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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전례] 전례 톡톡: 제대에서 봉사할 때는 준비가 중요하다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7-04-25 조회수9,142 추천수0

[전례 톡톡] 제대에서 봉사할 때는 준비가 중요하다

 

 

성당 복사들 사분의 삼이 어린이들이에요. 독서와 예물 봉헌도 자매님들만 하더군요. 제가 반(反) 페미니스트는 아니지만, 이렇게 되면 전례가 자매님들의 전유물이란 생각이 들지 않을까요? - 비제바노에서 피에트로 -

 

 

아무리 아름답고 뜻 깊은 것도 변질될 수 있어요. 상투적이고 진부하게 될 수 있죠. 독자께서 자세히 지적해주신 예가 아주 상징적인데, 성찬 거행 때 사제를 둘러싸고 있는 이들이 대개 아이들이에요.

 

개혁 전에는 제대 앞에 서서 미사 경문을 ‘읽는’ 것은 사제에게만 유보됐고 신자들은 침묵 속에 참여했죠. 그때는 복사를 남자 한 명이 섰어요. 현재는 성가, 독서, 성체 분배 같은 전례의 여러 가지 ‘봉사’를 위한 전문 봉사자들이 있지요. 자매님들도 비록 약간의 제한이 있기는 하지만 남자들과 똑같이 직무들을 맡고 있지요. 여자 아이들도 ‘여자 복사단’의 일원으로 가입할 수 있어요.

 

 

배제는 옛말, 이제는 개선

 

수정은 됐는데 준비가 안 된 본당 신부들이 많아요. 때때로 배제를 했어도 이제는 수정하려는 원의를 가지고 개선사항을 더 따라야 하는데, 이게 안 되고 있어요. 그보다는 전례 거행을 효과적으로 하고 신자 한 사람 한 사람을 챙겨주는 등 어떤 원칙에 따라 처리하는데 급급한거죠.

 

미사 거행의 흐름 안에 신자 회중을 포함시킨 일이 사실 대단한 업적이에요.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이런 결정을 내리며 다음과 같이 선포를 해요. “전례 행위는 사적인 행위가 아니라 “일치의 성사”인 교회, 곧 주교 아래 질서 있게 모인 거룩한 백성인 교회의 예식 거행이다. 그러므로 이 행위는 교회의 몸 전체에 관련되고 그 몸을 드러내며 영향을 끼친다. 교회의 각 지체는 위계와 임무와 실제 참여의 차이에 따라 각기 다른 모양으로 관여한다”(전례 헌장, 26항). 미사를 ‘거행하는’ 사람은 더 이상 사제 혼자가 아니라, 교회의 주체로서 모인 전체 회중이란 말이지요. 주례자는 회중을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주재하는 거에요.

 

실제 모든 기도가 일인칭 복수로 돼있어요. 기도합시다, 노래합시다. 바칩시다, 환호합시다, 이렇게요. 모든 미사의 전형적인 세 가지 고유 기도문을 보면 모두 사제에게 유보돼 있으며 앞에는 인사말이, 끝에는 회중의 ‘아멘’이 붙어있죠. 감사기도에서 ‘백성’이란 말이 네 번 나오는데, 사제가 축성 직후 하느님께 자신을 ‘저희 봉사자들과 주님의 거룩한 백성은’이라는 말로 소개하지요. 사제 혼자서 큰 소리로 기도할 때에도 마찬가지인데, 사제는 모든 이의 이름으로 기도를 바치는 거지요.

 

 

똑같은 품위, 다양한 역할

 

교회는 제대를 둘러싸고 하나가 된 백성이며, 세례 받은 이들의 공동체요, 똑같은 아버지께 청을 드리고 똑같은 품위를 지닌 형제들의 공동체입니다. 그러므로 이들 사이에 차별이 있을 순 없어요.

 

교회가 그렇다고 형체가 불명료한 집단은 아니며, 오히려 질서정연한 백성이요 위계질서를 갖추고 활동하는 조직이에요. 그 속에서 각각의 구성원 또는 단체가 자기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모두를 위해 봉사하는 거죠. 이 때문에 교회를 ‘직무적’이라고 말해요. 직무와 역할들이 다양한 단계와 종류로 있기 때문이죠. 성사적 직무들(주교, 사제, 부제)에서부터, 임명된 직무들, 즉 정규적인 직무들(독서직, 시종직)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특별 직무들 또는 비정규 직무들(독서자, 성체분배자)까지, 또한 성당 안내며 신자들의 기도, 성가, 헌금 정리, 제대 복사 등의 봉사자들까지 다양하죠. 여기서 마지막에 언급한 제대 복사를 종종 남녀 어린이들에게 맡기곤 해요. 이들에게 ‘복사’라는 이름을 붙이는 것도 알고보면 그들이 ‘교회에 봉사하는 사제’가 되었으면 하는 희망 때문이에요.

 

 

가르쳐라, 즉흥적으로 하지 마라

 

가톨릭교회에서 여자들이 배제된 곳이 성사적 직무들입니다(부제직도 현재 그렇습니다). 그런데 독서직과 시종직(사제를 도와 성체 분배를 하는 직무)은 정식으로는 아직 남자에게 주어지만, 비정규적으로는 여자에게도 수여되기도 해요. 하지만 그 밖의 다른 모든 직무들에서는 법적으로 남녀의 구분이 전혀 없어요.

 

모두를 위한 근본적이고 유효한 기준은 이렇습니다. 모든 직무는 능력과 영성을 갖춘 적합한 사람이 수행해야 하고, 즉흥적이거나 편파적인 것은 무엇이나 피해야 한다는 거지요. 어떤 직무들, 예컨대 독서직같은 것은 어린이들에게 맡길 수 없어요. 왜냐하면 읽는 내용에 대한 지식과 이해력, 그리고 하느님의 말씀을 제대로 선포할 능력이 직무에 요구되기 때문이에요.

 

남녀 어린이들이 사제 옆에 있는 것이 옛날에는 좀 유용했을 지도 몰라요. 개정된 예식서 전체에서 볼 때 지금은 하나의 장식적인 요소가 됐어요. 그래도 ‘어린이들’을 받아들입시다.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직무들을 수행할 사람들이 능력을 갖추고 준비가 되어야 한다는 거에요. 이들이 단체들로 구성되고 이 안에선 남녀 구분도 없으면 더욱 좋겠어요. 이런 모습이 성체성사에 모인 백성의 얼굴을 빛나게 하는 거니까요. 누구도 권리나 특권을 요구해선 안 되며, 모두가 기꺼이 봉사할 준비가 돼 있어야겠어요. 그래야 전례 거행이 형제적 협력과 축제의 분위기 속에서 이루어지겠지요.

 

(R. Falsini, La liturgia. Risposta alle domande piu provocatorie, San Paolo, Cinisello Balsamo 1998, 39-41)

 

[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 계간지 분도, 2017년 봄호(Vol. 37), 번역 최종근 빠코미오 원장수사(성 베네딕도회 요셉 수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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