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3월 13일 사순 제1주일
Jesus said to him,
“Get away, Satan! It is written:
The Lord, your God, shall you worship
and him alone shall you serve.”
(Mt.4.10)
제1독서 창세기 2,7-9; 3,1-7
제2독서 로마서 5,12-19
복음 마태오 4,1-11
일본 동북부의 8.8의 대형 지진과 쓰나미로 인한 피해가 대단하다고 합니다. 사망, 실종자가 1,700명 이상이며, 경제 손실 규모도 수백억 달러에 이른다고 하니 그 피해가 얼마나 큰지를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어제 뉴스를 보니 방사능 유출 확대도 우려된다고 하던데, 이제 더 이상 피해가 없도록 그리고 지금 현재 고통과 시련 속에 있는 피해자들이 빨리 아픔을 극복하기를 우리 모두 열심히 기도해야 하겠습니다.
사실 일본은 전에부터 지진의 피해가 많았던 곳이지요. 그래서 오랫동안 지진에 대한 대비를 해왔었습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번과 같은 어마어마한 상처를 안게 되었습니다. 인간이 자연을 극복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자연의 힘을 도저히 이겨낼 수 없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됩니다. 실제로 우리들이 자연을 극복한 것이 과연 무엇일까요? 많은 공사를 통한 자연 파괴가 과연 자연을 극복한 것이라 말할 수 있을까요? 아니지요. 그러한 자연 파괴가 오히려 환경오염을 일으키고 결국 그 피해를 온전히 우리 인간이 겪게 되는 경우가 더 많았습니다.
인간의 어리석음으로 이처럼 무엇이 중요한 지를 깨닫지 못할 때가 참으로 많습니다. 얼마 전 어떤 책을 보다가 이런 실화를 보게 되었습니다. 알래스카와 캐나다 국경지대 사이에 위치한 클론다이크라는 곳에서 있었던 일인데요. 이곳은 금이 많이 나오는 곳으로 유명하다고 합니다.
어느 따뜻한 봄날, 산악인들이 이 클론다이크에 있는 어느 산중턱에서 우연히 오두막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그곳에 들어가서는 깜짝 놀랄만한 광경을 보게 됩니다. 글쎄 그 안에는 금이 산더미같이 쌓여 있으며, 그 옆에는 두 개의 해골이 있더랍니다. 너무 이상해서 오두막 안의 물건들을 살피다가 책상 위에 다음과 같이 쓰여진 메모 하나를 발견합니다.
‘금이 너무 많아 기쁜 나머지 계절이 바뀌는 지, 식량이 떨어지는 줄도 몰랐다. 또한 금 모으는데 여념이 없어 눈보라가 몰아치는 줄도 몰랐다.’
그들은 엄청난 양의 금을 가지고 있었지만, 단 한 푼도 쓸 수가 없었습니다. 얼마나 어리석은 모습입니까? 지금 당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지 못했던 것입니다. 물질적이고 세속적인 것을 중요하다고 생각했지만, 자신의 생명을 유지하게 만드는 것은 이러한 것이 아니었지요.
예수님께서 광야에서 40일 동안 단식을 하며 기도를 하는 중에 악마가 유혹을 합니다. 돌을 빵으로 만들어서 배고픔을 면하라는, 성전 꼭대기에서 뛰어 내려서 하느님의 아들임을 증명하라는, 악마 자신에게 엎드려 경배함으로 인해 세상의 모든 것을 가질 수 있다는 유혹을 합니다. 우리 인간들이 직면하는 유혹들입니다. 물질적인 것들에 대한 유혹, 명예에 대한 유혹, 남들보다 인정받고자 하는 유혹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이러한 것들이 결코 중요하지 않음을 분명하게 말씀하시며 유혹을 거뜬히 물리치십니다.
“주 너의 하느님께 경배하고 그분만을 섬겨라.”
이 말씀만이 가장 중요하며, 우리의 삶에 꼭 필요한 것입니다. 다른 것들은 지금의 삶을 조금 더 편하게 할 뿐 결정적인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사순 제1주일을 맞이하는 오늘, 과연 내가 정말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기억하면서 나에게 영원한 생명을 약속해주시는 주님만을 섬길 것을 다짐했으면 합니다.
돈보다 귀한 것(정경수, ‘행복한 동행’ 중에서)
나는 컴퓨터와 주변기기를 판매하는 꿈 많은 20대 직장인이다. 동료들은 출장 서비스를 많이 다니고, 나는 주로 매장에서 근무해 혼자 점심을 먹을 때가 많다. 지난 겨울날, 혼자 사무실에서 점심을 시켜 먹고 그릇을 신문지로 덮어 매장 앞에 내다 놨는데 차림새가 허름한 할아버지께서 내가 남긴 음식물을 드시고 있었다. 얼른 뛰쳐나가 먹다 남긴 음식이니까 드시지 말고 맛있는 점심 사 드시라고 지갑에 있는 지폐 몇 장을 드렸다. 할아버지는 몇 번이나 허리를 굽혀 인사하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아이구, 미안해요. 집에 쌀이 떨어져서... 고마워요.”
할아버지를 보내고 남은 음식물을 치우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할아버지가 내일 또 오시면 어쩌지? 매일 돈을 드릴 여유는 없고 그렇다고 모른 척할 수도 없고...’ 당연한 갈등이지만 그런 생각을 하는 내 자신이 부끄러웠다. 세상에는 돈이 없어 끼니를 굶은 사람들이 널렸는데 혼자 돈 많이 벌어 떵떵거리고 살면 나중에 남는 게 돈 말고 무엇이 있을까? 막연히 돈을 벌기 위해 시작한 직장 생활이었는데 할아버지를 만나고 난 뒤 누군가에게 따뜻한 나눔을 줄 수 있음을 배웠다.
그날 이후로 할아버지가 두어 번 정도 더 오셔서 똑같이 도움을 드렸다. 하지만 세 번까지는 오시지 않았다. 오지 않는 할아버지를 생각하면서, ‘돈’이란 가지면 가질수록 더 갖고 싶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는 녀석이지만 먼저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내 주위를 둘러봐야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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