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야, 놀자!] “거룩한 교환의 신비로 그리스도의 모습을 닮게 하소서” - 예수 성탄 대축일 밤미사 예물 기도 “주님, 오늘 인간의 본성이 그리스도 안에서 주님과 결합되었으니, 이 축제의 제물을 기꺼이 받아들이시어, 저희가 이 거룩한 교환의 신비로 그리스도의 모습을 닮게 하소서.” 등에 등장하는 ‘거룩한 교환’은 어떤 의미인가요? 신자들께서 “교환”이라는 말에 대하여, 어쩌면 상거래에 더 많이 사용하는 말이 어떻게 미사 전례에서 사용되는가? 하고 궁금해 하십니다. 그런데 이 말은 전례문에서도 “물물교환”이라는 뜻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너무 세속적이지 않도록 “놀라운”, “거룩한”, “감탄하올” 등의 형용사를 덧붙여 ‘인성’과 ‘신성’의 교환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곧 우리가 우리의 ‘인성’을 건네 드리면 하느님께서 그 인성을 가져가시고, 우리에게 당신이 가지신 ‘신성’을 주시며 우리가 그 ‘신성’에 참여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 표현의 근거가 되는 것은 초대교회 교부들, 알렉산드리아의 성 아타나시오와 성 대 레오 교황의 가르침입니다. 알렉산드리아의 성 아타나시오는 “하느님의 아드님이 사람이 되신 것은 우리가 하느님이 되게 하려는 것이다.”(육화론 54,3)라고 하셨고, 성 대 레오 교황은 “만일 우리가, 인간의 창조주께서 사람이 되도록 이끈 거룩하신 자비의 형언할 수 없는 겸손에 호소한다면, 그 겸손은 우리가 우리 본성(인성)을 통하여 공경하는 그분의 본성(신성)에로 우리를 들어 올릴 것이다.”(성탄강론 8)라고 하셨습니다. 성무일도 제1권,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 제1, 제2 저녁기도, 후렴1은 위 교부들의 신학을 받아들여 “감탄하올 교환이여, 창조주께서 육신을 취하시어 동정녀에게서 나시기를 마다하지 않으시고, 인간의 협력 없이 사람이 되셨으며, 우리를 그 신성에 참여케 하셨도다.”라고 명확하게 밝히고 있습니다. 그분의 신성에 참여하는 생활을 동방 교회에서는 신화(神化, Divinization)라고 합니다. 성화(聖化, Sanctification)와 같은 뜻입니다. 하느님께서 인성을 받으시고 사람이 되신 것은 사람이 하느님의 신성에 참여하여 거룩해지도록 하려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인성과 결합하시려고 낮은 곳으로 오셨습니다. “주 예수 그리스도를 입으십시오. 그리고 욕망을 채우려고 육신을 돌보는 일을 하지 마십시오.”(로마 13,12.14)라는 말씀처럼, 우리도 하느님의 신성에 참여하여 높이 올라가려면 교환의 신비 속에서 나 자신도, 내 뜻도, 내 욕망도 버리고 말씀과 성체로 우리를 찾아오시며 섭리와 보살핌으로 우리를 이끄시는 하느님을 맞아들여야 하겠습니다. [월간빛, 2017년 2월호, 장신호 요한보스코 보좌주교(대구대교구 총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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