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동안 60여 차례 선포한 복음
(필자가 묵상한 구절을 중심으로 싣습니다.)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31“사람의 아들이 영광에 싸여 모든 천사와 함께 오면, 자기의 영광스러운 옥좌에 앉을 것이다. 32그리고 모든 민족들이 사람의 아들 앞으로 모일 터인데, 그는 목자가 양과 염소를 가르듯이 그들을 가를 것이다. 33그렇게 하여 양들은 자기 오른쪽에, 염소들은 왼쪽에 세울 것이다. 34그때에 임금이 자기 오른쪽에 있는 이들에게 이렇게 말할 것이다. ‘내 아버지께 복을 받은 이들아, 와서 세상 창조 때부터 너희를 위하여 준비된 나라를 차지하여라.
35너희는 내가 굶주렸을 때에 먹을 것을 주었고, 내가 목말랐을 때에 마실 것을 주었으며, 내가 나그네였을 때에 따뜻이 맞아들였다. 36또 내가 헐벗었을 때에 입을 것을 주었고, 내가 병들었을 때에 돌보아 주었으며, 내가 감옥에 있을 때에 찾아주었다.’ 37그러면 그 의인들이 이렇게 말할 것이다. ‘주님, 저희가 언제 주님께서 굶주리신 것을 보고 먹을 것을 드렸고, 목마르신 것을 보고 마실 것을 드렸습니까 ? 38언제 주님께서 나그네 되신 것을 보고 따뜻이 맞아들였고, 헐벗으신 것을 보고 입을 것을 드렸습니까 ? 39언제 주님께서 병드시거나 감옥에 계신 것을 보고 찾아가 뵈었습니까 ?’
40그러면 임금이 대답할 것이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가 내 형제들인 이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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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화제의 복음이 바로 오늘 말씀이다. 장례미사 때마다 선포되는 이 복음을 나는 첫 보좌신부 생활을 하면서 60여 차례나 선포했다. 2004년 10월 1일 첫 본당에 부임해 처음 주례한 미사가 장례미사더니 어떻게 된 영문인지 그곳에 있던 1년 동안 60여 명의 교우분이 하느님 품으로 돌아가신 것이다. 그 가운데는 가수 인순이 씨의 어머니 장례도 있었는데, 무대 위의 화려했던 인순이 씨가 비통함에 쌓여 굵은 눈물을 흘리던 모습이 아직도 눈앞에 선하다.
장례미사를 봉헌하면서 처음에는 ‘내가 와서 다들 돌아가시는 것인가 ?’ 하면서 모두 내 잘못인 것 같아 의기소침해지기도 했다.
하지만 어느 교우가 다가와서 “힘드시지요 ?” 라며 “새 신부님이 해주시는 장례미사를 받고 싶어서 다들 앞다투어 가시나 보네요.” 라고 말해 주었는데, 그 말씀이 어찌나 고맙던지. 그래서 힘을 얻어 더욱 정성껏 그분들의 영혼을 위해 미사를 봉헌하고, 열심히 기도해 드렸던 기억도 난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는 죽음 앞에서 참 많은 생각을 했다. 사람은 왜 죽어야 하는지, 하느님께서는 왜 소중한 가족한테 헤어짐의 아픔을 주시는지, 그리고 나의 죽음은 어떤 모습일지 묵상하며 기도했던 날이 참 많았다.
그렇게 묵상하고 기도하며 이 복음을 선포했는데, 놀랍게도 매번 새롭고 신비로운 영감 속에서 주님이 들려주시는 말씀을 교우들께 전할 수 있었다. 오른쪽, 바로 그 자리에 들기 위해 항상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더욱 작은 이가 되어 함께 사셨던 예수님을 말이다.
노성호 신부(수원교구 효명고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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