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 산책2] (21) 복음 말씀을 듣기 전에 하는 행동에는 어떤 의미가 있나요?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또한 사제와 함께”, “마태오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주님, 영광 받으소서~” 부스럭~~ 부스럭~~. 신자들의 태도가 제각각이다. 왼손을 가지런히 배 위에 얹고 오른손으로 이마, 입술, 가슴에 정성스레 십자가를 긋는 사람, 건성으로 긋는 둥 마는 둥 하는 사람, 예비신자인 듯 우왕좌왕 손을 얼굴 이곳저곳에 대고 어쩔 줄 몰라 하는 사람... 빙그레 웃음이 난다. 독서 말씀을 들을 때에는 가만히 앉아서 듣는데, 왜 복음 말씀을 들을 때에는 일어서야 하고 또 이런 복잡한(?) 예식을 하는 것일까? 교회는 미사 중의 독서와 복음 말씀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가르치고 있다. “독서를 통하여 하느님께서는 당신 백성에게 말씀하시고 구속과 구원의 신비를 열어 보이시며 영적 양식을 주신다. ... 또한 그리스도께서는 당신 말씀을 통하여 신자들 가운데 실제로 현존하신다”(「미사경본 총지침」, 55항). 미사 중에 하느님 말씀의 식탁이 마련되고 독서자가 성경 독서를 하면, 신자들은 앉아서 하느님의 말씀을 차분히 경청하게 된다. 그러하기에 독서자가 독서를 다 읽은 후 “주님의 말씀입니다”라고 하면, 신자들은 “하느님 감사합니다”라고 응답하며 방금 들은 하느님 말씀에 대해 믿음과 감사의 마음을 표현한다. 그런데 복음 말씀이 선포될 때는 좀 다르다. 복음은 주님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과 행적을 기록한 책으로서, 복음이 선포된다는 것은 하느님의 말씀을 단순히 듣는 것 이상으로, 그리스도께서 우리와 함께 계심을 드러내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교회는 “복음 봉독은 말씀 전례의 정점”이며 “전례에서는 다른 독서에 견주어 복음에 특별한 영예를 나타내는 표시로 가장 큰 경의를 보이라고 가르친다”(「미사경본 총지침」, 60항). 이러한 특별한 존경은 크게 다음의 세 가지 말과 행위에서 드러난다. 첫째, 미사 중 복음 말씀을 들을 때는 서서 듣는다. 서 있는 행위는 복음서에 대한 존경과 신자들이 말씀을 향해 집중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따라서 그냥 서서 멀뚱히 있는 것이 아니라, 복음 말씀 한 구절 한 구절을 집중해서 듣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어디에 서 있든 복음 선포자를 향해 몸의 방향을 약간 트는 것도 좋은 태도일 것이다. 사제들이 미사를 공동 집전할 때, 복음을 듣는 신부님들의 자세를 눈여겨보면 이와 같은 모습을 볼 수 있다. 둘째, 복음 선포자가 복음서의 출처를 밝히는 말(예: 요한이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을 하면, 뒤이어 교우들은 “주님 영광 받으소서”라는 말과 함께 엄지손가락으로 자신의 이마, 입술, 가슴에 각각 작은 십자가를 긋는다.* 이는 복음 말씀을 머리로 깨닫고, 입으로 고백하며, 마음에 간직할 것을 다짐하는 것을 뜻한다. 셋째, 복음 말씀이 끝난 후 “주님의 말씀입니다”라는 말에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라고 응답한다. 이는 말씀으로 우리에게 오신 그리스도께 대한 찬미와 감사, 영광과 흠숭이 담겨있는 환호이다. * 이때 복음 선포자는 먼저 복음서에 십자가를 그으면서 경의를 표한다(「미사경본 총지침」, 60항 참조). [2017년 7월 9일 연중 제14주일 청주주보 4면, 김대섭 바오로 신부(청주교구 복음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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