 우리 가운데 오셨다’는 것을, 공현은 ‘구세주 탄생을 이방 민족 모두에게 드러내 보이셨다’는 것을 강조한다. 그래서 주님 공현 대축일에는 이방 민족을 대표하는 동방 박사들을 구유에 설치한다. 세 명의 동방 박사는 구세주를 경배하는 모든 백성을 상징한다. 

 

레오 1세 교황(재위 440~461)은 주님 공현 대축일의 신학적 의미를 다음과 같이 밝혔다.

 

 

아기 예수 경배한 동방 박사 마음 헤아려야

 

“주님 공현 대축일은 우리에게 성탄의 기쁨을 연장해주고 있는데, 두 축일로 서로 비슷한 내용의 신비를 연이어 지낸다 해서 우리 기쁨의 강도나 믿음의 열정이 약화하지 않습니다. 하느님과 인간 사이의 중개자로 태어나신 갓난아기가 작은 마을에 갇혀 계시면서도 온 세상에 선포하신 인류 구원에 관한 일입니다. 사실 그분은 이스라엘의 백성 그리고 이 백성 가운데 한 가정을 선택하셨으며, 이 가정에서부터 전 인류가 지니고 있는 본성을 취하셨습니다. 하지만 만민을 위해 태어나신 그분은 당신의 탄생이 어머니의 협소한 거처 안에 감춰져 있기를 원치 않으시고 즉시 모든 이에게 알려지기를 원하셨습니다.”

 

예수 성탄 대축일이 하느님께서 사람이 되셨다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주님 공현 대축일은 인간 가운데 드러난 신성(神性)에 초점을 맞췄다. 두 대축일은 각각 인성과 신성에 초점을 맞춰 성탄과 공현의 의미를 보완하면서 서로에게 빛을 밝혀준다. 

 

주님 공현 대축일 미사에서는 긴 순례 끝에 마침내 아기 예수를 뵙고 기뻐하며 땅에 엎드려 경배한 동방 박사들의 마음을 헤아리며 참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 조반니 벨리니 작 '그리스도의 세례', 이탈리아 비첸차.

 

 

주님 세례 축일

 

예수 그리스도께서 요한 세례자에게 세례받으신 것을 기념하는 축일이다. 성탄시기의 마지막 날인 주님 세례 축일로 성탄시기가 끝나고, 다음 날부터 연중시기가 시작된다. 따라서 주님 세례 축일과 이어지는 주간이 ‘연중 제1주일’이다. 주님 세례 축일 저녁에 구유를 비롯한 성탄 장식은 모두 치운다.

 

주님 세례 축일은 주님 공현 대축일 다음 주일에 지낸다. 다만 주님 공현 대축일이 7~8일인 때에는 대축일 다음 날인 월요일에 기념한다. 올해가 그런 경우다.

 

예수 그리스도는 이미 하느님의 아들이기에 하느님의 자녀로 태어나는 세례를 받을 필요가 없었다. 그럼에도 요한 세례자에게 물로 세례를 받은 것은 성부에 대한 순종과 예언의 성취를 위해 선택한 겸손의 표양이다. 성부 하느님은 예수 그리스도의 이러한 모습에 “이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마태 3,17)라고 말씀하셨다. 예수 그리스도의 순종으로 인간인 우리 역시 주님의 세례에 동참할 수 있게 됐다.

 

 

예수 그리스도 세례, 구원사의 중대한 사건

 

교부들은 예수 그리스도가 세례받은 것을 구원사의 중요한 사건으로 여겼다. 세례를 받을 때 하늘에서 들려오는 음성을 통해 하느님의 아들임이 계시됐고, 성령이 비둘기 모양으로 내려와 예수 그리스도가 공적 활동을 하기에 앞서 도유되고 파견된 것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역사적 관점으로 보면 동방 박사들의 아기 예수 경배와 예수 그리스도의 세례,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가 카나의 혼인 잔치에서 물로 포도주를 빚은 기적(요한 2,1-12)은 모두 예수 그리스도의 공현을 나타내는 사건이라는 점에서 맥을 같이 한다. 

 

주님 세례 축일 미사의 고유 전례문은 모두 예수 그리스도의 세례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입당송부터 본기도, 복음 말씀, 예물 기도, 감사송, 영성체송 등 거의 모든 전례문이 주님의 세례와 이에 대한 구원의 신비를 드러내고 있다.

 

[가톨릭평화신문, 2017년 1월 8일, 남정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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